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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의 고향이 한국이라고?

해외로 도둑맞은 우리 식물의 슬픈 사연은?



한 겨울 흰 눈 속에서 홀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실제 ‘구상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로 만들어졌어요. 구상나무는 다른 여러 나무들 중에서도 수형이 아름다워 유럽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나무이기도 하죠. 그런데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가 사실 우리나라의 토종 나무였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이 나무를 해외에서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오고 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수형(樹形) | 종류나 환경에 따른 특징을 지닌 나무의 모양 



‘구상나무’는 한국에서만 자생해요!

구상나무(Abies koreana E. H. Wilson) 
과: 소나무과 
자생지: 제주(한라산) 
국내분포: 경남(지리산), 전북(덕유산), 제주(한라산)의 해발고도 1,000m 이상 산지 사면 및 산등성이 
멸종위기등급: 멸종위기종 
특징: 북방계 한대성 식물. 빙하기 때 추위를 피해 한반도까지 내려왔다가 해발 1000m지점 아고산대 지대에 오랫동안 격리돼 살면서 처음과는 다른 종으로 분리된 한국 고유의 종이다. 구상나무의 이름은 ‘잎이 성게(쿠살)같은 나무(낭)’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 ‘쿠 살낭’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끔 학교 뜰이나 아파트 화단 같은 곳 에서 보이는 구상나무는 기온이 높은 곳에서도 살 수 있도록 이미 품종이 개량 된 개체입니다. 


자생지(自生地) | 식물이 저절로 나서 자라는 땅 
산등성이 | 산의 등줄기 
아고산대(亞高山帶) | 온대의 산악을 기준으로 하여 이루어진 식물의 수직분포대를 말하며, 해발 1,500~2,500미터의대로 고산대와 저산대의 사이에 있으며, 저온 건조해 침엽수가 많다. 

어쩌다 외국 나무가 됐을까?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였던 때, 1917년~1919년까지 2년 동안 미국 아놀드 수목원이 소속 식물학자들을 한국으로 파견한 적이 있어요. 파견된 식물학자들은 한라산에서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식물들을 샅샅이 조사해 300여 종의 식물 종자를 채집해 갔죠. 

바로 이때 구상나무는 수목원 소속 연구원이었던 윌슨 박사(Ernest Henry Wilson)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됩니다. 반출된 구상나무는 그 후 여러 번의 품종개량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됐어요.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우리 식물 
구상나무 뿐 아니라 해외로 유출된 우리나라의 식물들은 품종 개발에 이용되거나 일부는 국내로 역수입되기도 해요. 구상나무 외에도 또 다른 식물 유출의 대표적 사례는 바로 매혹적인 향을 지닌 꽃나무 ‘라일락’입니다.

1947년 미국인 식물 채집가 미더(Elwin M. Meader)가 북한산에서 채집해 간 ‘털개회나무’는 미국으로 건너가 품종이 개량돼 일명 ‘미스킴 라일락’이 됐어요. 현재 미스킴 라일락은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끄는 나무가 됐어요. 

그러나 이렇게 해외로 유출된 우리 식물은 많은데 반해, 정작 우리나라는 이것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미 그들에 의해 개량되고 특허로 등록이 됐기 때문에 특허사용료인 ‘로열티(royalty)’를 내면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반출(搬出) | 운반하여 냄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식물 도둑들! 
우리나라의 식물은 오래 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조금씩 유출돼 왔는데요. 19세기부터 영국과 프랑스의 탐사대가 한반도 근해의 섬에서 식물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1920년에는 도쿄대의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교수가 한반도 전역의 식물자원을 수집해 일본으로 가져갔어요. 

이 밖에도 외국인들의 우리 토종 식물 채집은 꾸준히 이어졌고, 불과 30여 년 전인 1984년부터 1989년까지, 약 5년에 걸쳐 미국 국립수목원 관계자들이 한반도 전역의 희귀식물 약 950종 6,000여 점을 채집해 간 엄청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정보플러스+ 

우리 식물을 멋대로 가져간 ‘어니스트 윌슨’과 ‘나카이 다케노신’ 

영국 출신 어니스트 윌슨은 우리나라에서 구상나무를 미국으로 가져간 사람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사실 윌슨에게는 차이니즈 윌슨(Chinese Wilson)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많은 식물을 가져갔어요. 그가 중국에서 채집한 식물은 무려 1,000여 종에 달합니다. 

일본 총독부의 식물채집원이며 식물학자였던 나카이 다케노신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10년 간 머물면서 전국을 돌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식물을 가지고 일본으로 나갔어요. 또한 당시 학명이 없던 우리 식물들에 자신의 이름(Nakai)을 넣어 학명을 등록하기도 했죠. 그가 수집한 정보는 조선을 식민통치하는 데 사용됐는데요. 한 나라의 식물 분포를 안다는 것은 토양과 기후, 각 지역의 생태, 사람이 사는 모습까지 알 수 있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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