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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가능성 ↑ 대입 블라인드 면접… 올해 수시 풍경 바꿀까

‘예산 지원’ 당근과 함께 등장한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 전망은?



교육부가 최근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65개 내외 대학을 선정해 약 56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이번 사업은 등록금 동결, 전형료 인하 등으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 입장에서는 단비 같은 소식. 

여기에 교육부는 이번 지원 사업을 대학 입학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선정 대학을 심사하는 평가 지표에서 대입 공정성 항목 배점을 상향하고, 부모 직업 기재 금지 및 기재 시 불이익 조치 마련, 연령 및 졸업연도 등 불합리한 지원 자격 해소 조치 등을 새롭게 평가에 포함시킨 것.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대입 블라인드 면접의 도입이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상당수가 학생부종합전형의 일환으로 면접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을 유도하는 평가 지표의 신설은 올해 수시 풍경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 대입 블라인드 면접? 어떤 모습일까? 

블라인드 면접은 출신지역이나 학교 등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 개입할 부분을 가린 채 면접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기관 또는 민간 기관 채용에 도입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학력‧학벌 처벌의 관행을 철폐하는 차원에서 이 블라인드 면접을 대학 입학 면접에도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입 면접에서의 블라인드 면접은 어떤 모습일까. 교육부가 밝힌 블라인드 면접의 기준은 ‘면접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원자 개인정보(수험번호, 이름, 고교명 등)를 삭제’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 따라 배제하는 정보의 가짓수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면접을 실시하는 대표적인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에서의 생활 기록을 기초 전형자료로 활용하는 전형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삭제될 경우 오히려 정상적인 평가가 어려울 수 있는 것. 결국 대입 블라인드 면접은 교육부가 제시한 기초적 수준의 정보만 삭제하는 형태가 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교육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목표하는 바도 블라인드 면접의 전격적인 확산보다는 도입 유도에 가깝다. 평가지표 자체가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 노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블라인드 면접 도입과 관련된 상황을 일괄적으로 적용‧강제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평가지표의 의미는 블라인드 면접을 전체 전형에 일괄 적용하든, 일부 전형에 시범적으로 도입하든 우선은 대학이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기 위해 보인 노력을 주어진 배점 내에서 평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블라인드 면접, 서울대는 이미 실시 중 

교육부가 이번 예산 지원 사업을 계기로 블라인드 면접의 도입을 유도하겠다고 나섰지만 사실 수험번호, 이름, 고교명을 삭제하는 수준의 블라인드 면접은 이미 여러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학이 서울대다. 

서울대는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아예 제시문 기반 면접만 실시하고, 지역균형선발전형과 기회균형선발전형에서만 서류 기반 면접을 실시한다. 이 때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 하는 서류 기반 면접까지도 철저하게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서울대 입학본부의 설명.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면접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서류 기반 면접을 모두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해왔다”면서 “서류평가의 평가위원과 면접평가의 평가위원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평가 의견 외에 서류평가 과정에서 알게 되는 부수적인 정보는 면접 평가자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원자의 서류에서 일괄적으로 소속 고교를 모두 가리는 것은 물론 학교, 지역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나 기록도 서류 평가를 담당하는 입학사정관들이 일일이 가린 후 면접 평자가에게 전달한다는 것.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기본적으로 학생이 처한 환경 속에서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대 입학본부는 교육과정이나 교육프로그램 등 개별 고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 “하지만 면접 단계에서만큼은 오로지 면접에서 오가는 대화만으로 학생의 생각이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 한 명의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는 모두 제외하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 “블라인드 면접 도입 늘 것, 실효성은 글쎄” 

그렇다면 이번 예산 지원 사업을 계기로 대학 입시 면접에서 블라인드 면접이 더욱 늘어나게 될까. 대입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블라인드 면접의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만큼 여러 대학이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교육부가 말하는 블라인드 면접은 소속 고교와 이름, 수험번호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지우는 것”이라면서 “이 정도 수준에서는 많은 대학이 평가 지침을 따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교육부가 요구한 블라인드 면접 요건이 기본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더라도 실제 면접 과정에서는 블라인드 면접을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속 고교와 이름, 수험번호를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블라인드 면접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예산 지원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이 심사의 가점 요소인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면접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학생이 소속된 고교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는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면접에서 평가자가 ‘고교에서 가장 어렵게 공부한 과목’을 물었을 때, 지원자가 ‘고급 화학’ 또는 ‘고급 물리’라고 답할 경우 해당 학생이 일반고보다는 과학고나 영재학교 학생일 확률이 크다는 점은 비교적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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