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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학부모 상담 Q&A] 교육에 올인했더니, 오히려 아이가 방황해요

아이들 진로 스스로 선택해야 책임감이 뒤따른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변화로 인해 지금의 자녀들이 성장해 직업을 가질 때쯤에는 예전과 다른 사회가 펼쳐질 것이 예견됩니다. 한치 앞도 짐작이 안 되는 미래를 앞에 둔 자녀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입니다.


[학부모 상담 Q&A]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진로 관련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Q. 저는 삼수생인 큰아이와 올 해 고3인 작은 아이를 둔 가장 힘들다는 고3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자녀교육에는 가장 적극적이고 극성스러운 엄마입니다. 원래 약사로 일했지만 아이들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직장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아이들 교육과 양육에 올인했습니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도 했습니다. 항상 아이들과 관련된 일들이 우선이었고, 아이 친구 엄마들을 통해 온갖 교육정보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강남의 억척스런 엄마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기에도 부족한 성적이 저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큰 아이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 편입니다. 뒤늦은 진로 결정이 아이를 힘들게 했지만 큰 아이는 엄마인 제 뜻을 잘 따라 주었고, 미술학원과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디자인 관련 대학으로의 진학을 준비했습니다.


원하던 대학은 아니지만 2개의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래도 디자인으로 유명한 H대 지방캠퍼스가 훨씬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 아이의 의견은 뒤로 한 채 H대로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지방이라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고 한번도 집을 떠나 생활해 보지 않았던 큰 아이가 어떻게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있는지는 관심을 뒤로 하고 작은 아이 진학에 계속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좋다는 논술학원에 등록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개인 과외를 하는 등 작은 아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짜여진 스케줄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재수와 삼수로 이어지며 여전히 방황하던 진로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는 줄 알았던 큰 아이가 1학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서울에 올라와 다시 재수를 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달라는 아이의 간절함이 와 닿았기에 우리 부부는 흔쾌히 학교를 휴학시키고 다시 반수 준비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아이는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대학 입시를 다시 도전해야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다 싫어진다고 했습니다. 재수기간동안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진학 실패 이후에는 다니던 대학으로도 다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뭔지 모를 아이의 마음에 병은 깊어져만 갔고 다시 삼수를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모습에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내가 뒷바라지를 했는데 이럴수가 있나하는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괴롭고 힘든 사람은 바로 큰아이였겠지요.


형이 삼수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작은 아이는 고3이지만 투정도 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소리 없이 묵묵히 갑니다.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각종 입시 설명회와 학원 설명회도 직접 다니고 정보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지못해 들어준다는 심정으로 행동하고 받아드리는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긴 했습니다.


돌아보니 제 마음이 항상 먼저 앞서 가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얼 좋아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떤 일을 해야 멋있고 성공해서 남보란 듯 살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습니다.


비로소 스스로 선택한 진로, 책임감을 가져와


부모인 저도 아이들과 같은 사춘기를 맞는가 봅니다. 지금은 두 아이에게 진로결정의 선택권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그 때 요청하도록 했지요. 처음에는 불안해하고 의아해하는 아이들도 지금은 더 편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삼수를 준비 중인 큰아이는 처음으로 자신이 고민하며 선택한 학교들을 지원했고 작은 아이는 수시와 정시 모두 관심 있는 IT분야로 결정해 준비중입니다.


아이들에게 진로결정권을 넘기고 나니 가정에서 아이들과 대립되는 일들이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스스로 자신들의 시간을 관리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모습과 행동들이 보여집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제 욕심이 앞서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부모란 든든한 울타리 역할만 하면 되는데 그 울타리 되는 일이 쉽질 않네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해 책임있는 행동과 노력을 끝까지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A.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것!


부모도 아이와 함께 철이 듭니다. 하지만 부모는 인생을 앞서 살아본 선배로서 내 자녀에게 해 줄 말도, 해 줄 조언도 많습니다. 특히 자신의 인생에 만족스럽지 않은 부모일수록, 많이 배우고 많이 아는 부모일수록 자녀를 수직관계로 여기며 더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자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부모는 너무 늦게 알게 되지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인생이 다름을 인정하고 관심과 애정어린 눈으롤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은 오히려 부모입니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진로에 관한 고급 정보가 우선이 아니라 자녀에 대한 믿음과 부모와의 소통입니다.


사례에서처럼 엄마의 지나친 정보력이 자녀들을 더 주눅들게 하고 그 시간동안 아이들은 더 부모의 기대에 맞추려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진로결정의 주체가 결코 부모여서는 안됩니다. ‘자녀의 인생은 자녀의 것’이라는 것을 꼭 마음속에서 계속 다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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