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책 싫어하는 아이도 눈치 못 채는 '비장의 글쓰기 학습법'

박시성 선생님의 ‘실력이 저절로 늘어나는 학습 시나리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우리가 이런저런 판단과 선택의 상황에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입니다. 닭이 먼저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분들도 계시고 알이 먼저라고 굳세게 주장하시는 분들도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전제가 잘못된 질문이라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꾸짖는 분들도 많습니다.


글쓰기에 대해서도 이런 논쟁이 있습니다. ‘머리에 뭐 든 게 있어야 글을 쓰지. 아는 것도 없고 생각도 없는데 뭔 글을 쓰겠어. 먼저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할 줄 아는 게 우선이지. 그러니까 글쓰기는 나중에 해도 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단번에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리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따르기도 뭔가 흔쾌하지 않습니다.


사고(思考)의 그릇을 넓히는 글쓰기 훈련!

글은 기본적으로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당연히 내용물이 중요하죠. 그러나 농부가 비 오기 전에 연못을 파 놓지 않으면 물도 고이지 않듯이 글쓰기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온갖 생각들이 명료하게 자기 지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각들은 기체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것을 응축시켜 목마를 때 마실 수 있는 물처럼, 창의적 지식으로 만들어 주는 노하우가 글쓰기 훈련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할까요? 여기서 부터가 문제입니다. 우리가 읽는 모든 글은 결과물입니다. 그 글이 완성될 때까지 글쓴이가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의 과정 중 절반은 생략돼 있습니다.


결과물을 보고 그 과정을 역추적해서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글쓰기의 고수입니다. 그러면 이제 막 글쓰기 훈련에 들어가는 초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쓰기 훈련, 어떻게 시작할까?

어떤 사람들은 필사(筆寫)를 강조합니다. 읽은 내용을 그대로 자기의 빈 노트에 베껴 쓰기 하는 방법입니다. 아주 효과가 좋은 글쓰기 훈련 맞습니다. 실제로 전업 작가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주도적 동기부여가 안 되는 어린 아이들에게 권해서 성공하기 어려운 방법인 것도 맞습니다. 스스로 이걸 해야 되겠다고 작심한 어른들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던 글쓰기 교재들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이지만 꾸준히 학원 다니면서 지도 교사와 함께 해 나가는 것도 분명 큰 도움이 됩니다. 글 전체는 아니지만 좋은 글의 일부를 꼼꼼하게 읽고 주어진 문제에 나름의 답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글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요령을 터득해 갈 수 있습니다. 현실적합성 면에서 가장 무난하고 또 많이 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뭔가 또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 떨치기 힘듭니다.


요즘은 뜨고 있는 거꾸로 교실이나 이스라엘의 하브루타 교육방식을 도입한 독서논술교실도 많이 있습니다. 발표와 질문, 그리고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길러가는 훈련이기도 하고 논리적 사고능력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근본적으로 길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이 먼저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책 한 권으로 시작하는 ‘글쓰기 훈련’시나리오!

이런 방식 저런 시도들이 그 나름의 의미도 있고 또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방식이 문제이겠습니까. 아무리 소박하고 졸렬한 방식이라도 꾸준히 해 나가다보면 훌륭한 길이 되는 법이죠. 남의 생각과마음을 읽을 줄 알게 되는 길이, 자신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는 길이 어찌 하나 뿐이겠습니까. 제가 다시 초딩 학부모가 된다면 이렇게 해보겠습니다. 


책 싫어하는 아이도 눈치 못 채는 아빠의 ‘비밀 학습법'


step1 손잡고 함께 가는 서점 데이트!

이번 달에 아빠와 같이 읽을 책을 사러 아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서점에 간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집어 든다. 아들이 자기는 이 이야기 다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빠도 옛날에 읽었는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우긴다.


책을 사 들고 피자집에 들러 책은 옆에 두고 피자 신나게 먹다가 책을 쓰윽 펴서 몇 장 넘기며 그림 구경하고 보아 뱀 그림은 형편없는데 바오밥나무 그림을 잘 그렸다는 둥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step2 효심을 자극하는 ‘아빠의 유혹’

책은 항상 눈에 잘 띄는 곳에 의도적으로 배치한다. 책을 사 온 며칠 후 아들에게 부탁한다. 아빠가 요즘 눈에 침침해서 글씨가 잘 안 보이니까 스마트폰 녹음기능 켜서 하루에 한 챕터씩 녹음해서 카톡으로 넣어달라고. 총 27장으로 돼 있으니까, 스물일곱 번 녹음해서 보내주면 한 번 할 때마다 천 원씩 준다고 미끼도 끼운다.


아빠를 위해서 뭔가 애쓰는 사람을 효자라는 말도 꼭 해 준다. 아들 목소리로 책을 읽으면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 받을 때에도 힘이 불쑥 날 것 같다고. 이런 방식 저런 시도들이 그 나름의 의미도 있고 또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방식이 문제이겠습니까. 아무리 소박하고 졸렬한 방식이라도 꾸준히 해 나가다보면 훌륭한 길이 되는 법이죠. 남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줄 알게 되는 길이, 자신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는 길이 어찌 하나 뿐이겠습니까. 


step3 아이의 뇌를 자극하는 아빠의 말

녀석이 첫 번째, 두 번째 장까지 녹음해서 보내줄 때까지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아들의 목소리가 어떻다는 둥 발음의 속도를 좀 조절해 가면서 하면 훨씬 귀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는 둥, 어느 부분이 감정 처리가 정말 기가 막히게 됐다는 둥 칭찬 거리와 조언할 내용을 듬뿍 준비해서 돌려준다. 


중간 중간에 스토리에 대한 녀석의 이해와 기억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질문 형식으로 제공한다. 예를들면 “애들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고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는데 왜 그럴까. 아빠가 옛날에는 그런 생각 안 해 본 것 같은데 네가 읽어 준 내용을 들으면서 자꾸 그런 생각이 나네.”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step4 효심이 식을 때, ‘필사’와 함께 더 큰 미끼를 던져라!

5, 6번 정도까지 이렇게 진도를 나가다가 7장쯤 시작될 때가 되면 슬슬 녹음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효심도 식어갈 것이다. 이때 아빠가 전철 타고 출퇴근할 때마다 이어폰으로 들으니까 귀가 아프다고 말하면서 7장은 큰 종이 앞뒤로 빽빽하게 잘 읽히도록 손으로 써 달라고 한다. 책을 들고 다니는 건 전철에서 너무 불편하다고. 물론 수고비 100% 인상이라는 커다란 미끼와 함께. 그리고 8장은 내용 말고 그림 다섯 장 있는 것만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7장을 손으로 다 적고 나면 8장을 옮겨 적기가 두려워질 테니까. 


step5 아이를 감동시키는 ‘아빠와의 시간’으로 편지를 쓰게 하라

9장부터는 반대로 아빠가 너무 재미있어 하면서 실감나게 녹음해서 아들한테 보내준다. 그리고 아빠의 느낌에 대해 온갖 감동을 너저분하게 늘어놓는다. 아들 입에서 “아빠 그건 좀 오버지.” 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10장부터는 아빠하고 하루에 한 챕터씩 같이 쉬엄쉬엄 쓸데없는 이야기도 섞어가며 같이 읽는다. 그리고 20장부터는 어린왕자라는 카톡방을 열어 엄마까지도 동참시킨다.


카톡으로 주고받는 단문 속에서 아들이 같은 책을 보는 서로 다른 느낌을 발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마치며 아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다. ‘길들임과 사랑에 대하여.’ 물론 아들이 답장을 하게 하려면, 답장을 안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아빠의 몫이다.


 박시성 선생님은 공부연구소 하투스(HATOOS)의 언어사고력팀장으로, 일산 위너스 학원, 영통 위너스 학원, 화성 봉담더하이스트 학원에서 대입논술과 수능영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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