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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포자 됐어요”… 왜? 추상적 현대시 때문에!

‘순수국어’ 저자 유민우 강사에게 듣는 ‘추상적인 현대시 해석법’


감상하기에는 좋지만, 시험에서 만나면 두렵기만 한 문학. 문학 중에서도 최근 수능 국어의 점수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현대시다. 이는 과거에 비해 더 추상적인 작품의 해석을 요구함과 동시에 논리적인 사고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 겉보기에는 고난도 비문학 지문만이 고득점의 열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시험 전반의 체감 난도를 결정하는 ‘암초’의 역할은 현대시가 맡는다. 안정적인 고득점을 위해서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추상적인 현대시.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현대시라고 해서 해석하는 방법이 비문학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글’을 읽어내는 것이기 때문. 현대시 해석에 있어서 수험생 대부분은 ‘상황’과 ‘정서’ 파악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하지만 상황과 정서는 도대체 어떻게 파악하는 것일까? 2014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생명의 서(유치환) / 농무(신경림)’ 지문을 두고 막연했던 현대시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 ‘꼼꼼’ 지문 분석


◆ (가) : 1연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게끔 첫 번째 연이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시의 상황과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다. 세세한 부분에 대한 해석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현재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병든 나무를 보며 생명력을 잃어가는 상황으로 예상해 봐도 좋은데, ‘생명력’이란 문학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을 보면서는 ‘극복 의지’를 정서로 잡아도 좋다. 완벽함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에서의 극복 의지’ 쪽으로 상황과 정서만 가볍게 잡고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 (가) : 2연



1연에 비해 시어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기본’이란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법. 2연에서 수험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어는 ‘사멸했다’, ‘고민하고 방황한다’ 정도가 될 텐데, 해당 시어에만 집중해도 해석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1연에 비해 부정적인 ‘상황’이 훨씬 더 강조되고 있다는 것.



◆ (가) : 3연



3연에 들어서는 ‘고독’과 ‘호올로 서면’ 같은 시어가 눈에 들어온다. 외로운 ‘정서’를 나타내주는 시어이기 때문. 이뿐만 아니라 ‘고독 가운데에 호올로 서서 나와 대면한다’는 표현을 바탕으로 극복 의지를 한 번 더 짚어내도 좋다. 1연에서 이미 ‘극복 의지’를 예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의미를 알기 힘든 시어들만 등장하고 있지만, 그저 부정적인 상황에서의 극복 의지로 시 해석을 마쳐보자. 찝찝함이 약간 남을 수는 있어도 이 정도만으로도 아무런 걸림돌 없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수능 문제는 ‘분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 파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나) : [A] 부분




제목이 농무(農舞)이므로 현재는 농무가 끝나고 뒤풀이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정서는 ‘즐거움, 기쁨’일 텐데, 나오는 시어들은 그렇지가 않다. 직접적으로는 답답함, 고달픔, 원통함 등의 표현을 쓰고 있고, 그 외의 시어들도 다소 공허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상황이기에 이런 정서를 갖게 됐을까?’라는 의문을 중심에 두고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 (나) : [B] 부분



‘쪼무래기와 처녀애들밖에 없다’라는 말을 볼 때도 생각을 넣어 보는 것이 좋다. 현대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 중 하나인 ‘1970년대 산업화·도시화’를 떠올려 본다면 완벽. 수능이 지식을 요구하는 시험은 아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최소한의 지식은 알아 두는 것이 좋다. 가령 수험생으로서 ‘김소월’이 누군지 전혀 모르고 문제를 풀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어 눈에 들어오는 말은 마지막 행인 ⓑ 부분. 이제는 산업화로 인해 남자들이 모두 농촌에서 떠나, 힘들어하는 상황으로 확신할 수 있다. 이런 상황과 연결되는 정서는 그에 대한 ‘체념’일 것이다.


◆ (나) : [C] 부분



예상했듯 체념의 정서로 연결된다. 하지만 곧이어 신명나게 농무를 추는 상황이 다시 등장하는데, 힘든 상황을 농무로 이겨내려는 심정을 읽어낼 수 있다. 마냥 체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농무로 ‘승화’시키려 한다는 생각까지 이어가면 충분한 해석이다.


○ ‘콕콕’ 문항 분석


◆ 38번 문제 



정답은 4번. 비교적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정답의 ‘근거’를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단순히 ‘대구법’을 근거로 잡고 마는데,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는 굉장히 어색하다. 두 개의 작품을 바탕으로 출제한 첫 번째 문제에서 고작 (나) 시의 마지막 두 줄만이 일반적인 ‘대구법’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 해석’과는 사실상 무관한 수준의 풀이가 되어 버릴 뿐만 아니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여 문제 수준이 높은 9월 모의평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도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올바른 근거는 역시 내용, 즉 상황과 정서에 있다. 단순히 형식적인 대구법이 아니라, 농무로 시작해서 농무로 끝나는 ‘상황’, 즉 내용상의 대구법이기 때문에 정답이 되는 것. 보통 대구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구법’을 떠올리는 것이 통념이지만, 출제자는 일부러 대구의 ‘방식’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내용상의 대구까지 만들어 냈다. 내용과 형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한편, 이것까지 파악하지 못했어도 일단 답은 맞힐 수 있게 한 치밀한 문제인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출제자는 시를 [A], [B], [C]로 나눔으로써 내용적인 대구가 좀 더 눈에 띄게 배치해 뒀다).


◆ 39번 문제



㉠~㉤의 시어 자체에 연연하지 말자. 파악한 상황과 정서에 따르면 (가) 시는 부정적인 상황에서의 극복 의지가 중심이었는데, 3번 선지에서는 상황에 맞서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벗어남’을 말하고 있다. 내용상 반대되므로 정확한 답이다. 


5번선지의 선택 비율이 높았는데, 이 역시 그저 ‘실수’로 치부해선 안 된다. 어려운 말 속에 빠져서 헤매다가 그럴싸한 선지를 찍었을 것이기 때문. 많은 수험생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성찰하게 만드는 문제였다.


◆ 40번 문제



정답은 3번. 역시 시에서는 체념이라는 정서를 드러냈는데, 3번선지는 ‘극복 의지’를 의미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정답 선지만 다룬다. 더 상세한 해석은 순수국어 커뮤니티 ‘순수비’ 및 책 『순수국어 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순수국어’ 저자 유민우 강사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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