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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비중 높아져도… “체감 안 되고, 학종 비중은 줄지 않을 것”

연세대發 정시 확대… 2020학년도 대입, 정시 확대 기조로 돌아설까?



교육부가 대입 정책에 잇따른 엇박자 행보를 보이며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를 통해 수능이라는 시험을 자격고사화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 교육정책의 큰 줄기. 지난 3월 교육부가 ‘2018년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지원 사업’을 발표하며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완화를 권고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데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내년 대입에서 정시모집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며 2주도 채 안되는 사이에 교육부가 정반대의 대입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능의 중요성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낮추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터뜨린다. 

이런 상황은 지난 1일 연세대의 발표로 더욱 심화됐다. 연세대는 ‘2020학년도 연세대학교 입학전형 시행계획(안) 발표’라는 이름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정시모집 정원을 확대하고, 수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박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정시 정원 확대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지 이틀 만에 연세대의 발표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진짜 수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 서울 소재 최상위권 대학인 연세대가 학생 선발 기조에 변화를 주면 다른 주요 대학도 도미노처럼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므로 입시 수요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시가 확대되면서 수능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정말로 높아질까? 갑작스런 변화들로 혼란을 느낄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2020학년도 대입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를 살펴본다. 


○ 2020학년도 대입 정시 비중 늘지만, 체감은 “글쎄…” 
  
교육계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는 다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연세대는 내년도 입시에서 정시로 1136명(125명↑)을 선발한다고 밝혔으며, 동국대 입학처 관계자도 “정시모집 인원을 2019학년도 856명에서 2020학년도 869명으로 소폭 확대하고, 수능 최저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일부 대학은 정시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입학처는 “교육부 권고로 2020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안을 기초사항부터 다시 논의 중”이라고 말했으며,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도 “인재발굴처(입학처)에서 정시 확대 여부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수년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정지원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의 권고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 또는 폐지하고, 정시 비중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학별 대입 전형 계획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 다만, 수험생들이 정시 확대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교협이 발표한 ‘2019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 계획’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은 23.8%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권고를 적극 받아들인다 해도 2020학년도에 드라마틱하게 정시모집 비중을 늘리긴 어려울뿐더러 정시모집 비중을 늘린다고 해도 현재 정시 비중 자체가 미미하므로 이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정시모집 규모가 확대됐다고 체감하기 위해서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6대 4 정도는 되어야 한다”며 “대학들이 수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약 25%에 불과한 정시 비중이 내년에 40% 수준으로 급격히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정시 확대는 곧 학종 축소?… “학종 비중 오히려 늘어날 수도”

현재 대학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내년 대입에서 정시 비중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들은 “정시 비중 확대는 곧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현재와 비슷한 모집 규모를 유지하거나, 대학에 따라 다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왜 일까? 

대학들이 정시모집 인원을 늘리려면 결국 정시에서 늘어나는 인원만큼 수시모집 인원을 줄여야 하는데, 수시모집 학종 인원을 줄일 수는 없다.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을 대폭 줄이면 대학은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바꿔 말하면 교육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의 규모가 대폭 줄어듦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시모집 인원을 메울 구멍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과 논술전형 밖에 없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특기자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방식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어 특기자전형을 축소·폐지하면서 해당 인원이 학종과 정시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일부 대학에서는 결과적으로 학종 선발 인원이 다소 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내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안을 살펴보면 실제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연세대는 내년도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의 모집정원을 206명 축소했는데,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의 모집인원은 각각 120명, 125명이 증가했다. 다른 대학들도 연세대와 같은 경향을 가져간다면 정시비중 확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기자 전형뿐만 아니라 논술전형의 축소·폐지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교육부는 논술 전형이 과도한 사교육비를 유발한다며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일관된 기조를 보여 왔기 때문. 하지만 내년 대입에서 당장 논술전형을 폐지할 경우 대입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규모가 다소 축소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 대표는 “대학의 입장에서 논술전형을 급작스레 폐지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소 축소할 가능성은 있다”며 “내년도에 논술전형 지원을 염두에 둔 학생들은 보다 철저히 논술고사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논술고사를 100%로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논술고사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조언했다.  


○ “올해와 내년도 대입, 크게 다르지 않아” 

내년도 대입에서는 정시모집이 예년에 비해 확대되고,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폐지하는 대학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그렇다면 현재 고2 학생들은 대입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입시전문가들은 내년도 대입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즉, 2020학년도 대입은 여전히 수시를 중심으로 굴러간다는 것. 다만, 한 가지 수험생들이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는 상위권 대학이 증가하면, 수시 경쟁률이 상승하고 그만큼 수시 탈락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결국 수시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어도 안정적인 대입을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수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연철 진학사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현재 연세대가 ‘정시 확대’라는 스타트를 끊었지만 이것이 중상위권 대학으로도 이어져야 대입이 정시 확대 기조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시 확대를 이야기하는 후속 대학들이 많지 않다”며 “결국 내년도 대입은 여전히 수시 선발인원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수시를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하되, 탈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시 지원을 고려한 수능 학습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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