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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등

초등자녀 성교육, ‘일방적 가르침’보다 ‘공감과 대화’로 접근하자

이석원 자주스쿨 대표가 말하는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성교육 길잡이



어느 날 초등생 자녀가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라고 묻는다면 부모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무척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거나 “크면 다 알게 될 거야” “왜 그런 걸 물어보니?”라며 답을 회피할 것이다. 그동안 강의를 다니며 많은 학부모에게 성(性)이 무엇이냐고 질문해보았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대부분의 학부모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학부모들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서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성(性)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성(性)은 마음 심(心)과 날 생(生) 두 가지 한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마음은 우리의 정신을, 생은 몸을 뜻한다고 보면 한마디로 성은 사랑과 생명이다. 절대 부끄러운 단어가 아니다. 사랑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치는 게 성교육이다. 그렇다면 자녀 성교육,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 성교육은 일방적 가르침이 아닌 ‘공감’이자 ‘대화’ 

부모가 자녀에게 체계적이고 정확한 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 자녀에게 성을 교육적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접근한다면 부모나 아이 모두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성교육을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듣기 싫어하고 혼날까봐 피할 것이다. 특히 관계 형성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성교육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성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공감이자 대화다. 자녀와 성에 관한 대화를 할 때는 되도록 당황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공감하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엄마, 아빠가 내 질문을 좋게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주는구나”하고 고마워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또한 어른도 잘 모르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부담도 줄어든다. 

“아기는 어떻게 생기나요?”라는 질문에 당황한 적이 있다면 역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니?”라고 묻는 것. 이렇게 자녀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듣다 보면 왜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이 되고 성 문제가 드러나며 해결된다. 

이런 대화가 부재하면 부모가 아니라 잘못된 곳에서 성을 알게 되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고 자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라면 일주일에 2~3회 정도 같이 저녁을 먹거나 주말에 잠깐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런 대화를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면 저절로 성교육이 된다. 

대화를 통해 아이의 입장을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성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밥을 먹을 때든, 아이가 잠들기 전이든, 어릴 때부터 일정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때그때 묻는 질문에 꾸밈없이 진솔하게 대답하는 게 좋다. 이런 자리는 상호 신뢰를 토대로 마음을 나누는 사랑의 배움터가 될 것이다. 

○ 음란물에 쉽게 노출되는 아이들, 부모 성교육의 효과는?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레 성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이 욕구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예전만 하더라도 음란물은 잡지나 테이프를 구입해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다가 불쑥 음란 사진이나 영상이 뜬다. 우리 모두 언제 어디서나 음란물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자녀가 혹시 음란물을 보더라도 바로 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우연찮게 본 것일 수도 있을뿐더러, 음란물을 본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죄책감과 수치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음란물은 성(性)의 기반이 되는 사랑과 생명이 없으며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정확하지도 않고 과장된 정보를 알려준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보는 것을 목격한다면 음란물이 현실과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악영향을 미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자. 부모가 자녀에게 따뜻한 성교육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짜’ 성(性)인 음란물이 넘치기 때문에 가정에서 부모 성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부모 성교육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201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로라 비트만 연구팀은 청소년 2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부모와 성에 관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첫 성관계 시기가 늦을 뿐 아니라 피임이나 안전한 성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성교육이 아이들의 성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위험 행동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부모는 항상 아이의 편에 서서 대화하고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 부모 자신부터 긍정적인 성 가치관을 가져야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려면 먼저 부모가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부모 자신부터 건강하고 긍정적인 성 가치관을 가져야 아이들이 바르게 자란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 가치관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제대로 알고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성교육 책을 보여주기 전에 자신부터 읽고 공부해보자. 그래야 자녀에게 성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있다. 

성교육은 ‘내 몸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부터 사랑하며 그 사랑을 아름답게 전달하는 것’이다. 매일 마주치는 삶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자.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하자. 성교육의 핵심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임을 기억하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단순히 지식을 알거나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뭐든지 작게라도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효과가 있다. 오늘부터라도 자녀에게 따뜻한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게 바로 작지만 큰 성교육의 시작이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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