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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학생부교과 닮아가는 괴상한 학종 "누구냐, 넌!"

내신과 수능은 학업역량 가늠자 못 돼



“학생부종합전형,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에 사람들은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한쪽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지지하는 쪽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창의력과 협업능력, 자기주도적 학업역량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모두 주입식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입식 암기 학습에서 탈피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업역량과 창의력, 협업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기준으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고교마다 다른 교육 환경이 불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대학이 사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고쳐나가야 할 문제이지 이런 이유로 학종 자체를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게 학종은 대단히 불만족스러운 전형이다. 이들은 수능성적이 학생의 역량을 가장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잣대라고 생각한다. 수능 정시는 알면서도 실수로 문제를 틀린 아이와, 찍어서 문제를 맞힌 아이 중 후자의 아이가 합격하는 구조이지만,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기초로 정성평가가 이루어지는 학종의 공정성에 의심의 눈빛을 보낸다. 


많은 이들이 우리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이 미래에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이들에게는 그것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과목별 연구활동, 수행평가,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같은 것들이 내 아이를 힘들게 하고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보수적이며 오피니언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종에 반대하는 오피니언 리더와 댓글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학종이 처음 취지를 지키지 못하고 갈수록 전형의 특징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사안이든 찬성보다 반대의 목소리가 크게 마련인데, 교육부와 대학들이 일부 학종 반대 여론에 흔들려 학종의 존재 이유를 흔드는 파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 학종이 점점 학생부교과전형과 차이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학종 내신컷이 학생부교과 내신컷보다 높다고? 


학종은 본래 교과 수업을 충실히 듣고 창의력과 협업능력을 발휘해 자기주도적으로 교과 활동에 임하며,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는 비교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교과, 비교과 활동을 통틀어 학교 활동을 성실히 하는 학생에게 가장 유리하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학종 정성평가에 대해 ‘깜깜이 전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폄훼를 이어가자, 대학들은 학종에서 정성평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교과활동에 대한 비중을 슬그머니 줄이고, 대신 내신성적 비중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내신성적으로만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내신 합격컷이 학생부종합전형 내신 합격컷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종이 학생부교과전형과 다를 게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동안은 대체로 학종 합격자들의 내신이 학생부교과 합격자들의 내신보다 1~2등급 정도 낮게 형성돼 왔고,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는 지금도 유효하다. 학종은 학생의 내신성적이 약간 낮아도 자기주도적인 교과·비교과 활동으로 학업성적이 아닌 학업역량을 키워온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전형이기에 자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에서는 이런 역전현상이 비중만 다를 뿐 빈번히 나타나고 있어 문제다. 수도권 대학에서는 일부 학과에서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방권으로 갈수록 역전 현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 국립대 중에 이런 역전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곳이 많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방 국립대의 대입 선발 경향은 사실상 같은 지역에 있는 고교의 대입 대비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국립대가 이처럼 학종에서조차 내신성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학생을 선발한다면, 해당 지역 고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과·비교과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학생들에게 내신을 올리는 데 집중하도록 강제할 수밖에 없다. 


“학종에 내신 비중 커지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해 유웨이어플라이 이만기 평가이사는 자신의 SNS에 “요즘 내신 사교육이 대단하다. 학종에서까지 내신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신의 위력이 자꾸 커진다면 학생부종합전형도 수능전형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비판 글을 올렸다. 


이 평가이사는 “내신으로 줄 세워 가는 학종이라면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의 차이가 뭔가? 부산대의 경우 여러 학과에서 교과전형보다 종합전형의 내신 종합등급이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학종의 본질부터 사수하는 것이 옳다. 요즘 흘러나오는 말처럼 교육부가 학종에서 학생부 평가를 간소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내신으로 줄 세우겠다는 의미인가? 제대로 된 학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행평가 제대로 반영 안 되는 내신, 학업역량 가늠자 못 돼 


교육 관계자들이 학종 선발 시 내신성적 비중을 더 늘려서는 안 된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고교의 내신성적이 지필평가 성적 위주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수업에 수동적으로 임하지만 주입·암기식 문제풀이 학습에 올인해 시험성적을 잘 받은 학생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기주도적으로 과제 연구 등 다양한 교과 활동을 펼쳤지만 실수로 시험을 망친 학생이 있다면, 어느 학생의 학업역량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의 학업역량을 지필고사 성적이 아니라 수행평가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의 진정한 학업역량은 시험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다양한 교과활동 안에서 체득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역량, 협업능력, 창의력, 전공에 대한 관심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신성적을 산정할 때 현재 70% 내외인 지필고사 비중을 대폭 줄이고, 30% 내외인 수행평가를 제대로 시행하고 그 비중을 지금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학종에 반대하는 이들은 동아리활동이나 봉사활동 같은 창체활동은 물론이고, 교과 수행평가까지도 공부에 방해되는 귀찮은 일로만 여긴다. 수능을 찬성하고 학종을 반대하는 것처럼, 내신도 지필고사 성적 위주로 성적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행평가 때문에 아이가 밤을 새우고 학원도 빼먹고 매달린다며 수행평가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많은 고교들이 제대로 된 수행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사실상 제2의 지필고사로 만들거나, 내신성적에 따른 점수 분포대로 수행평가 성적을 산정하는 등 수행평가를 파행으로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내신성적의 수행평가 성적마저도 학생의 학업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학생부 정성 평가 항목 조정하겠다는 정부, 신중 또 신중해야 


이런 현실에서 학종 평가에 내신정석 비중을 강화해 가는 것은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인재를 선발한다는 학종의 존재 이유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더구나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수시에서 가장 많은 수를 선발하는 전형 역시 학생부교과전형이다. 그런데 학종에 내신성적 비중이 커진다면 두 전형에 차이가 사라지고, 결국 학종은 고사하고 만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올 3월 고교 학생부의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 활동, 교과학습 발달 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의 기재 방식을 개정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창의적 체험 활동 항목 가운데 사교육 개입 여지가 큰 소논문, 자율동아리 등의 활동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사교육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동우 교사(대구 청구고)는 “학교생활기록부 서식 및 작성 지침을 정할 때, 진학과 입시의 관점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학생부는 진학과 입시의 도구이기 전에,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충실하고 정직하게 기록한다는 교육적 관점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 행정이 지나치게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대학이 정성평가할 수 있는 교과·비교과 활동 항목을 학생부에서 대거 없애거나 축소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후퇴하는 일이며, 학종 역시 후퇴시키는 일이란 사실을 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학종을 비판하는 이들조차 학종의 도입 취지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 교육이 변화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를 향한 발전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처음 도입한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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