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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교육, 학교‧학생‧학부모 ‘3박자’ 조화 이뤄야 효과 높아”

양성평등 시범학교 운영사례로 살펴보는 양성평등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최근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미투(#MeToo)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한 쪽에서는 권력 구조 내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성적 관행을 고쳐 나갈 것을 주장하는 한편 또 다른 쪽에서는 일상생활에 만연하게 퍼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성 인식과 양성평등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한국양성평등교육원(이하 양평원)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놓았다. 양평원이 지난해 초등학교 3곳을 양성평등 시범학교로 지정하고,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1년간 실시한 결과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양성평등 의식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  

양평원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범교과 학습주제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양성평등이 인권교육의 하위 주제로 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직접 다루기 어려워진 측면이 많다”면서 “이번 시범학교 운영 사례 등을 통해 교육 효과가 입증된 만큼, 앞으로 학교 현장의 양성평등 교육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에서 양성평등 교육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지난해 양성평등 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양성평등 교육의 효과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 지루한 강의는 가라, ‘프로젝트 수업’으로 배우는 양성평등 

경북 금장초와 울산 무거초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양성평등 시범학교로 지정되었다. 두 학교의 양성평등 교육은 ‘학생참여 중심 활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 형태로 수업이 진행될 경우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지루하게 느끼기 쉽고, 이로 인해 양성평등 인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양성평등 교육이 이뤄지면, 학생들은 다채로운 활동 그 자체를 즐기면서 양성평등 인식도 내면화할 수 있게 된다. 무거초 학생들은 △양성평등을 주제로 동화책 내용을 새롭게 재구성해보고 △엄마에게 집중된 가사 일,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인식 등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남·여 차별 사례와 해결 방안에 대해 토의·토론하고 △양성평등 인식을 담아 동요 가사를 개사하고, UCC(손수제작물)를 만드는 등의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했다.   

김성열 무거초 교사는 “학생들에게 ‘여자 화장실에는 변기 개수가 1.5배 더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여주며, 남·여 화장실 변기 개수가 달라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도록 했다”며 “학생들은 토의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신체 차이를 인지하게 되고, 변기 개수에 차이를 둬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며 스스로 성적 차이와 성 차별을 구분해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 “기존 교과와 연계되어야 효과 극대화” 

양성평등 시범학교들이 실시한 양성평등 교육은 또 다른 핵심은 기존 교과와의 연계성을 최대한으로 높인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양성평등 개념을 몸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 교과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국어, 사회 등 기존 교과의 성격을 고려해 양성평등 교육과 비교적 연관성이 높은 단원 위주로 프로젝트 활동 등을 개발해 접목한 것.  

이정은 금장초 교사는 “이벤트성으로 양성평등 교육을 진행하면 일회성에 그치기 쉬워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어렵다”면서 “교과 수업과 어우러져 양성평등 교육이 꾸준하게 이뤄질 때 비로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장초 5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도덕·국어·사회·실과·체육 교과를 융합한 수업에서는 △양성평등을 인권의 관점에서 살펴보고(도덕) △문학작품과 일상생활 속에서 고정된 성 역할로 불평등함을 느낀 상황을 찾아본 뒤 대처방안을 모색한다(국어). 또 △조선시대의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남녀 차별적인 여가생활에 대해 탐색하고(사회) △옷차림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며(실과) △남·여학생이 함께 각 나라의 민속춤을 발표해보는(체육) 등의 활동으로 이어진다. 각 교과에서 꼭 배워야할 개념 및 지식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양성평등 인식이 형성되도록 설계한 것.  

이 교사는 “학생들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사실은 대부분 이해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인지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꼈다. 그런데 교과 수업을 통해 실생활에서 남·여가 느끼는 불평등한 상황을 탐구하며 무엇이 불평등한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는 성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양성평등 문화 확산, 학교와 가정 모두의 몫!  

금장초와 무거초에서는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양성평등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가정환경은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형성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치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양성평등 인식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선 가정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 

금장초에서는 매월 넷째 주 주말을 이용해 양성평등 체험의 날을 운영했다. 전교생이 주말 동안 가족과 함께 △우리 가족 양성 평등 규칙 만들기 △양성평등 실천 가족 표어 만들기 △집안일을 평등하게 분담해보기 등의 통해 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드는 활동을 수행하는 날이다. 이러한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가사 일은 엄마의 ‘몫’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의 ‘몫’임을 깨닫는다.  

양성평등 인식이 확산되려면 학교와 가정,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 ‘학교’도 사회의 하나다. 양성평등 교육이 말로 그치지 않도록 학교 내부의 성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양성평등 교육 시범학교인 무거초에서는 “‘녹색 어머니회’는 엄마만 가입할 수 있어 성 차별적”이라는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녹색 학부모회’로 이름을 변경하고, 여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교내 스포츠클럽도 개설했다.

김 교사는 “양성평등 교육을 시행하며 교사인 나조차도 불평등한 성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며 “무거운 짐을 여러 개 운반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남학생을 호명하곤 했으나, 최근에는 ‘선생님이 책상을 옮겨야 하는데 같이 도와줄 친구 있니?’라며 특정 성별의 학생에게 특정한 일을 맡기는 식의 행동을 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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