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종은 돈으로 갈 수 있는 전형이 아니다

"성실성이 기본…성장형 인재에게도 유리해"



언론의 '학종 때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내보낸 '학종이 1학년 1학기 성적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상위권 몰아주기’ 전형'이라는 주장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가 나가자 많은 일선 고교 교사들이 "언론이 학종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폄훼해, 주입식 암기식 학습으로 성적 줄세우기를 하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제도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선에서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후 학교의 긍정적인 변화를 몸으로 직접 겪었기에 "학종 때문에 좋은 대학에 못 가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비난은 잘못됐으며,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해 학종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리고등학교 권혁선 교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권 교사는 학생부 단순화와 몰아주기식 전형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을 자신의 SNS에 실었다. 그는 학종으로 대학에 가지 못하는 학생은 '돈'이 없는 학생이 아니라 '성실함'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지적하며, '학종은 돈으로 가는 전형이 아님'을 강조했다. 권 교사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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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을 꿈도 못 꾸는 건 공부 못하는 학생이 아니라 불성실한 학생 

최근 <부모 '돈' 없고 학생 '운' 없으면 학종 꿈도 못꿔>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이 기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불공정한 전형으로 폄하하며, 이른바 '학종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저는 이런 기사를 통해 사람들이 '학종 때문에 좋은 대학 못 가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이야기할까 두렵습니다.

대체로 이런 기사들은 학종을 약화시키고 수시 교과 전형으로 만든 다음에 '어떻게 학교 간에 차이가 엄연한데 무조건 내신만을 기준으로 할 수 있느냐'하는 논리를 또 다시 전개해 수능 최저등급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변별력을 빌미로 어려운 수능 시험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하지만 절대 속으시면 안 됩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학종을 꿈도 못 꾼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학종을 꿈꾸지 못하는 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아니라 불성실한 학생입니다. 당연히 불성실한 학생은 학종으로 대학에 갈 수 없습니다. 수차례 말씀드리지만 요즘 학종은 일단 내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학종은 '우상향' 성장형 인재에게도 유리한 전형

또한 학종은 돈으로 갈 수 있는 전형이 아닙니다. 사실 꼭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1학년 1학기 성적 이야기도 합니다. 당연히 1학년 1학기 성적이 좋은 친구가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기사에 나온 학생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고교시절 3년 동안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신문기사의 주장과는 반대로, 학종은 1학년 때는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2학년 이후로 성적이 향상된 친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처럼 우상향 성적을 보이는 학생은 학종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런 학생이 정량적으로 성적만을 반영해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한다면 좋은 대학에 가기 더 어려울 것입니다.

고3 되고 성적 오른 대기만성형 인재 10%도 안 돼

많은 사람들이 고3이 되어 성적이 오른  대기만성형 인재에게는 학종이 불리한 전형이라 이야기합니다. 1, 2학년 때 불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고3이 돼서야 정신을 차린 아이들이 그런 친구들입니다. 바로 이런 아이들을 위해 정시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출되는 대기만성형 인재 비율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정시 30%도 지나치게 많습니다.

늦게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의 비율은 불과 10%도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요즘 학종 때문에 수능 시험이 쉽게 출제되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나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내신 등급이 수능 등급보다 높게 나옵니다. 제발 학종 때문에 좋은 대학 못 가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이야기 좀 하지 마세요.

교내대회 형평성 논란, 내신 1등급과 입상자 비율이 다르기 때문

교내대회가 형평성에 어긋나게 운영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교내대회는 내신보다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내신은 4%까지 1등급을 받지만 교내대회 1등은 단 한 명 뿐이니 치열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가진 친구들은 1등급 친구들의 벽을 뚫고 입상을 합니다.

얼핏 재능이 없는 친구들이 볼 때는 특정 학생에게 몰아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내신과 입상자 비율이 다른 만큼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내신은 몇 주일 전부터 시험 범위를 외워서 치르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지만, 교내 대회는 그 정도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 내신 관리를 잘해온 학생이 아닌 학생들이 입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학교에서는 단순 시험 식으로 흐르는 교내대회의 폐단을 막기 위해 대회에 출제되는 문제들을 단순 문제풀이형이 아닌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하려고 하고, 다양한 형태의 실험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입상자만 기록하는 학생부, 학종 취지 훼손한다

저는 오히려 교육부가 교내대회에 입상자만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한 것이 대다수 학생들을 무력감에 빠뜨리고 학종의 취지까지 훼손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부가 같은 방식으로 자율동아리, 진로활동 역시 무력화시킨다면 결국 학종은 내신만 남은 껍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결과를 바라고 언론들이 학종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입니다. 수시 무력화와 수능 영향력 강화, 그리고 변별력을 이유로 과거 어려운 수능으로 회귀케 하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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