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교육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금지 ‘진퇴양난‘

조기교육에 실종된 '놀 권리' 회복 위해 추진…학부모 반발 직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고민에 휩싸였다. 

학부모들의 우려와 반발 속에 규제에 유예기간을 두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어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작업을 선행하지 않은 채 규제를 먼저 들고 나온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 교육부 "이달 중 결론"…각계 반발에 '고심'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카드를 꺼낸 것은 많은 영·유아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영어 조기교육에 내몰려 '놀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실시한 유아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공립유치원의 32.3%, 사립유치원의 61.6% 등 전체 유치원의 46.3%가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술(40.0%)이나 과학(30.5%)·한글(9.2%)·수학(7.2%)보다 높은 비율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교육부는 '유아교육 혁신방안'에서 영·유아 대상 과도한 사교육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무분별한 영어·한글 등 특성화 프로그램 위주의 방과 후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을 시행하면서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제도는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3월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1∼2학년은 금지하고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은 그대로 두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을 둘러싼 반발은 예상보다 컸다. 

과도한 사교육 문화를 개선하고자 실시하는 규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영어를 접하지 않을 경우 학원에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유예기간을 두자는 현장의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교육 전문가들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학부모 혼란을 초래한다며 비판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부가 여론에 밀려 한 발 뒤로 물러섰다며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를 검토해 이달 안에 결론을 내리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공교육 내실화·영어학원 규제 등 종합대책 필요" 

교육계에는 영어를 중심으로 한 영·유아 사교육을 줄이려면 누리과정(만3∼5세 교육과정)을 포함한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유아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달 말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금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유아 영어학원 규제안을 함께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영어학원의 교육시간이나 학원비, 시설 등에 대한 세부 규제를 정비해 무분별한 영·유아 대상 강의를 하거나 고액 수강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와 학부모의 인식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유아 영어 사교육을 줄이려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원에 기대지 않더라도 진학이나 취업에 불리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많은 학부모는 조기교육의 효과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만 안 시킬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영어교육을 시킨다"며 "소위 영어유치원에 대한 규제와 공교육 내실화, (종단연구 등을 통해) 이 시기의 영어교육이 효과가 있는지 보여주는 작업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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