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따라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두 전형을 둔 학교들이 꽤 있다. 물론 여기서는 ‘일반전형’에 해당하는 전형을 의미한다. 자신이 진학하길 희망하는 대학이 ‘일반전형’으로 두 전형을 둔 경우, 어느 전형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학의 이 전형은 일반고가, 저 전형은 자사특목고가 지원하는 거야.’와 같은 ‘세간의 ‘공식’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런 세간의 ‘공식’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한다면 각 전형마다 평가 요소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일 터인데, 그냥 공식에 따른다고 지원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두 전형 중 하나를 고르려면 ①평가 요소의 비중이 어떻게 다른지, ②각 평가 요소별 세부 평가 내용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③자신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평가할 때 어느 전형이 더 유리한지 따져야 한다. 이 방법은 여러 대학 중 하나를 고를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고려대의 경우는 ‘학업우수전형’과 ‘계열적합전형’을 비교해야 한다. 두 전형 모두 ‘학업역량, 자기계발역량, 공동체역량’을 평가 요소로 삼는다. 학업우수전형은 학업역량이 50%, 자기계발역량이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에 비해 계열접합전형은 학업역량과 자기계발역량 모두 40%를 차지한다. 이런 경우에는 대학에서 발표한 수시모집 요강이나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문서에서 세부 평가 내용을 찾아서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역량이 붙은 단어로 추정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려대의 경우 학업역량은 ‘대학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 능력’을 의미하는데, ‘전반적인 교과의 성취 수준’과 ‘학업을 수행하고 학습해 나가려는 노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자기계발역량은 ‘관심 분야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계열 관련 탐색 노력과 준비 정도’와 ‘주어진 문제에 대해 깊고 폭넓게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학업우수전형과 계열적합전형에서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평가 요소는 자기계발역량이라고 봐야 한다. 공동체역량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존재하기는 어려우므로 학업역량 대비 자기계발역량 비중을 따져보면, 계열적합전형이 학업우수전형에 비해 1.6배 이상이 크다.
계열적합전형은 이처럼 계열 관련 탐색 노력과 준비 정도, 그리고 깊고 폭넓게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더 비중 있게 평가하기 때문에 자사특목고 학생을 위한 전형이라는 세간의 공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일반고에서 여러 학업 조건이 갖추어져 자기계발역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계열적합전형에 지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으므로 수능 부담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자기계발역량을 학업우수전형에 비해 1.6배 이상의 비중을 더 둔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지원 계열 관련한 탐구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앙대의 경우는 CAU탐구형인재전형이 CAU융합형인재전형에 비해 전공(계열)과 관련한 교과 이수와 그 과목들의 성취도와 함께 진로 탐색 활동과 경험을 2배 이상 더 비중 있게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보다 더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중앙대 CAU탐구형인재전형에 일반고 학생들은 지원을 피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2024학년도 입시 결과를 보면, CAU탐구형인재전형의 70% cut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2.00, 생명과학과는 1.94, 화학공학부 2.06, AI학과 2.04, 산업보안학과(자연) 1.92이다. 모집 단위에 따라서는 일반고 학생들도 CAU탐구형인재전형에 합격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CAU융합형인재전형 입시 결과를 볼 때 이 전형에 합격한 일반고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하지만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두 전형의 50% cut, 70% cut이 3등급 대로 비슷하다는 점은 자사특목고 학생들이 두 전형 모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추론 가능하다. 이 정도면 ‘이 대학의 이 전형은 일반고가, 저 전형은 자사특목고가 지원하는 거야.’와 같은 ‘세간의 ‘공식’은 무너지기 충분하다.
서울시립대의 경우는 고려대와 중앙대와는 약간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서류형전형이 면접형전형에 비해 잠재역량을 학업역량의 1.4배 이상 더 비중 있게 평가한다. 서울시립대의 잠재역량은 관심 분야(전공)과 관련한 심화 학습과 탐구를 평가하는 요소이므로, 서울시립대도 전형 한쪽(서류형)이 전공(계열)과 관련한 탐구 활동을 더 비중 있게 평가하는 것은 맞다.
여기까지 보면 서울시립대도 고려대와 중앙대와 비슷하게 평가할 것 같지만, 서울시립대 학업역량 평가 요소에는 ‘고교생활을 통해 진로 및 전공 분야 탐구에 대하여 학습한 경험 및 교육활동 실적’이 포함된다. 이는 결국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기본적으로 전공(계열)이나 진로와 관련한 활동이 대단히 중요함을 의미한다.
국민대는 학업역량과 전공잠재력을 전공적합성 평가 영역에 둔다. 국민프런티어전형에서는 전공적합성이 40%, 학교생활우수자전형에서는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이 전공적합성을 조금 더 비중 있게 평가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세종대의 경우는 서류형전형과 면접형전형의 학업역량과 진로역량 비중 격차가 상당히 크다. 세종대 서류형전형의 경우는 전공(계열) 관련 교과 이수 노력과 이 과목들의 교과 성적은 받쳐주면서 여러 교과에서 전반적으로 탐구 활동이 우수하다면, 비록 지원 전공(계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탐구 활동이 다소 적더라도, 지원해 볼 수 있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면접형전형의 경우는 면접 평가에서도 진로역량의 비중이 40%이므로 정말이지 자신의 진로와 희망 전공(계열)에 대해서 열심히 탐구한 학생이어야만 합격할 수 있겠다.
앞서 소개한 대학들과 달리 성균관대는 융합형전형과 탐구형전형 모두 평가 요소의 비중은 같다. 다만 동점자 처리 기준이 다르다. 융합형은 학업역량을 탐구역량보다 우선으로, 탐구형은 탐구역량을 학업역량보다 우선으로 처리한다.
이 두 전형은 2025학년도에서 새롭게 재편된 전형들이다. 2024학년도까지는 계열전형과 학과전형으로 선발했고, 두 전형 모두 평가 요소와 그 비중, 그리고 동점자 처리 기준은 같았다. 2024학년도 수시에서의 평가 요소인 개인역량을 2025학년도 수시에서 탐구역량으로 다소 조정을 했는데, 기존의 평가 방식은 학업역량 비중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융합형으로 이어졌다면, 올해부터는 탐구형을 두고, 지난해보다는 지원 계열과 밀접한 탐구 활동을 좀 더 비중 있게 평가할 예정이다.
몇 개 대학만 살펴보았지만, 짧게 설명한 내용을 다른 대학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평가 요소, 딱 3~5가지만 보지 말고 각 요소의 세부 평가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을 선택하자. 물론 이에 앞서 학생부종합전형에 적합한 학교생활기록부인지 판단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