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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고입 모두 겨냥한 대통령發 교육개혁… ‘혼란 가중’ 우려

대입제도와 고교체제 개편을 아우르는 교육개혁안이 나온 지 1년 만에 교육체계 전반이 다시 수술대에 오를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를 언급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고교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임명된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으나, 다른 논란은 언급하지 않은 반면 교육과 관련된 부분은 개혁 의지까지 포함해 대국민 메시지 마지막에 강조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개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지시에 관련 기관도 바삐 움직이는 모양새. 그러나 강력한 개혁 요구와 달리 교육현장의 목소리와 여론의 눈높이를 모두 잡을 마땅한 복안이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더군다나 숱한 진통 끝에 지난해 나온 개혁안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개혁 논의가 터져 나오자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본관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모습. 서울=뉴시스



○ 핵심은 ‘공정성’… 추석 이후 논의 본격화

문 대통령이 강조한 교육개혁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에게 “그간 입시제도에 대한 여러 개선 노력이 있었으나 여전히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이유를 들며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9일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에서는 고교서열화까지 범위를 넓혀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 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 자녀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입제도는 물론 고교체제까지 아울러 교육체계 전반을 공정성을 기준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교육개혁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직후 교육부는 내부 논의를 시작했으며 지난 6일에는 당정청 회의도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대입제도 등을 논의하는 교육 공정성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추석이 지난 후 유관기관·단체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 ‘정시 확대’ 요구, 논의대상 될까?

그렇다면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문 대통령이 ‘기회의 공정성’을 강조한 만큼 대입제도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보완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시 확대의 경우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으로 30% 이상 확대를 앞두고 있는 데다 현재 단계적 도입 중인 고교학점제와 같은 미래교육 방향과도 맞지 않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시 확대가 일정 부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나, 정작 교육계에서는 “‘줄 세우기식’ 평가가 교육현장을 입시 위주로 획일화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대입제도의 공정성이 자칫 정시 확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결국 현재의 대입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개혁 방안으로 꼽히는 것은 학종 보완이다. 교육부의 논의 또한 정시 확대보다는 학종 공정성 제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 스펙’ 논란을 사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내 비교과 요소나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축소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지난 4일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학생부 기재항목인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활동과 자소서를 학종 평가요소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 학종에 족쇄를 채우면 공정해질까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이 또한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의 평가요소를 단순화할수록 학생의 다양한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한 학종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학종의 평가자료인 학생부가 대폭 간소화되고, 교사추천서 등도 폐지된 상황. 여기에 현재 남아있는 학생부 비교과 요소와 자소서까지 없앤다면 학종 선발을 위한 평가요소가 거의 전무하게 된다. 학생부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초기 학종은 각 대학의 인재상에 따라 학생의 다양한 역량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평가요소와 방법 등이 간소화, 획일화되며 학종 또한 성적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전형과 같이 대학 서열에 따라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입제도 개편은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당사자인 고교와 대학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입학사정관으로 활동 중인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도 “현재도 학생부나 자소서만 보고 학생의 발전가능성이나 인성 등을 판단하려면 쉽지 않다”며 “미래인재는 다양성이 중요한 만큼 인재 평가도 다양한 방법과 자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입이 정치나 여론에 휩쓸려 좌지우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자사고·특목고 향한 ‘칼바람’ 예상… 고입까지 ‘혼돈’

이처럼 대입제도 하나를 손보는 것만으로도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데, 문 대통령이 ‘고교서열화 해소’까지 언급하면서 사안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고교 교육과 대학 입시의 연결고리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 고교의 변화는 대학 입시와 맞물려 그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 또는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가 대통령이 언급한 ‘고교서열화 해소’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 직후 교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너무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에 아이와 부모 모두 힘들다’, ‘아이가 당장 고입을 앞둔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럽다’, ‘혼란의 상황에서 입시를 치를까 두렵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잇따랐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고교의 ‘서열화’를 문제로 콕 짚으면서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앞둔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운명을 점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간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더욱 날카로워진 교육당국의 칼날을 피해 가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 일부 교육 유관기관·단체를 중심으로 자사고·특목고 폐지 최종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일임하거나 자사고·특목고 지정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괄 폐지하자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해당 문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워낙 팽팽해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일부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 이후 지정 취소와 철회, 지정 취소 집행정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대입에 이어 고입까지 교육계 전반이 잇따른 개혁 논의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당장 아이가 고입을 앞두고 있어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마음이 복잡하다”며 “입시에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겨도 학생과 학부모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교육 당국이 분명히 인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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