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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도, 외고도 안 돼… 이젠 고입도 ‘문송’해야 하나요?”

자사고 재지정 논란에 고민 깊어진 문과 성향 중학생·학부모


 

동아일보 자료사진


#.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최근 심경이 복잡하다. 현재 거주 중인 지역에 대입 성과가 좋은 일반고가 없어 인문계열(문과) 성향인 아들을 가까운 자사고에 보내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나, 해당 자사고가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으며 자사고 지위 유지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 외국어고나 국제고도 고민해봤으나, 아들의 외국어 역량이 특출나지 않은데다 이들 고교 또한 내년에는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른다고 해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재지정 논란이 이어지면 문과 학생은 일반고 외엔 선택지가 없어지는 상황”이라며 “영재학교, 과학고 등 선택 폭이 넓은 자연계열(이과)과 너무 차이가 큰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절반가량이 재지정에 탈락하며 고입을 준비 중인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을 끝으로 올해 재지정 평가를 진행한 전국 자사고 24곳 중 46%에 해당하는 11곳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받으며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자사고 폐지’가 어느 정도 현실화된 가운데, 내년에는 나머지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인 외국어고, 국제고가 대거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근심이 깊은 건 이과보단 문과 성향 학생과 학부모다. 이과의 경우 존폐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각각 상반기와 전기에 학생을 모집하는 영재학교와 과학고가 선택지로 남아있는 반면 문과는 진학 가능한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지위가 모두 불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 고교는 지난해부터 입학전형 시기가 전기에서 후기로 밀리며 여러모로 지원에 부담이 생긴 상황. 이에 일각에서는 “이젠 고입에서조차 ‘문송(문과라서 죄송)’해야 하느냐”는 자조가 나온다.


○ 일반고 동시선발에 차례로 재지정 평가… 문과의 ‘고교 선택권’은?

일반적으로 예체능을 제외한 문과 성향의 상위권 학생의 경우 생각해볼 수 있는 고입 선택지는 △일반고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하며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는 지난해부터 입시 시기가 후기로 변경돼 일반고와 동시에 고입을 실시하게 됐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엔 차례로 기존보다 평가 기준이 상향된 운영성과 평가를 받아 기준 점수에 미달한 고교의 경우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처지에 처한 상황.

실제로 그 첫 평가인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전국 자사고 42곳 중 절반 이상인 24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운데 절반가량(46%)에 해당하는 11곳이 무더기로 재지정에 탈락하며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에 대한 폐지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내년에는 나머지 자사고 15곳과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모든 외국어고(30곳), 국제고(6곳)가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들 고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지난 4월에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이들 고교의 입시 시기가 후기로 최종 확정되면서 앞으로도 일반고와 동시에 입시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 또한 문과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요소다. 비록 일반고와의 이중 지원은 가능하다고 하나 거주 지역에 따라 자사고, 특목고 탈락 후 일반고를 지원하는 데 있어 일부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데다 입시 준비에 있어 물리적 부담이 생길 확률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스크가 있는 선택지를 모두 제외할 경우 결국 문과 학생은 고교 지원 기회가 일반고에 한정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이과 상위권 학생은 최대 4회 고교 지원 가능 기회 열려”

이와 대조적으로 이과 성향 학생들의 경우 비교적 지원할 수 있는 고교 유형이 다양한 편이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와 달리 재지정 논란에서 자유로운 영재학교와 특수목적고인 과학고가 있기 때문.

특히 영재학교의 경우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고교가 아니라 영재교육 진흥법을 적용받는 특수한 성격의 학교이기 때문에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진행 중인 고교체제 개편의 ‘무풍지대’로 꼽힌다. 여기에 영재학교와 과학고 모두 교육의 질이 높은 편이고 수시 중심의 현 입시제도 아래서 대입 성과도 탄탄해 갈수록 입학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일반고와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에 앞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점에서도 이과 학생들의 고입 기회가 비교적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재학교는 4월에, 전기고인 과학고는 8월에 학생 모집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모집 시기를 후기로 확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뒤, 이과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영재학교(4월)→과학고(8월)→자사고(12월)→일반고(12월)’의 순서로 최대 4회 순차 지원이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 대입에 직결되는 ‘고입’… “문과 차별 지적 나올 수밖에”

문제는 갈수록 대입에서 고교 선택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앞두고 정시 확대 추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여전히 대다수 학생이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반 선발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교과는 물론 비교과 준비 역량이 뛰어나고 면학 분위기가 좋은 고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일반고도 이러한 역량이 뛰어난 학교가 많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이 검증된 유명 자사고나 특목고를 선호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대해 고교체제 개편 주체인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 전반의 틀을 바꿔 모든 일반고에서도 자사고나 특목고에서 하던 교육이 가능하게 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당장 자녀를 입학시켜야 하는 학부모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설명은 아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아직까지 고교 교육에 대한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과 학생에만 한해 고입 선택권이 강제로 없어지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특히 외국어나 국제화 역량이 높지 않은 문과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는 기존에도 일반고와 자사고 외엔 선택지가 없었는데, 최근 대표적인 자사고인 상산고를 비롯해 상당수 자사고가 지정 폐지 처분을 받은 만큼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 관계자 또한 “수학, 과학 대비 고교 단계에서 특별한 고난도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문과 특성상 어쩌면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러한 상황을 당장 맞닥뜨린 문과 성향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학이나 취업 단계에서 나오던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이젠 고입에서도 나오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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