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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獨學)으로 서울의대 합격한 이정은 양의 공부법... “두려워 말고 일단 시작하는 거예요”

“일단 해당 학기 문제집을 5권 이상 구입해 풀었어요. 가장 어려운 문제집부터 가장 쉬운 문제집까지 개념 부분을 철저히 공부했죠. 문제 풀이는 해설지를 보거나 인강을 듣지 않고 먼저 푸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푼 문제집은 주기적으로 틀린 문제가 없을 때까지 복습을 했고요. 나머지 과목은 크게 복습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집을 사서 풀었답니다”

독학으로 서울대 의대 합격의 문을 연 공주 영명고 3학년 이정은 학생.

누군가의 성공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는 같은 경험을 이미 겪고 극복한 선배들의 수험기가 때로는 힘이 된다. 이번 호에서는 독학으로 서울대 의대 합격의 문을 연 이정은 학생(공주 영명고3·사진)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이정은 양은 졸업을 앞둔 고(高)3이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를 동시에 합격했다.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을 제외한 지역 학생들은 사교육을 따로 활용하는 것이 힘든 경우가 있어 독학으로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데, 정은 양의 합격 체험담은 비슷한 사정에 처한 수험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은 양은 고3 수능 모의평가에서 수학영역(미적분 선택) 만점을 받은 적이 있다. 실제 수능에서는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나만의 독학 학습법이 있다면? 

“수학 과목은 독학(獨學)했어요. 나머지 과목은 기출문제집을 풀어본 후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를 수강했죠. 국어는 안정된 실력을 얻기 위해 1년 동안 학원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수학의 경우, 일단 해당 학기 문제집을 5권 이상 구입해 풀었어요. 가장 어려운 문제집부터 가장 쉬운 문제집까지 개념 부분을 철저히 공부했죠. 문제 풀이는 해설지를 보거나 인강을 듣지 않고 먼저 푸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푼 문제집은 주기적으로 틀린 문제가 없을 때까지 복습을 했고요. 나머지 과목은 크게 복습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집을 사서 풀었답니다.”

 

기사 이미지

이정은 양은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혼자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극복했던 경험은?

“고등학교 1학년, ‘도형의 방정식’ 부분을 공부할 때 큰 위기를 겪었어요. 그래프들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좌표 평면에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죠. 하지만 저희 지역은 내신 중심 학원만 있을 뿐, 심화 내용을 가르쳐주는 수능 중심의 입시 학원은 거의 없었는데요. 지역 특성상 수능 준비를 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죠.

 

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인강을 들으면서 수학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혼자 공부할 때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강의를 듣고 못 풀었던 문제를 반복해서 풀다 보니 그래프를 그리는 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학생부 관리에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봉사 활동 시간도 50시간 이하로 매우 적었어요. 특별한 활동(실험이나 심화 탐구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학교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제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교내 대회는 빼놓지 않고 거의 다 참여했죠. 수학, 과학, 영어 분야 상이 골고루 있었고, 학교 시험도 잘 보려고 노력해서 1.0의 내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부능력 특기사항(이하 세특)은 인터넷 우수 사례를 찾아보면서 최대한 풍부하게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선생님께 세특을 보완할 수 있는 보고서들을 나름대로 써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하면 부족할 수 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학생부를 채워나갔습니다.”

  

-의대 면접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가장 먼저 본 면접은 연세대 의대였습니다. 범위가 고등학교 과학 전체였지만, 내신 선택과목으로 물화생지Ⅰ·Ⅱ를 모두 선택함으로써 어느 정도 기본 개념은 익혔습니다. 그 후 교과서를 정말 많이 읽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로 면접 대비 특강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주는 용도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 서울대 의대 면접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 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MMI 기출문제도 보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정도만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가장 중요해요. 무서워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죠. 독학으로 수능 1등급을 받는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두려워서 시작도 하지 않는 안타까운 친구들을 보았는데요. 본인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을 거예요.

 

다음으로 그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제가 서울대 일반 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특목고나 자사고보다 학생부에 기재된 활동이 부실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일반고교라는 환경에서는 최선의 학생부였다고 생각해요. 면접도 좋은 학원에 가서 준비해야만 잘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양한 국어 지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을 많이 키우고, 과학 시간에 성실히 수업을 듣는 거예요. 또 학교 대회에 성실히 참여하고, 말하기 실력도 열심히 늘리는 겁니다. 이렇게 준비하면 면접을 충분히 잘 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정은 학생과의 수험생활 인터뷰에서, 필자는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떠올렸다. 수많은 학생·학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합격의 지름길을 찾아 달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의 미덕은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