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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싫은 내 아이, 책과 만나게 하려면?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 독서법》 저자가 소개하는 초등 독서교육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것은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겠다는 것만큼이나 야무진 꿈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카카오톡으로 끊임없이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데 기꺼이 시간을 바친다. 그러면서도 책 읽을 시간은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좋아요’와 함께 짧은 댓글을 SNS에 수시로 남기지만 호흡이 긴 책 앞에서는 안절부절못한다. 

여기서 ‘급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독서가 정말 필요할까?’하는 고민이 생겨난다. 범람하는 지식과 정보를 다양하고 빠른 방법으로 습득할 수 있는데 꼭 책을 읽어야만 할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실제로 아이들과 지내온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교직 생활을 하며 지난 6년간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 함께 했던 독서활동은 확신을 심어주었다. ‘책 읽기가 실제로 아이들의 크나큰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 이 시대를 주인공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 역량이 필요하다. ‘지식, 창의력,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및 협업 능력, 인성’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 역량을 길러줄 최고의 방법이 뭘까? 바로 ‘독서’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흔히 결정을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맡기고, 실패하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뤄버린다. 책은, 독서는 그런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다수가 내린 결론을 손쉽게 따르며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해서 얻은 내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책과 친한 아이들은 아는 것이다. 

독서는 생각의 주인과 행동의 주체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즉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아이들이 책과 만나야만 한다. 책을 거부하는 우리 아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독서법’을 알아야 독서가 더 재미있고 의미 있어진다 

일단 아이들 마음에 독서에 대한 열망을 심어주고, 지속적으로 책에 노출시키면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학급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불씨를 던지기 위해 ‘선생님의 서재’ 시간을 만들어 매일 아침 책을 읽어준다. 읽은 책이나 현재 읽고 있는 책 중 흥미진진한 부분이나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잠깐 읽어주고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소개한 책은 학급 서재의 잘 보이는 곳에 둔다. 아침 독서시간 15분 동안은 교사도 같이 책을 읽으며 사제동행 독서를 실천한다. 또 수요일에는 독서 토론, 금요일에는 읽은 책에 대한 생각 나누기 활동을 한다. 이런 활동은 가정에서도 쉽게 실천이 가능하다. 가족 독서모임을 만들거나, 외부 독서모임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여 지속적으로 책과 가까워지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와 교사, 아이가 함께 독서법을 익혀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영을 잘하려면 영법을 배우고, 외국어를 잘하려면 학습법을 배우듯 독서하는 방법을 익히면 책을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배워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대표적인 독서법 모델이 ‘본깨적 독서법’이다. 한국 최대 독서모임 중 하나인 ‘독서포럼나비’에서 익힌 이 독서법을 그동안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왔는데, 아이들의 호응과 성과가 대단했다. 여기서 ‘본깨적’은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을 가리키는데 이 독서법 과정을 거치면 저절로 생각의 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본깨적 방법으로 글을 쓴다면 이렇다. ‘본 것’은 ‘반장인 엄석대는 같은 반 친구에게 물을 떠오라고 시키고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자기 대신 시험을 보게 한다.’ ‘깨달은 것’은 ‘나도 석대처럼 동생에게 이것저것 심부름 많이 시켰는데,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럽다.’ ‘적용할 것’은 ‘내 할 일을 동생에게 시키지 않고 스스로 하겠다.’ 이처럼 본깨적 방법으로 생각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토론을 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깊어지고 폭 넓은 시각을 갖추게 된다. 이때 부모와 교사가 읽은 책을 아이와 나누어도 좋고,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주고받아도 좋다. 

○ 독서의 목적, ‘성적’이 아니다… “독서시민이 되어라”

독서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반복하여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면 흐지부지되어 용두사미로 끝나기 십상이다. 독서 생활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와 의논하여 독서에 관련된 계획을 정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매일 아침 20분 책 읽기, 일주일 중 수요일은 읽은 내용에 대해 글쓰기, 금요일은 각자 읽은 책 나누기’라고 정했다면 이를 생활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정리 습관도 중요하다. 학급에서 아이들이 하는 독서활동, 본깨적 글쓰기 등을 독서 바인더에 넣어 차곡차곡 정리한 자료는 아이의 일 년간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가정에서도 똑같이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쌓이면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자 아이의 삶에서 중요한 지표가 되어준다.

실천과 마무리도 빼놓을 수 없다. 책에서 깨달은 점을 실천하도록 돕고 격려하면 아이는 자신과 주위의 삶이 달라지는 희열을 체험한다. 또 처음에 목표로 삼았던 독서 계획을 완수할 경우 아이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또 다른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목적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책이 성적을 올리고 좋은 대학을 가는 수단에 불과하다면 아이들은 입시에 필요한 책만을 섭렵하다가 대학을 간 이후에는 책을 더 이상 가까이하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 책은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훌륭한 동반자다. 책을 읽는 목적은 삶의 비전과 함께 가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여,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사람’ 즉 ‘독서시민’이 되겠다는 더 원대한 목적을 가슴에 품고 꿈을 키워가도록 도와야 한다. 독서시민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 성장의 열매를 나누며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람이다. 독서의 목적과 가치를 ‘나눔’과 ‘함께 성장’에 둘 때 아이들은 더욱 빛나는 존재로 자라난다. 

○ 아이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하는 독서의 힘 

그렇다면 독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가능하게 할까? 독서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첫째, 책은 아이의 재능의 씨앗을 발견하고 가꿔나가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강점을 파악하여 깊이 묻혀 있던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 미래로 향하는 지도를 그려나가게 해주는 것이다. 

둘째, 독서는 평생 공부 습관을 만드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하므로 배움은 일생토록 지속되어야 한다. 책은 배움의 매개체로서 평생 자원의 보고가 될 것이다.

셋째, 독서를 통해 삶을 즐겁게 영위하기 위한 삶의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창의력은 세상을 좀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고, 비판적 사고력은 삶을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하다. 의사소통 능력은 관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협업 능력은 인생이라는 장거리를 뛰면서 지치지 않고 열매를 일궈내는 데 필요하다. 독서는 이런 능력들을 빚어낸다. 

넷째, 책 한 권 한 권이 올곧은 가치관과 따뜻한 심성을 갖춘 사람으로 거듭나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는 평생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통해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가치관을 세우며, 자존감을 높이고, 용기와 회복탄력성에 리더십까지 기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적절한 독서법을 익혀서 꾸준히 책과 만나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하지만 일단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이 망설이지 말고 책을 펴 즐겁게 읽고, 또 책을 나누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책 한 권 한 권이 삶의 마중물이 되어 삶에서 풍성한 열매가 맺히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 ‘Dream Designer’ 최원일(초등 교사),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 독서법》 저자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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