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수능 지원자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 54만 8734명으로 전년 대비 7.8%가 감소했다. 이에 더해 수능 결시율도 약 11% 수준으로 추정돼 실제 응시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5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능 응시자 수는 줄었지만 대학의 모집정원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더 늘어서 경쟁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입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상위권에선 응시자 수 감소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특히 수능 2~4등급대 성적 구간의 수험생은 개인에 따라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체감할 수도 있다.
○ 수능 응시자 수 감소, 학령인구 감소‧수시 확대 ‘콜라보’ 영향
2020학년도 수능 지원자 수는 전년도에 비해 4만 6190명, 비율로는 7.8%가 줄어든 54만 8734명이다. 지난 1994년 수능이 첫 실시된 이후 지원자 수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인원을 기준으로 한 수치여서 결시자 등을 감안한 실제 수능 응시인원은 이보다 더 적다. 교육부가 수능 당일 집계한 1교시 국어영역 응시자 수는 접수인원 54만 5966명보다 5만 5414명이 적은 49만 552명이다.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실제 수능 응시인원은 역대 최초로 40만명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응시자 수 감소는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올해 고3 학생 수가 전년 대비 6만명가량 줄어들면서 대학 입학이 가능한 자원 자체가 준 것. 올해 수시 비중이 77.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정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인원이 10명 중 2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 수능 성적이 중요한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더해 일부 수시 전형에 적용되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대거 폐지된 것 역시 10%가 넘는 결시율의 배경으로 꼽혀, 수능 응시자 수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 2~4등급대 수험생, 응시자 수 감소로 ‘피 볼 수도’
이처럼 수능 응시자 수가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시 선발인원 특히 경희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등 서울권 대학의 정시 선발인원이 늘었다는 점에서 정시 경쟁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정시보다 수시에 주력한 수험생, 그 중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수험생은 응시자 수 감소에 따른 등급 하락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수능의 주요 영역은 여전히 상대평가여서 전체 응시자 수가 감소하면 각 등급에 해당하는 인원도 줄어들기 때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 수의 감소는 등급 하락을 가져와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자 감소의 원인이 된다”면서 “1등급 수험생의 경우 수험생 감소로 인한 등급 하락이 크지 않지만, 2~4등급대 수험생의 경우 같은 석차라도 지난해에 비해 0.2등급 정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가장 많은 서울권의 경우 대학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평균 2~3등급의 수능 성적을 최저학력기준으로 요구한다. 그런데 올해 2~4등급 경계에 걸친 수험생 일부는 수능 응시자 수 감소가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
최근 몇 년 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미적용하는 수시 전형이 크게 늘었으나, 서울 소재 대학에서는 논술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등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설정된 수시 전형을 통해 여전히 1만 5000명가량을 선발한다.
○ 학생 수 더 줄어드는 고2에겐 어떤 변화가?
한편, 학생 수 감소는 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에서 앞으로 입시를 치르게 될 고교생 역시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입의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전망에 따르면, 현재 고2가 수험생이 되는 내년은 대학 입학정원(49만 7000여명)보다 대학 입학 가능 자원(47만 9000여명)이 더 적어지는 첫 해다.
대학 입학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어지면 큰 틀에서는 경쟁이 완화되는 것이 맞지만 그만큼 학생들의 진학 수요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수 있어 실제 수도권 대학 내 대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있다.
또한 수능뿐 아니라 현재 석차9등급제로 산출되는 각 고교의 내신 역시 학생 수 감소의 영향을 받아 자연적인 등급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이만기 소장은 “내신이 떨어지면서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이 주춤할 수 있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논술고사 응시율이 떨어지는 일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