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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3, “지금 너가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이 말하는 ‘진짜’ 개념 학습과 문제풀이 방법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성적이 좋다는 것이고, 성적이 좋다는 것은 문제를 잘 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하기 위해 많은 문제를 푼다. 과연 문제를 많이 풀고 오답노트를 활용하여 틀린 문제를 다시 고민하는 것이 올바르고 효율적인 공부법일까? 

위의 방법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문제 풀이에 매달리는 것은 자칫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기본 개념, 목수가 대패 다루듯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첫째, 제대로 된 개념 학습이 이루어진 이후 문제풀이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일에 기초가 중요하듯 공부에도 기초가 중요하며 그것은 올바른 개념 학습이다. 입시 공부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개념 위주의 공부로 기초를 다져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내신 시험이건 수능 시험이건 모든 시험은 수험생이 해당 교과의 기본 개념을 얼마나 제대로 익혔는지를 묻는 것이다. 따라서 개념 위주로 기초를 다지는 것은 공부를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개념 공부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교과서나 학습서에 나와 있는 개념 설명을 외우는 것을 개념 공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완전한 암기가 개념 공부의 핵심이라면 그것은 초등학생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특정 개념을 다 외우면 용돈을 주겠다고 하면 아마 결국 해당 개념을 외워서 줄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고 그 초등학생이 개념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 극단적 사례는 개념을 암기하는 것이 개념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개념 학습은 무엇일까? 

국어 교과에서 개념 공부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영역은 문법이다. 학생들도 문법 개념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문법 개념의 뜻풀이를 반복해서 외운다. 그러나 이것은 무의미한 암기일 뿐이다. 의미 있고 해야 할 개념 공부는 암기한 문법 개념을 실제 단어나 문장들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단어나 문장에서 암기한 문법 개념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성평가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풀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수업 시간 혹은 각 단원을 마친 직후 이루어지는 형성평가는 배웠던 개념의 핵심을 이해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형성평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만이 의미 있고 신경 써서 풀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개념이란 각 과목의 심화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와 같은 것이다. 목수가 망치와 대패를 완전히 손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고, 야구선수가 글러브를 자신의 손과 같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듯, 수험생은 각 과목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개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앵무새처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개념을 제대로 익힌 모습이다.

○ 문제풀이, ‘출제자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야 성공
둘째, 문제풀이는 정답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출제자의 의도와 출제자가 제시한 조건을 찾는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러 학생이 넓은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서 있다. 그 학생들에게 채점자는 어떤 것이든 좋으니 스케이팅 능력을 보여 달라고 말한다. 어떤 학생은 얼음판의 저 끝에서 이쪽 끝까지 엄청난 속도로 왕복을 했고, 어떤 학생은 작은 원을 그리며 코너를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다른 학생은 얼음판 위에서 점프를 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공정한 채점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얼음 판 위에 선을 그어서 활동 범위를 제한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점프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시간제한도 뒀다. 이렇게 되면 동일한 기준에서 채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푼다는 것, 즉 정답을 찾는다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다. 문제에는 문제를 만든 사람, 즉 출제자가 제시하는 일정한 상황이나 조건이 있다. 문제를 푸는 사람, 즉 수험생은 출제자가 제시한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과 지식을 활용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에서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하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출제자의 의도, 즉 어떠한 조건 아래서 무엇을 할지를 찾는 것이다. 이를 확장하면 기출문제 풀이의 중요성과 기출문제 공부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많은 학생들이 기출문제를 한 번 풀어본 것, 단지 정답이 무엇인지 찾은 것만으로 기출문제를 공부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공부한 것이 아니다. 문제와 선지를 한 번 구경한 것에 불과하다. 기출문제를 공부한다는 것은 출제자가 어떤 조건과 규칙을 제시하는지를 찾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과 규칙을 지키며 교과 지식을 떠올리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다. 일종의 게임의 규칙을 연습하는 과정인 셈이다. 그리고 그 규칙은 과목에 따라 다르다. 같은 과목 안에서도 세부 단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규칙이 결코 단순한 것은 아니다. 

올바른 개념 학습을 바탕으로 출제자의 의도 찾기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문제는 정확하게 풀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되어야 성적이 올라간다. 무작정 많은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하염없이 물을 쏟아 붓는 것이다. 당장은 물이 차는 것 같아도 결국은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빨리 가려고 하기보다 제대로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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