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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동아리, 올해부터 학생부에서 빠지나?

학종 취지 무색케 하는 '땜빵' 처방은 안 돼



올해부터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자율동아리 항목을 삭제하는 안이 교육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고교 학생부 기재항목을 단순화하겠고 밝혀왔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고교 학생부에 자율동아리 활동을 기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입에서 학생부는 당락의 결정적인 키로 작용한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6.2%를, 정시에서 23.8%를 선발한다. 특히 서울권 상위 11개 대학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만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45.2%를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를 기초로 학생의 학업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학생부 관리가 대입 준비의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 항목이 너무 많고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생부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는 이유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학생부 기재 방법의 개선이 끊임없이 요구돼 왔다.

학종 준비 잘하는 학교일수록 자율동아리 활동 활발
학교 동아리활동은 학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 항목에 기재된다. 학교 동아리는 크게 정규동아리와 자율동아리로 나뉜다.

정규동아리는 학생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동아리로 본 수업 안에서 진로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반면 자율동아리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해 학교의 승인 아래 방과후에 활동하는데, 학습 관련 독서, 토론 활동이 주를 이룬다.

교육부의 2016년 학교별 자율동아리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38개 학교가 정규동아리 이외에 평균 39개의 자율동아리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자율동아리가 하나도 없는 학교도 상당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수시 학종 대비에 집중하는 학교일수록 자율동아리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었고, 정시에 집중하는 학교일수록 자율동아리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처럼 학교마다 자율동아리 운영 상황이 다르고, 자율동아리 조직과 운영에 학부모나 사교육의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자율동아리 활동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성장에 거름 주는 자율동아리, 없애서는안 돼"
하지만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교육부의 시각과 크게 차이가 있다. 서울 일반고의 한 교사는 “자율동아리는 기본적으로 학생들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학습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어, 교사의 손길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공정성을 기하려 한다면 학생부 기재 항목에서 자율동아리를 삭제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율동아리 활동에 비협조적인 학교를 변화시켜 학부모나 사교육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교사는 “자율 동아리에서는 토론이나 독서, 학습 활동을 주로 하는데,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동아리를 조직하고 운영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리더십,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자기관리능력, 진로개발능력 등을 키우게 된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교육부가 학생부에서 이를 기재하지 않도록 한다면 사실상 자율동아리를 없애는 결과가 돼, 학생들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역시 학생부 기재 항목을 축소하는 것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이 학생 역량을 판단하는 데 학생부를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데, 기재 항목이 줄어들면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대입 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학생부 기재 항목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 된다”며 “학생부 개편의 핵심 목표는 대학이 창의력과 사고력이 뛰어난 미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 깨서야"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의 자율동아리 활동도 함께 늘면서, 많은 학생들이 과거의 수동적인 학습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고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증언이 교육현장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가 할 일은 제도 시행과정에서 대두되는 부정적인 문제들을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고교에 맞춰 학생부를 바꾸려 하는 것은 학종을 도입한 근본 취지를 망각한 채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독을 깨버리는' 것이나 같다. 

교육부 앞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학생부를 손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학교를 변화시키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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