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사교육의 재번성기 돌아온다, '수능·정시 확대' 확정

수능·정시 확대, 학종 축소는 교육후퇴다!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난받고 있던 학생부종합전형의 축소와 수능 정시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2020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하는 마감날(3월 30일)을 며칠 앞두고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을 직접 만나거나 통화해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정시전형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일, 연세대학교가 발 빠르게 2020학년도까지 정시비중을 33.1%로 늘린다는 시행계획안을 발표했다. 또한 모든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연세대가 발표한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안’에 따르면 2020학년도의 정시모집인원을 1,136명으로 전년도 1,011명 대비 125명 증원한다. 연세대는 수시모집에서 충원하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경우, 정시모집의 실질적인 모집인원 비율이 40%이상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9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만 해도 입학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큰 변화를 지양하고, 정량적 지표 위주의 평가를 최소화하겠다던 연세대가 돌연 입장을 번복한 것은 교육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공문이나 의견수렴과 같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화나 면담만을 통해 정시확대를 요청한 것에 대해 대다수 대학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위 10개 대학만 면담이나 통화를 하고, 이외 대학에는 전혀 연락을 주지 않아 타 대학 입학처장들은 단톡방으로 이 같은 소식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육부가 10년 가까이 유지해온 수시 확대 기조에서 갑작스럽게 정시 확대를 요청한 것에 대해 대학들은 2~3년 치의 입시계획을 다 뒤엎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혀 현재 고2뿐만 아니라 고1, 중3 학생들까지도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대학들은 교육부가 행정 제재와 재정 지원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수저와 언론비난에 굴복한 교육정책


사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정시 확대의 요구도 반작용처럼 늘 있어왔다. 공정함을 기본 원칙으로 하더라도 농어촌학교보다 도시 학교가 수능 성적이 잘 나오듯 대학의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정시 등 전형도 고교의 위치와 수준에 따라 유불 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3구를 비롯해 양천구 목동, 노원구, 대전 둔산지구,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광주 상무지구 등 상대적으로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한 정시확대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전개돼 왔다.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지역에서 ‘금수저 전형’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반대하고, 오히려 정시확대를 외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오피니언들의 요구에 부응해 언론들도 숲이 아닌 나무만 쳐다보는 일방적인 비난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 수능 구조에서 사교육의 수혜가 많을수록 성적이 높아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능 중심의 교육에서는 족집게 스타강사의 강의를 듣느라 정작 학교에서는 잠자기 바쁘고, 인성과 진로를 위한 다양한 학교의 활동들은 학원만도 못한 시간낭비 취급을 받는다. 강남은 1년 재수비용이 2년 치 대학등록금에 맞먹는다고 해도 매년 11월 말이 되면 학원 등록 문의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학교, 수능중심 교육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한편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대학에 정시확대를 요청한 것에 대해 교육 현장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실제로 학교, 학생들의 변화를 유도해왔다고 확신하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학교교육이 다시 수능 중심의 교육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라고 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마냥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잡무에 시달리는 학교교사들도 학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실제로 학종은 분명히 교사들에게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와 같은 교육이라면 판서만 하면서 진도만 쭉쭉 빼도 문제가 없다. 심지어는 EBS 수능강의를 틀어주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반면 학종이 요구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교사들이 해야 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낙오된 학생이라도 끝까지 독려해야 하고, 심지어는 주말에도 학생들의 관심사를 위해 동아리활동을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추천서를 써주기도 하고, 자기소개도 봐줘야 하며, 학종의 핵심인 생활기록부를 두고 몇날며칠을 밤새 씨름하기도 한다.


어떤 직업인이든 자신의 업무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교사로서는 2배, 3배 이상 일거리가 많아진 학종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학종을 지지하는 이유는 학종을 통해 달라지는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종은 교실에서 잠든 학생들을 깨우고, 일반고를 살리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전형이었고, 실제로 달라진 학생들을 보면서 교사들은 다시 교사의 책무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따라서 정시확대는 결국 다시 수능 중심의 교육으로 돌아가는 교육의 후퇴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학종을 반대하고 정시 확대를 외치는 기사가 언론기사를 도배했다면 앞으로는 학종을 지지하는 교사들의 비난을 교육부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비판에서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상위권 대학 학종 축소는 어려울 것…학생 부담만 쌓인다

현재까지 대학들이 학종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교육계에서 근 10년간 지속됐던 학종으로 인한 수시 확대의 흐름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분명하다.


한편 교육부의 정시 확대 요구에 대해 서울 상위권 주요 대학들은 논술·특기자 전형의 모집인원 축소로 정시 모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논술전형을 운영하지 않거나 타 전형 운영 상황이 여의치 않은 대학들은 결국 학종 인원 차감으로 정시를 증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체 대학의 선발 비율에서 학종이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의 학종 축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학종은 상위권 대학에서 우수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전형으로 유효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세대는 2020학년도 전형계획안에서 정시 인원을 125명 늘리며 학종 인원도 120명 늘린 한편, 수시 특기자 전형 206명과 논술 36명을 축소했다.


이처럼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와 학종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결국 학생들의 이중부담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교육부의 급작스러운 선회는 현 고2뿐만 아니라 고1, 중3 학생들에게도 입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한다. 황폐화된 교실을 되살리고 학교를 교육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은 학종과 이를 통해 달라지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불태웠던 수많은 교사들에게 수능중심 교육으로의 회귀는 큰 아픔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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