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문학작품 읽으며 ‘논술’ 실력 키우자!

시적 상황으로 화자의 나이를 맞춰라



본 기사는 청소년 진로 학습 인문 시사 매거진 <톡톡> 2월호에 수록된 박시성 선생님의 글입니다. 대입 논술의 최강자 박시성 선생님이 '훈장'님이 되어 들려주는 대화를 읽고 논술 실력을 키워봅시다! 

설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설날’이 가지는 의미는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나이 한 살 더 먹는 설날 아침이 되면 제가 항상 떠올려보는 시 한 편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시(詩)를 스스로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훈장님으로 변신한 박시성 쌤과 학동의 유쾌한 대화를 들어보도록 해요!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적 상황’으로 화자의 나이를 맞춰라!

시를 읽을 때는 맨 먼저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 봐야한다고들 배웠으리라. 화자란 시에서 자기 심정을 말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 시를 쓴 사람, 시인이라고 하지. 그 시인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줄 적절한 인물을 정하는 거지. 마치 소설가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주인공을 설정하는 것처럼 만들어 낸 가공의 캐릭터란다. 당연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화자로 설정될 수가 있지. 우리가 시를 읽고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은 바로 그 화자의 그 절절한 마음이 주는 느낌과 울림 때문이리라.

훈장: 그렇다면 질문! <설날 아침에>에 등장하는 화자는 몇 살쯤 되는 사람일까?
학동: 술을 한 잔 할 수 있는 나이라면 20대 아닐까요?
훈장: 샘은 여전히 술을 즐기는데, 네 말대로라면 이 샘은 늘 20대겠네.
학동: 그럼 20대 이상 되는 나이요!
훈장: 차라리 10대는 아니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나? 너무 모호하잖아?
 
화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 말투만 보고도 느낌이 팍 올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너희들은 ‘시적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하느니. 쉬운 말로 어떤 상황에서 하는 말인지를 알아야 어떤 화자인지 알 수가 있지 않겠냐는 거지. 시적 상황을 상상할 때 시의 제목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도 그러하구나. 

훈장: 설날 아침에 우리 뭐하지?
학동: 차례 지내고 떡국 먹고 그러죠.
훈장: 또? 네가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닐 텐데?
학동: 아! 세배요!

훈장: 그렇지! 네게는 세배보다는 세뱃돈이 설날의 의미에 더 가깝겠지. 샘도 너처럼 철부지였을 때 그랬으니까. 자, 그러면 이 시의 화자는 세배를 하는 사람이냐, 세배를 받는 사람이냐?
학동: 당근, 받는 사람이죠.
훈장: 그렇겠지. 세배하는 사람이 뭔 말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지. 그러면 세배 받는 사람이 하는 말인데, 그런 말을 뭐라고 하는지는 아는고?
학동: ‘덕담’이라는 단어 정도는 저도 알고 있사옵니다, 훈장님.
 
훈장: 잘 됐다. 그럼 한 단계 더 나가보자.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에 대한 덕담이 분명한데, 역시 비유를 통해서 실감나게 말씀해 말씀하시려고 애쓰시는구나.  자 여기서 답을 찾아보자. 새해맞이에 대한 두 번의 비유 중 첫 번째는?
학동: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 파릇한 미나리 싹이 / 봄날을 꿈꾸듯’입니다.

훈장: 그렇다. 겨울과 봄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란 말을 멋지게 했다고 화자는 생각했겠지. ‘쟤 완전 감동 먹었을 거야’ 생각하면서 말이지. 과연 청자는 감동했을까? 유(You)의 느낌은?
학동: 눈 정화 영상 한 편 보는 것 같네요.

훈장: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모양이구나. 하물며 너처럼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라면 이런 시골 풍경에 감동하긴 힘들지 그래서 화자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바로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는’이라는 문장에서지. 이 시의 청자는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시의 청자는 이 ‘고운 이빨’이 나는 어린 것을 한창 키우고 있는 사람이겠다. 그럼 몇 살?
학동: 음.......그렇다면 한창 이빨이 나는 아가를 키우는 나이니까 청자는 서른 살 정도?

훈장: 그렇겠지. 그렇다면 네가 내린 결론을 한번 읊어 보거라.
학동: 네, 이 시의 화자는 결혼해서 분가한 지 얼마 안 된 아들에게 새해에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덕담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의 화자는 이제 그 아들이 일가를 이루어 가장이 된, 60세 전후의 초보 할아버지가 아닐까 사료됩니다, 사부님.

옳거니, 아빠 그늘 밑에 있을 때와 달리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힘들게 한해를 보냈을 아들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지. 바쁜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편히 쉬고 싶은 시간에 두 시간마다 깨서 우는 애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어떤 때는 한밤중에 열이 펄펄 나서 오밤중에 문 연 약국 찾으러 온 동네를 헤매고, 그것도 모자라 병원에 갔다가 바로 회사 출근하는 고된 일상을 반복하다 어느 날, 아빠를 빤히 쳐다보며 이빨 두 개 드러내고 함박 웃어주는 애기 얼굴 보면서 마음 녹아버리는 아빠 말이다. 

훈장: 제자의 일취월장을 칭찬하노라. 시의 내용대로 2018년은 좀 더 슬기롭게 공부 열심히 하는 제자기 되도록 하여라.
학동: 네 사부님. 더욱 학문에 정진해 사부님의 경지를 뛰어넘어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청출어람(靑出於藍) 하겠습니다!
훈장: 그건 네가 할 말이 아니니라. 오바하지 마라. 훌륭한 학자는 용기뿐만 아니라 겸손의 덕목도 갖추어야 하는 법.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장면...한 번도 못 봤지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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