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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시험 폐지, 교육변화 이끄는 마중물 될까?

객관식 시험 단계적 폐지 흐름… 과정중심평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각 시·도교육청이 단계적으로 객관식 평가를 폐지·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4월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객관식평가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일부 중학교에서 객관식 시험 대신 서술형 시험과 교과 수행평가로 학생을 평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2018학년도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중학교 22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해 일부 과목에 한해 서술형 시험과 교과 수행평가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향후 평가혁신 계획에 대해 “초·중·고등학교에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도입 등을 포함한 평가혁신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IB는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에서 만든 토론·논술형 교육 과정 및 시험이다. 조 교육감은 “현재 이혜정 박사(교육과혁신연구소장)를 평가혁신 연구 책임자로 지정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2월 말쯤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인 3일 경남도교육청 ‘2018년 업무보고회’에서는 중학교 객관식 평가를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간 객관식 평가에 대해 ‘줄 세우기 논란’ ‘단순 암기 교육 유발’ 등의 문제가 제기돼온 만큼 평가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 하지만 객관식 시험 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청 차원의 객관식 시험 폐지 움직임에 대해 교육 각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객관식 시험 폐지… “학력저하 유발” VS “‘학력’에 대한 새로운 관점 필요”

시·도교육청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과 자기 주도적 문제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수업과 평가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단편적인 지식을 얼마나 잘 암기했는가를 평가하는 ‘객관식 시험’ 대신 ‘과정중심 평가’ 도입에 나선 것. 

이러한 시·도교육청의 움직임에 대해 시민사회는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학입시 정시모집 확대를 주장해 온 ‘공정사회를 위한 시민모임(국민모임)’은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중학교에 객관식 시험을 없애는 내용 등을 담은 서울시의 올해 업무계획에 대해 “탁상행정이자 우민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모임 측은 “수행평가는 불공정하고 빈부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학부모가 축소나 폐지를 주장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때 기초학력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는 과정중심평가는 우민화 정책일 뿐이다”고 말했다. 

반면 서술형 평가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학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학부모회의) 최은순 회장은 “서술형 평가 방식의 도입은 정답 찍기,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면 학력저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지만, 국·영·수 객관식 문제풀이 능력만을 학력으로 평가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최근 우리사회가 중시하는 학생의 인성과 자기주도적문제해결력과 같은 역량 등을 학력으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교육계, 객관식 시험 ‘일괄 폐지’는 옳지 않아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엇갈린 시선과 달리 교육계에서는 해당 평가방식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에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교육학적으로 보았을 때 객관식 시험과 서술형 시험 중 무엇 하나가 반드시 좋고,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며 “단순한 사실을 파악하고,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느냐를 평가할 때는 객관식 시험방식이 적합하고, 창의력과 사고력 등 폭넓은 사고를 평가할 때에는 서술형이 적절하다. 학교의 교육 여건과 학생의 수준, 수업의 내용 등에 따라 평가방식을 적절히 혼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어느 한 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 측면에서 옳지 않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과정중심평가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해온 충북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과정중심평가는 객관식 평가로 측정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이러한 평가방식을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리학교의 경우 한 학급 당 학생 수가 20~25명, 학년별 전교생 수가 40~60명 정도로 적어 해당 평가방식을 수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일선학교의 경우 학교, 학생, 교육 환경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학교와 교사가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실행해야 하며, 교육청은 객관식 시험을 폐지를 일률 적용하기보다 서술형 평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 논란의 중심에 선 과정중심평가, 안정적인 정착위해 필요한 것은?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적지 않지만, 객관식 평가로는 측정할 수 없는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상황. 그렇다면 과정중심 평가가 안정적으로 교육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할까? 

교육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논란은 △평가의 공정성 △학력 편차 △사교육 심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교육계와 시민사회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에서는 교육환경의 개선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 논란과 학력 편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과정중심평가가 도입되면 수시모집의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 평가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두 제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며 “과정중심 평가가 교육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에게 가중되는 업무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제대로 학생을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어 입시제도와 평가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정책위원장은 “서술형 평가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드러내는 고급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업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겪어 학생 간 학력 편차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교사 수 충원, 재정 지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입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학부모회의 최은순 대표는 “과정중심 평가에서 서술형 평가의 교육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권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내신성취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내신성취평가제가 실시되면 과정중심평가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논란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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