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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대 등록자 수 ‘훌쩍’ 증가한 고교들, 한 입 모아 “비결은…”

‘일반고가 갈 길을 보여주다’-직전년도 대비 2018 서울대 등록 실적 급증한 일반고의 비결
 

 
《과거 수능 성적 중심의 입시 체제에서는 일반고가 수월성 교육에 집중하는 특목‧자사고에 밀린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개별 고교의 여건과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 잠재력을 종합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꾸준히 교육 경쟁력을 강화해 온 일반고들이 특목‧자사고 못지않게 ‘대학 잘 가는’ 일반고로 도약하는 추세다.  

<에듀동아>는 달라진 입시 지형을 기반으로 최근 괄목한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일반고의 비결과 노하우를 전하는 ‘일반고가 갈 길을 보여주다’ 기획을 준비했다. 특히 이번 기획은 그간 꾸준한 입시 실적을 내면서 ‘전통적인 강자’로 불리던 일반고 대신 제로베이스 혹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에서 시작해 성과를 일궈낸 일반고에 주목했다.》

※ 참고: 대개 우리나라에서 고교의 진학 실적을 따질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료가 바로 ‘서울대 진학 실적’이다. 물론 서울대 진학 실적이 모든 교육 성과의 기준이 될 순 없다. 그러나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 가장 직관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 역시 ‘서울대 진학 실적’을 기반으로 기획했다. 더불어 이번 시리즈에 사용된 데이터는 모두 서울대 최초 합격자가 아닌 추가 합격 절차를 거쳐 실제로 서울대에 ‘등록’한 이들을 기준으로 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제공한 ‘2018학년도 고교별 최종 등록 현황(서울대)’ 데이터를 살펴보면, △단대부고 △한일고 △숙명여고 △공주사대부고 △서울고 △경기고 등 최근 몇 년간 서울대 등록 실적 상위 10위권 내에 줄곧 이름을 올렸던 일반고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10위권 내에 다수 포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순위를 조금 넓혀보면,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던 학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2017학년도에 비해 2018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수가 100% 넘게 증가하면서 ‘깜짝’ 실적을 낸 고교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 고교에는 어떤 진학지도 비결이 숨겨져 있을까.  
 
○ 수리고‧명덕고‧서문여고 등 서울대 등록자 수 두 배 이상 ‘껑충’

 
2018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수 기준 7명 이상의 등록자를 배출한 상위 35위권 이내 고교 가운데 경기 군포시의 수리고는 총 7명이 서울대에 최종 등록해, 등록자 수 기준으로는 35위를 기록한 고교다. 하지만 2017학년도와 비교해 등록자 수가 늘어난 비율로 보면 수리고는 35위권 이내 일반고 중에서 가장 증가율이 큰 고교로 꼽힌다. 2017학년도에는 서울대 등록자가 0명이었다가 2018학년도에 수시 6명, 정시 1명 총 7명의 최종 등록자가 나왔기 때문.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명덕고도 2017학년도에는 서울대 등록자가 총 4명이었다가 2018학년도에는 수시로만 6명이 서울대에 진학했고, 정시까지 포함하면 총 13명이 최종 진학했다. 단순 증가율로 따지면 225%가 증가한 실적이다. 이밖에도 서울 용산고는 2017학년도 4명에서 2018학년도 11명으로 175%가 증가했고, 서울 양천고는 2017학년도 4명에서 2018학년도 9명으로 125%가 증가했다.  

여기에 꾸준히 두 자리 수 이상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하면서 경기여고, 숙명여고, 진선여고 등과 함께 ‘명문여고’로 꼽혔던 서문여고가 2016학년도 8명, 2017학년도에 5명으로 다소 주춤한 실적을 보였다가 2018학년도에 다시 11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하며 부활을 알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2018학년도에 ‘깜짝’ 실적을 낸 이들 고교는 단대부고, 숙명여고, 한일고 등 꾸준히 많은 수의 서울대 등록자를 내면서 그간 언론에 많이 소개되어 온 일반고들과 달리 소리 없이 조용히 실적을 끌어 올려 온 ‘신흥 강자’의 성격을 띠고 있어 그 비결이 더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명덕고는 2018학년도에 13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냈는데, 이는 그 직전 5년(2013~2017학년도) 동안 기록한 평균 등록자 수(3명)와 비교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수리고도 2013~2017학년도 평균 등록자 수(2명)와 비교할 때 2018학년도(7명) 등록 실적은 무려 218.2%가 증가했다. 

○ ‘깜짝’ 실적 낸 고교들, 직전 5년과 비교해 봐도 높은 증가율 보여

이들 고교가 서울대 등록자 수를 ‘확’ 끌어올릴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증가율 상위 5개교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취재에 응한 고교들은 공통적으로 ‘수시 중심의 입시 대비 체제로의 전환’을 비결로 꼽았다. 

최근 몇 년 간 수시모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입에서 수능이 끼친 영향력 때문에 정시 중심의 입시 지도를 고수해 온 고교가 많았다. 수시모집 비중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부 고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입시 지도방향의 전환이 늦었기 때문. 

김계영 서문여고 3학년 부장교사는 “2018학년도를 제외하고 그 이전 2년 정도 진학 실적에서 하락세를 보였는데, 내부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것이 원인이 아니었나’ 분석한다”면서 “모의고사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까 수시 비중이 8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도 정시 위주의 진학 지도가 주를 이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시 중심의 입시 대비를 강화하면서부터 서문여고의 진학 성과는 개선됐다. 김계영 서문여고 교사는 “비교과 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등 교육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고, 실제 이번에 눈에 띄는 실적을 낸 2018학년도 졸업생들은 1학년 때부터 이런 비교과 활동을 다채롭게 해 온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입시 지도 방향의 변화는 개별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이들 고교의 이같은 변화에는 입시 지형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강조해 온 학교 운영자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우섭 수리고 진로진학부장 교사는 “입시 변화의 흐름을 잘 알고 계시던 현 김종표 교장선생님이 오신 뒤로는 학교 차원에서 수시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고,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내 홍보 등을 여러 번 하면서 기존에 정시만 생각하던 학생들 상당수가 수시 준비까지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질 높은 비교과 프로그램 만들고, 교육과정 다양화하고” 

물론 단순히 입시 지도 방향만 바꾼 결과는 아니다. 입시 지도 방향이 수시 위주로 바뀌려면 그에 맞춰 학교 교육 프로그램의 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총 13명의 서울대 등록자를 낸 명덕고는 정규교과과정 내에 과학탐구Ⅱ 네 과목을 최대한 편성하는 것은 물론 내신 부담으로 인해 Ⅱ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Ⅱ과목 방과후 수업까지 별도 편성해가면서 학생들이 깊이 있는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교과 학습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다수 갖췄다. 송성호 명덕고 교사는 “과학중점학교로서 다양한 형태의 과학탐구‧실험대회를 교내에서 개최하고 그 외에도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하는 STEAM R&E 등 학생들의 공모전 참가를 적극 독려해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한편으로는 융합형인재를 선호하는 대학의 선발 경향에 맞춰 문학대회, 경제탐구대회 등 인문‧사회 분야의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교내 프로그램을 다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교육과정의 다양화는 명덕고 외에 다른 고교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이다. 최근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전공적합도 측면에서의 학업역량을 강조하는 만큼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학과, 진로와 관련된 학업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고교가 충분히 마련해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우섭 수리고 교사는 “인근 고교들과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면서 “‘문예 창작 전공 실기’, ‘생명 과학 실험’이 개방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고 학생들은 이 외에도 교육과정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인근 고교를 통해 ‘고급 물리’, ‘국제경제’ 등 일반고에서 듣기 어려운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다. 

서문여고 또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의 일환으로 ‘인문영재학급’과 ‘수학영재학급’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심화 학습을 지원한다. 모두 일반고에서는 다양한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어렵다는 편견을 깬 시도다. 

○ ‘반짝’ 실적 그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교육 경쟁력 강화 노력

이들 고교는 모두 지금의 입시 지형이 이어지는 한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츰차츰 성과를 내면서 진학지도 노하우를 쌓고 있는데다 학생과 고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  

김계영 서문여고 교사는 “철학, 미술 등 인문‧예술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방과후 수업은 기존에 운영하던 교과 중심의 방과후 수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최근에 시작한 것”이라며 “차별화된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8명의 교사들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성호 명덕고 교사는 “과학중점학교로서의 경쟁력 극대화하기 위해 교사 업무 분장에 탐구‧실험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집중 지도할 ‘탐구팀’도 별도로 만들었고, 챔버오케스트라를 구성해 공연과 봉사활동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했다”면서 “이처럼 지난 6, 7년간 명덕고 학생들이 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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