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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공지능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독서’에 달렸다

유영호 사단법인 슬로독서문화 대표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독서의 의미



21세기에 들어 독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독서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만이 즐기는 활동으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은 책의 핵심인 문자가 아닌 영상·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지요.   
 
미래사회를 예측할 때 인공지능이 독서를 대체할지, 아니면 상호보완 작용을 할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이것은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아이들은 지금 바로 독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해봅시다. 첫째, 지식 습득을 위해 독서보다 영상·디지털 매체가 유효한가? 둘째, 독서를 통해 익힐 수 있는 학습능력이 인공지능 시대에는 불필요한가?  

○ [의문 1] 독서는 지식 습득에 불리하다?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 봅시다. 사실 무엇인가를 이해할 때 글보다는 그림을 통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컴퓨터를 활용한 3차원 영상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학습 만화나 과학 잡지 등을 통해 많은 정보와 지식을 기억합니다. 글을 읽을 때도 내용을 자신이 경험한 현실의 ‘이미지’와 연결해서 이해하지요.  
 
얼굴을 묘사한 글과 그림을 생각해보세요. 상당히 생략된 얼굴 그림을 볼 때엔 심지어 이 사람의 성격까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글은 아무리 자세히 묘사해도 독자가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으면 이해는커녕 머릿속에 남지도 않습니다.  
 
글과 그림의 중요한 차이는 그런 이미지를 독자가 직접 만드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둔 이미지를 볼 때 스스로 다양하게 독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감독이나 연출가의 해석이 이미 들어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늘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며 글을 읽으면 스스로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화를 많이 보는 아이들은 점차 책을 읽기 싫어합니다. 나아가 성적은 좋은데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면서 공부를 회피하게 됩니다.  
 
즉, 영상을 보는 것은 글을 읽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는 유리하지만, 독서·독해 능력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학습 습관 형성에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 [의문 2] 독서는 인공지능 시대엔 불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독서능력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필요할까요? 책을 읽고 많은 지식을 기억하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미래에도 쓸모가 있을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는 사람의 능력치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이에 이젠 개인의 기억력도, 창의력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딥 러닝’이란 방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우수함을 입증했지요. 로봇이 쓴 스포츠 기사뿐만 아니라 로봇이 지은 소설과 로봇이 작곡한 음악도 인간이 창작한 그것들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창의성에서도 인공지능이 더 뛰어날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로봇에 감정을 투사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로봇개의 장례식을 절에서 치르지요. 앞으로 어떤 로봇은 사람보다 훨씬 높은 대우를 받게 될지 모릅니다. 이렇게 동물 또는 인간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이 사람으로부터 자립하는 것을 법적으로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허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쟁점은 아닙니다. 문제는 비슷한 수준의 로봇을 소유한 국가끼리 또는 지배층끼리의 갈등입니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같은 수준의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갖고 있다면 승부는 다른 이유로 갈라질 것입니다. 화력이 우수하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로봇보다 우월한 인간의 능력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입니다. 여러 해결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 선택이 적합한지 판단하거나 이를 비판하는 것을 인공지능에게 맡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왜’라고 다시 물을 수 있는 능력을 로봇에게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로봇이 인간의 말에 ‘불복종’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문제설정능력이나 비판적 사고력은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은 책을 읽고 자신이 동일시한 등장인물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그를 공감하고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래서 독서 지도를 할 때 어른들은 아이가 먼저 의문을 갖게 하고, 토론을 할 때에도 아이들이 갖는 의문에 따라 토론 주제를 정해줘야 합니다. 교사라고, 또는 아이들보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논의과정이나 결론의 방향을 미리 결정해선 안 됩니다. 

○ 인공지는 시대의 독서, 그 ‘목표’가 달라져야 
 
독서능력이 높아지면 소설 속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립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미래, 즉 인공지능 활용이 세탁기 사용처럼 수월한 시대에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부모나 주변의 압력으로부터 자립하는 능력입니다. 부당한 압력에 불복종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남은 고귀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영상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는 이런 비판적 사고력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요즘 많은 어른들이 대중매체의 압력에, 특히 자신이 동의하는 입장에 의문을 던지거나 반성하지 못합니다. 어려서부터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만 독서를 하고,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그렇게 배운 지식으로 형성한 문제해결능력이 앞으로 인공지능보다 열등할 것이라고 느껴 독서의 필요성에 회의를 품고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그런 분위기로 인해 독서를 회피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인간만이 갖고 있는 문제설정능력, 또는 비판적 사고력은 어디에서 배워야 할까요? 인공지능 시대의 독서는 그 목표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유영호 사단법인 슬로독서문화 대표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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