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올해 정시는 ‘9회말 2아웃부터’… 일부 학과 합격선 상승할 듯

2018학년도 정시모집 지원 경향 분석(종합)



2018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9일 모두 마감됐다.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올해 정시모집은 한 마디로 ‘9회말 2아웃부터’였다. 원서접수 마감을 앞둔 마지막 2~4시간 사이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 것. 물론 접수마감 직전에 지원이 몰리는 것은 매년 반복되어 온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영어 절대평가가 처음으로 시행되고, ‘쉬운 수능’으로 상위권마저 두텁게 형성돼 유독 눈치싸움이 심했다. 

과연 이러한 ‘막판 소나기’ 지원 경향은 올해 정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지원 경향과 그 전망을 종합 분석해봤다. 

○ 서울 주요 대학 ‘눈치싸움’ 극심… 영어 절대평가·쉬운 수능 탓 

올해 서울대 전체 지원자 3768명의 46.2%가 원서접수 마감일인 9일 오후 3시 이후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3시간 사이에 지원한 인원이 원서접수 시작 후 9일 오후까지 총 3일 반나절 동안 지원한 인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막판 소나기’ 지원 경향은 올해 유독 두드러졌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서울 주요 14개 대학의 마감 직전(원서접수 마감 2~4시간 전) 지원 현황과 최종 지원 현황’을 비교해 보면, 14개 대학에 최종 지원한 인원 7만6382명 중 42.3%인 3만2321명은 원서접수 마감 2~4시간 전에야 지원했다.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올해 영어 절대평가가 처음 시행되고 이로 인해 수능 반영방법 등이 바뀌면서 수험생 스스로 자신의 위치와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면서 “이로 인해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소신 지원하는 경우보다 끝까지 경쟁률 추이를 지켜보며 눈치싸움을 하다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소 쉬웠던 수능도 막판 소나기 지원을 부추겼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해 수능이 비교적 쉽게 출제되면서 동점자가 많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상위권 내에서 합격 가능성을 점쳐보려면 소수점 자리까지 따져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률을 중요한 변수로 생각한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영어 절대평가가 가른 운명… 고려대·서강대 경쟁률↑ 

올해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경쟁률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전반적인 경쟁률 상승은 정시 모집인원이 1만 명가량 줄어든 탓이 크다. 정시로 모집하는 인원 자체가 줄다 보니 자연스레 경쟁률이 올라간 것. 하지만 일부 대학에선 영어 절대평가의 반영 방식도 지원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희대를 제외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특히 고려대와 서강대의 경쟁률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고려대는 4.03대 1에서 5.39대 1로, 서강대는 5.18대 1에서 6.16대 1로 높아졌다. 고려대와 서강대는 영어 등급별로 점수를 반영할 때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를 서울대(0.5점) 다음으로 적은 1점으로 둔 대학들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영어 1, 2등급 간의 격차가 1점에 불과한 대학들이 영어 2등급을 받은 수능 고득점자들의 선호 대학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분석은 반대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경희대는 서울 주요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경쟁률이 하락했는데, 공교롭게도 서울 상위 10개 대학 가운데 영어 1등급과 영어 2등급의 점수 차를 8점으로 가장 크게 둔 대학이기도 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실제 정시 상담 당시 다른 영역은 우수한데 영어영역에서 삐끗한 학생들이 꽤 있었다”라면서 “영어영역 반영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면서, 최상위권 내에서도 다른 영역 성적은 우수한데 영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고려대와 서강대 중심으로 지원하고, 전 영역을 고르게 잘 본 학생들은 연세대로 지원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 경쟁률 따라 합격선도 바뀔까? 경쟁률 폭등 학과는 ‘합격선 상승’ 

치열한 눈치싸움의 여파는 학과별 경쟁률 지형도 바꿔 놨다. 대체로 비인기학과로 꼽히는 학과들의 경쟁률이 전통적인 인기학과들의 경쟁률을 앞지른 것이다. 

서울대에선 1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윤리교육과를 비롯해 △영어교육학과(8.13대 1) △역사교육학과(7.33대 1) △사회교육학과(6.63대 1) △에너지자원공학과(8대 1) △지구환경과학부(7.5대 1) △물리천문학부-천문학전공(6.5대 1) △물리교육과(5.58대 1) 등의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영대학(3.38대 1) △경제학부(3.38대 1) △기계항공공학부-기계공학(3.2대 1) △전기정보공학부(2.48대 1) 등 전통적인 인기학과들의 경쟁률은 다소 낮게 나왔다. 

고려대에서도 △영어교육과(20.67대 1) △노어노문학과(15대 1) △독어독문학과(7대 1) △중어중문학과(6.57대 1) △환경생태공학부(7.44대 1) △지구환경과학과(7.63대 1) 등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고, 연세대에서도 △국어국문학과(10대 1) △노어노문학과(5.42대 1) △대기과학과(7.38대 1) △물리학과(5.88대 1) 등 비인기학과의 경쟁률이 평균 경쟁률(5.33대 1)을 훨씬 웃도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 지원의 추세가 두드러졌는데, 주로 대학보다는 학과를 낮추는 방식으로 안정 지원을 했다”면서 “연대 국어국문학과처럼 예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경쟁률이 급등한 학과의 경우 합격 커트라인(합격선)이 인기학과의 합격 커트라인보다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 반대로 경쟁률이 높지 않은 인기학과의 합격선도 달라질까.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합격선이 대거 내려가려면 적어도 3대 1 미만의 경쟁률이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인기학과에서 눈에 띄게 합격선이 내려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각 학과에 지원 가능한 점수 자체가 대략적으로 나와 있다 보니 학생들도 마냥 터무니없이 지원하진 않는다”라면서 “합격자를 100%로 놓고 봤을 때 80%는 기존 배치 점수 상으로도 합격 가능한 학생들이고 나머지 20%에 따라 합격 커트라인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올해의 경우 주요 대학에서 미달이 나거나 경쟁률이 크게 뒤처지는 학과가 없기 때문에 합격선의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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