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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육칼럼] 학교에서 만나는 메이커 교육, 과제와 방안은?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드는 이를 ‘메이커(maker)’라고 한다. 메이커 교육이란 이러한 메이커를 양성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학생이 직접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습득하는 체험 기반의 교육을 지향한다. 
 
 
○ “메이커 교육, 좋은 건 알겠는데… ” 
 
메이커 교육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미래지향적 교육으로 주목받는다. 스스로 설계하고 창작하는 메이커 교육의 특성상 수학, 공학, 과학 지식이 필요하고, 3D 프린터 등 다양한 기술 도구를 활용하기 때문에 디지털 소양도 키울 수 있다. 또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도구를 탐색하고, 방법을 정해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도전정신과 끈기, 대인관계능력 등 역량을 종합적으로 키울 수 있다. 
 
이처럼 메이커 교육이 지닌 교육적 가치를 믿고 다양한 교육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전파하는 일을하고 있지만, 메이커 교육이 도입되고 정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메이커 교육이 좋은 건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겠는가”란 우려가 가장 크다. 여기서 현실적인 도움이란 대학 입시로 수렴하는 학교 성적에 기여하는 정도를 뜻한다. 얼마 전 학부모 대상의 교육에서 한 부모는 자녀가 수학 문제를 풀 때는 기특해 보이지만, 몇 시간씩 만들기를 하고 있으면 ‘언제 끝날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국·영·수·과·사의 시험 성적을 중심으로 아이의 학습 성취를 판단하는 관점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학부모가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수요와 여론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메이커 교육 도입에 관한 현실적 우려를 간과할 수는 없다.
 
 
○ 미래지향적 교육, ‘메이커 교육’이 공교육에 정착하려면? 
 
이러한 맥락에서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양질의 교과 연계형 메이커 교육 커리큘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러 과목을 융합해서 교과 내용과 연계하고 만들기 활동에 잘 녹여 넣는다면 메이커 교육의 효과도 달성하고 현실적 우려도 불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대다수의 커리큘럼이 3D 모델링이나 코딩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도구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의 성격이 강하다. 만들기 활동의 내용 역시 주어진 지침을 보고 따라 만드는 식이어서 학생 개인의 창의성이나 사고력이 발휘될 여지가 적다. 교과 과정을 잘 이해하는 교사와 메이커 교육 전문가가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 메이커 교육을 공교육 영역에 도입하면 교사의 이해 및 수행 정도가 교육 효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메이커 교육에서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존의 역할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만들며 배워 나가는 과정을 돕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변모해야 한다. 또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평가하기 때문에 기존 평가 방식에 비해 교사의 업무량도 크게 증가한다. 게다가 아직까지 많은 교사들이 메이커 교육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하다. 열정을 갖고 배우거나 실천하는 일부 교사들도 개인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정책적 뒷받침과 학교 지도층의 지원이 없다면 메이커 교육이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들기 공간, 즉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에 대한 접근성 이슈가 있다. 다행히 최근 발표한 메이커 교육 정책에는 이러한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눈에 띈다. 그러나 공간과 장비에 너무 치중하면 메이커 정신을 함양하고자 하는 본래의 초점이 흐려질 수도 있다. 마치 잘 갖춰진 공간과 장비 없이는 메이커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메시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교육 콘텐츠와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훌륭한 공간이 마련되더라도 공간과 장비의 유지 관리에 필요한 사후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게 시작된 움직임이 금세 사그라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에 3D 프린터가 있어도 고장이 나면 고칠 사람이 없다며 학생들이 손도 못 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와 부산시교육청이 향후 5년간 각각 100억 원과 300억 원을 투입해 메이커 교육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온전한 창작의 기쁨을 느끼며 진정한 배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정교한 지원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되길 기대한다. 모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 오영주 메이커스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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