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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후 아무 의욕이 없어요”… 수험생 수능 후 공허함 어떻게 극복할까?



수험생에게 수능은 어떤 존재일까? 단순히 사전에 나오는 의미로만은 설명하기 어렵다. 수능이라는 단어가 수험생에게 주는 중압감과 영향력은 일반적인 시험이 주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오랜 학창시절 경험을 통해 수능 자체를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거대한 추상적 관념으로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수능은 삶의 방향이나 목표가 되기도 하며, 현실의 불만족스러운 모든 것들을 소멸 시켜줄 전지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다수의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종료되는 동시에 이제껏 겪어본 적 없던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곧 원인 모를 무기력함에 빠지게 된다. 무엇을 해도 전처럼 재미가 없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수능이 끝나는 동시에 자유롭고 활기찬 새 인생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허무한 마음을 감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수능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소멸이 만들어낸 공허함이다. 

공허함은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감정은 아니지만 정신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공허함에 빠진 상태의 사람은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감정들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타인의 애정과 관심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없게 되며 상태가 지속되면 우울과 권태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수능을 치른 많은 수험생들의 겪게 되는 이 공허함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의 정체와 원인을 알고, 이것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인지하는 것이다. 수능이 만든 공허함은 입시 위주의 현대 교육제도와 이를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것이지, 본인들의 나약함이 원인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의 목표 상실과 무기력함을 자책해서는 안 된다.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수험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 존 키팅 선생은 일률적인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이러한 말을 남긴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삶은 유지하는데 필요하지. 하지만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삶의 목적인 거야” 

오랜 시간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수능’이라는 단어가 삶의 목적이자 삶의 이유인 척 거짓 행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능은 삶에서 거쳐 가는 한 단계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수능이 차지하고 있었던 마음속 빈 공간을 보다 가치 있는 것들로 채워 넣는 것이다. 

꿈, 성공, 행복…. 아마도 이 단어들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추상적 단어들에 대해 스스로 재정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게 성공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모두 잊고 내가 느끼는 마음 그대로 다시 정의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회가 정의하는 거짓된 꿈과 성공, 행복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치 수능이라는 단어가 그랬던 것처럼. 


▶ 박성호 여행 작가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수석 졸업
‘바나나 그 다음’ 저자 
SBS스페셜 <사교육딜레마> 출연 
tvN <문제적 남자> 출연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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