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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 국어, ‘생각하는’ 공부만이 살길이다

노병곤 입시와전문가 국어원장이 말하는 변화하는 수능 국어에 적응하는 방법



수능이 점점 ‘독해지고’ 있다. 국어영역만 보아도 이 점은 분명하다. 국어영역의 1등급 컷은 2013년 수능의 경우 98점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1월에 치러진 수능에서 국어영역의 1등급 컷은 93점이었다. 불과 5년 만에 5점이나 하락한 것이다. 이것은 시험이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엔 숨어있는 변수도 있다.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 만큼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국어와 수학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런데도 점수는 오히려 내려가는 추세다.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해도 점수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독해진 국어시험이지만 그래도 적응해야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것이 수험생의 어려움이다. 


국어시험이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생각하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항들도 많이 출제되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듣기 문항도 있었고, 문학 영역에서도 출제될 만한 작품들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깊은 사고나 복합적 지식을 활용해야만 풀 수 있는 ‘킬러 문항’이 별로 없었고 맹목적 반복만으로도 풀 수 있는 문항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실수를 하지 않는가가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3점짜리 하나를 실수로 틀리면 2등급으로 떨어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말 치러진 수능 국어는 3점짜리 문제 두 개를 놓쳐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다. 열심히 공부해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지식을 배우고 외우는 학습 방식으로는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없다. 지식을 배우고 익힌 것으로 만족하고 그것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배우고 익힌 지식을 실생활이나 주변의 상황에 적용해 보고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구개음화 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익히 알고 있듯이 ‘ㄷ’이나 ‘ㅌ’이 ‘l’ 또는 ‘l’ 선행모음을 만나면 ‘ㅈ’이나 ‘ㅊ’으로 바뀌는 것이 구개음화 법칙이다. 그래서 ‘둏다’가 ‘좋다’로 변했고, ‘같이’가 ‘가치’로 발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디다’나 ‘더디다’는 왜 ‘지지다’와 ‘더지다’로 바뀌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을 찾아내야 한다. 


하나만 더 보자. ‘걷다’는 두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돈이나 재물 따위를) 달라고 해서 모으다’는 뜻도 있고 ‘양쪽 다리를 번갈아 떼어 내딛으며 몸을 옮겨 나아가다’는 뜻도 있다. 앞의 뜻으로 쓰일 때는 ‘걷고, 걷어서, 걷으니’ 등으로 규칙활용이 된다. 그러나 두 번째의 뜻으로 쓰일 때는 ‘걸어, 걸으니, 걸어서’ 등으로 불규칙활용이 된다. 왜 어떤 경우엔 규칙활용이고, 왜 어떤 경우엔 불규칙활용이 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입다’는 ‘입고, 입으니’ 등의 규칙활용인데, ‘밉다’는 왜 ‘미워, 미우니’ 등의 불규칙활용이 되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작품이 해석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특히 고전시가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원문 자체가 조선 시대 어휘로 구성되어 있고, 표기법 또한 현대국어와 다르다 보니 해석하는 것만도 벅차다. 그래서 해석만 되면 작품을 완벽히 이해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렇다면 한 가지 예상문제를 풀어보자. ‘상춘곡’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 볼 때, ‘미음완보하여 시냇가에 혼자 앉아/ 명사 좋은 물에 잔 씻어 부어 들고(한가로이 시를 읊으며 시냇가에 혼자 앉아, 맑은 모래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들고)’의 시간적 배경은 언제일까?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의 다섯 가지 선택지 중에서 정답을 찾고 왜 그것이 정답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어렵다면 다음 구절을 참고로 해 보자. ‘아침에 채산하고 나조에 조수하세(아침에는 산에서 놀고, 저녁에는 물가에서 놀자)’ 이 구절과 위의 질문을 입체적으로 엮어 공부하는 방식을 다른 작품들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정도만을 짧게 예로 들었지만, 이제 어려운 국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어느 정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로부터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단계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배운 지식들을 복합적으로 엮어 보기도 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단계까지 자신을 끌어 올려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생각하는 공부를 이끌어 주는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생각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국어 시험의 문제를 출제하는 출제자들도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친다. 그런 사고 속에서 복합적인 문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출제자의 마인드를 갖추고, 출제자의 역량을 갖춘다면 국어의 고수가 될 수 있다.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을 때는 다섯 개의 선택지 중 가장 긴 것을 고르면 된다는 터무니없는 요령이나, 긴 독해 지문은 첫 단락과 끝 단락만 읽으면 되고, 정 시간이 없으면 마지막 단락만 읽어도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기적 같은 거짓말에 현혹되지 말자. 먼저 기본 지식을 익히자. 그런 다음 생각하자. 필자가 ‘글과생각’을 강의 브랜드로 삼는 것도 이러한 뜻을 담고 있다. 


*위 질문들은 과거 어떤 시험에서도 출제된 바가 없습니다. 필자가 직접 만든 창작문제임을 밝힙니다. 상세한 풀이와 정답은 네이버 ‘입시와전문가’의 입시칼럼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입시와전문가’ 국어원장 문학박사 노병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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