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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대입에 재수도 안 돼…” 혼란에 휩싸인 고1·고2 교실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발표 후폭풍… 교육현장 혼란 확산

 


 

“교육과정이 달라져서 재수도 못 하는데… 너무 불안해요.”
“자꾸 정시를 확대한다는데, 계속 수시만 준비해도 될까요?”


최근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고교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수능 위주 전형 30% 이상 확대’로의 변화가 예상보다 미미한 가운데 주요 대학 상당수는 이와 반대로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제각각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 여기에 수능 위주 전형 30% 이상 확대 기조를 따르지 않은 대학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입 전략 수립을 앞둔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대입 제도에 학부모와 교사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 여전히 중요한 학종 VS 주요 대학은 정시 확대… 재수도 못 하는 고2는 발만 동동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발표 결과,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비율은 23%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이 수능 위주 전형 30% 이상 확대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그 직전 해인 2021학년도에서 수능 위주 전형이 주가 되는 정시 비율이 대폭 확대될 것이 예상됐으나, 전년도 대비 0.3%p 오르는 데 그친 것. 이에 따라 예년과 같이 수시 내 학생부 위주 전형의 비중이 전체의 66.9%로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요 대학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 등 대다수 대학이 정시 모집인원을 늘리면서 서울 상위권 15개 대학의 경우 정시 비율이 29.5%로 이미 30%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시 이월인원까지 고려하면 수능 위주 선발이 전체의 3~40%, 일부 모집단위는 5~60%에 육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현 고2는 수시와 정시 어느 한 쪽도 쉽사리 놓지 못하는 ‘끼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고2 학생 A 씨는 이번 발표 이후 한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 “결국 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능도 같이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고2 학생 B 씨도 “원래 목표했던 대로 수시 준비에 매진하라는 조언도 있는데, 또 수능 준비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어 혼란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현시점이 중간고사를 마친 직후라는 점과 대입 개편으로 ‘재수’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고2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 수험생들은 고교 생활의 절반 정도가 지난 고2 1학기 전후로 그간의 성적을 종합해보고 주력 전형을 선택, 본격적인 대입 준비에 나서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고2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대입 전략을 판가름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데, 마침 중간고사 시기와 겹쳐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이 발표돼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부산의 한 고교 진로진학교사는 “이제 막 중간고사 성적을 받아든 학생들이 수시, 정시 어느 쪽도 택하기 힘든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접하고 고민이 큰 것 같다”며 “교사로서도 쉽게 조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예년보다 수능 영향력도 크게 높아진 만큼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까지 보고 나야 얼추 대입 전략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22학년도부터는 교육과정 개편으로 대입 전반이 크게 달라져 현 고2의 경우 재수를 택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수를 염두에 두고 대입에 임하는 학생은 없지만, 대입 개편의 과도기를 거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재수’라는 선택지까지 반강제적으로 없어지면 고민의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종우 서울 신현고 진로진학부장은 “이번 발표 이후 학생은 물론 학부모의 상담 신청이 많아졌다”며 “현 고2 학생들은 재수도 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불안감과 부담감이 더욱 큰 편이다”고 전했다.


○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인데 대입은?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도 ‘우려’

고1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2021학년도 대입의 정시 비율이 그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결국 고1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발표 이후 교육계에서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연착륙 실패’의 피해를 고1이 고스란히 떠안을 상황에 처한 것.

여기에 ‘정시 30% 이상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교육부와 대학 간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1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C 씨는 “요즘 보도를 보면 실제로 2022학년도에 모든 대학이 정시를 30% 이상 확대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안 그래도 입시는 예민하고 복잡한데 매년 예측하기 힘들게 바뀌니 아이들도 더욱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2022학년도 수능 선택과목 지정안이 현재 고1부터 적용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점도 고교 혼란의 한 요인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이 일제히 2022학년도 수능에서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한해 수학 및 과학 영역의 선택과목을 특정했다. 이에 따르면,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자의 경우 수능에서 기존 이과 수험생과 큰 차이가 없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자연히 고교 수강 과목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역시 상위권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자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기존 문과 수험생과 비슷한 흐름으로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선택과목 지정에 따라 문·이과 통합의 취지는 무색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전반적인 해석.

김종우 서울 신현고 진로진학부장은 “주요 대학이 2022학년도 선택과목 지정안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관심이 큰데 사실 아직까지 모든 대학의 안이 발표된 것도 아니고, 발표한 학교도 대부분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아 현실적인 전략을 짜긴 어렵다”면서 “이러한 결정이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과 어우러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2 자녀를 두고 있는 배경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은 “교육정책과 대입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일관성 없이 매년 변화하며 아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더이상 입시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아이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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