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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잘못했네’…의대 합격생 절반이 고소득층, 수능이 주원인

학종에 누명 씌우는 언론을 제대로 봐야 하는 이유



수능 탓을 학종 탓으로 돌리는 언론 


의·약학과와 로스쿨 학생들의 고소득층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그런데 최근 언론과 수능 확대론자들이 이 같은 불균형의 원인을 ‘수시’,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찾는 것에 대해 사실을 정반대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니라 ‘수능’에 있다는 것이다. 

10월 7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간 20개 대학의 의약계열 국가장학금 신청현황 및 법학전문대학원 취약계층 장학금 신청현황’ 자료를 분석했더니, 의·약학과와 로스쿨생들의 고소득층 쏠림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약대생의 59%, 로스쿨생의 52.3%가 고소득층 자녀였다. 

이에 반해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2분위까지 저소득층 자녀는 의·약대생의 경우 16.5%, 로스쿨생의 경우 18.9%로 저조한 수치를 나타났다. 

고소득층 자녀의 기준은 월 소득 930만원이 넘는 소득분위 8~10분위와 등록금 부담이 없어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미신청자를 합한 인원이다. 이 중 월 소득 1,380만원이 넘는 초고소득 계층인 10분위 자녀들은 3명 중 한 명으로, 의·약대생은 36.4%, 로스쿨생은 31.9%였다. 

연도별 고소득층 학생 비율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6년 의대생은 54.9%에서 2019년 65.4%로 증가했고 로스쿨에서도 같은 기간 53.6%에서 54.1%로 증가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의·약대생 고소득층 학생 비율은 고려대(76.0%), 영남대(71.4%), 전북대(70.2%) 순으로 많았고, 로스쿨은 한양대(68.8%), 고려대(66.3%), 이화여대(64.6%)순이었다. 

조사기간은 의대가 2016년 1학기부터 2019년 1학기, 로스쿨은 2016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다. 조사 대상 대학 20곳은 법학전문대학원 25곳 중 의대가 있는 곳들로 선정했다. 


2020학년도 전국 의치한 대학 전형별 모집인원과 비율


​​​​​​


의치한 대학 대부분 수능 최저 적용해 선발 


문제는 올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선발하는 19개 대학의 의예과 중 대다수가 수능 최저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 전형은 건양대 지역인재(교과) 5명을 비롯해 인제대 의예전형 27명, 지역인재 28명, 농어촌 4명 등 총 64명에 불과하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31개 대학 중 대다수가 학종에도 수능 최저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적용 대학은 소수에 그친다. 

학종에서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선발 인원은 총 323명으로 경상대 일반 4명, 지역인재 7명을 비롯해 경희대 55명, 계명대 일반 4명, 지역인재 6명, 서울대 일반 75명, 성균관대 25명, 순천향대 일반 6명, 지역인재 6명, 연세대 면접 17명, 활동우수형 45명, 인하대 15명, 중앙대 다빈치 8명, 탐구형 8명, 충북대 6명, 한양대 36명 등이다. 

치의예과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모든 대학이 수능 최저를 적용한다. 학생부종합에서만 경희대 네오 40명, 서울대 일반 30명, 연세대 면접형 5명, 활동우수형 6명, 조선대 24명 총 81명에 한해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 

한의예과 학생부교과전형 역시 모든 대학이 수능 최저를 적용하며, 학생부종합에서만 경희대 네오 43명, 동신대 지역인재2 5명, 동의대 7명, 우석대 7명 총 62명에 한해서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 각 대학에서는 의·약학과 신입생 선발 시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고른기회전형, 기회균등전형, 농어촌전형 등의 지원 자격을 완화하고 있다. 수능 최저 역시 다른 전형에 비해서 1~2등급 낮게 책정한다. 로스쿨 선발 시에는 학생 수의 7% 이상을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으로 의무 선발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을 제외하고 보면 고소득층 자녀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을 알 수 있다. 


‘수능’이 의·약학과 로스쿨의 고소득층 쏠림현상 만들었다 


이에 대해 권혁선 전주고 교사는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1등급에 가까운 내신 등급과 수능 올 1등급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수능 올 1등급을 받는 학생들 중 많은 수가 사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하려면 사교육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의대 진학생 가운데 고액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약학과와 로스쿨 학생들의 고소득층 쏠림현상의 원인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때문이라고 하는 언론과 수능확대론자들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권 교사는 “오히려 학생부 위주 전형 때문에 의대생 절반만이 고소득층 자녀 차지가 됐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라고 꼬집었다. 

권 교사의 지적대로, 과거 수능체제를 현제 수시체제로 전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득 순위에 따라 수능 성적이 결정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이고,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주고자 확대된 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하지만 높은 수능 최저기준을 두고 있는 의치한 대학 입시는 이런 입시경향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다. 수능의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층 자녀가 합격생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능 상위권 학생들이 의치한 대학을 포함한 상위권 대학에 많이 분포돼 있는 이유는 너무도 명백하다. 


고소득층 자녀는 왜 수능에 강할까? 


의치한 대학 합격생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내신은 거의 대부분 1.0~1.2등급 이내에 들고, 수능 최저기준도 대단히 높아 이들의 수능 성적 역시 최상위권에 속한다. 

물론 올해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중이 증가하면서 내신 비중도 조금 더 높아졌다. 학종의 경우 수능 최저등급이 일반전형보다는 약간 낮기 때문에,이런 상황을 보고 내신에서 당락이 판가름 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절대적으로 틀린 말임을 알 수 있다. 

의치한 대학 전형에서는 내신을 맞추는 것보다 수능 최저를 맞추는 것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어렵다. 수능 최저등급이 3개영역 3등급, 4개영역 5등급 등이라, 거의 수능 올 1등급을 받지 않으면 진학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내신이 좋아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고, 이렇게 탈락하는 학생 중 대다수는 고소득층 자녀가 아니다. 결국 의대 진학은 얼핏 보면 내신이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상 수능 성적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권혁선 교사는 “전주 상산고 등 자사고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의대에 많이 진학하는 이유 역시 수시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수능 영향력이 높은 의대 수시 전형의 특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예컨대 ‘[공정성 논란 대입 수시 전형 민낯] '전국 의대생 절반 고소득층 자녀… 부모 격차 고스란히 자녀 격차로' 같은 기사들이 그렇다.

마치 수시전형 때문에 전국 의대생 정원 절반 이상을 고소득층 자녀들이 차지하게 됐다는 뉘앙스이다. 대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 기초로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이 기사를 보면 의대생 절반이 고소득층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이것이 수시 때문이라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틀린 주장이니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 기사가 있는 사실 그대로를 쓰려 했다면 제목을 “수시 덕분에 의대생 절반만 고소득층 자녀"라고 바꾸는 것이 맞다. 이처럼 수능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수시보다 정시 성격이 강한 의대 입시를 가지고 와서 ‘수시 공정성 논란’을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는 '지록위마'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학종에 누명 씌우는 언론…'교사가 기가 막혀' 


언론의 이중성은 교사추천서 유사도를 보도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 권혁선 교사가 보내온 글이다. 


교사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추천서를 작성하고 있다. 1년이면 10건 이상의 추천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교사 개인의 필력에 의해 비슷한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부분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보면 대단히 자극적이다. 대부분 유사도 50% 이상을 보인 교사 추천서를 제출한 수험생이 1,171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엄청난 수로 보인다. 그런데 점유율로 보면 0.65%에 불과하다. 1%도 안 되는 0.65%를 침소봉대하기 위해 일부러 큰 숫자인 1,171명을 내세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서다.

이 결과는 오히려 교사들이 1%도 되지 않는 유사도를 보일 정도로 정성을 다해 제자들의 추천서를 작성했다고 칭찬해 줄 만한 것이다. 만일 학종에 호의적인 기자였다면 ‘교사 추천서 유사도 1%도 안 돼…교사들 칭찬해’라고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이들 기사에서는 학종 비판의 단골 메뉴인 자소서 레퍼토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이란 게 골자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소서는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은 서류다. 학교생활기록부가 80~90%라면 자소서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시 컨설턴트들은 이런 기사들을 근거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같은 조건일 때, 자소서가 나쁘면 탈락한다’라는 식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지만, 자소서는 학생부의 보조 설명서에 불과하다. 

학생부 안 기록 공간은 지극히 부족하다. 왜 이런 과목을 선택했고 이런 세부특기사항을 기록하게 됐는지에 대한 과정과 느낀 점을 모두 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것은 ‘자동봉진(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창제활동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보조 설명을 위해 자소서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왜 자소서를 기록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 컨설턴트 또한 필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림피아드에 국가대표로 나갈 정도로 두뇌가 명석한 학생이 ‘결석이 잦았다’는 이유로 수시를 포기한 케이스를 이야기한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정시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도 30%나 된다. 수시 이월인원까지 생각하면 훨씬 높다.  

실제 학교현장에서 전교 1, 2등을 하는 학생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잦은 결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고는 물론이고 농어촌,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극히 드문 사례를 이용해 수시 비판의 인용문으로 사용한다는 건 저널리즘의 공정성에 위배되는 행동이 아닐까? 



-권혁선 전주고 교사


물론 아직까지도 학생부종합전형에 부족한 점들이 있고, 그래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계는 이를 전제로 학종이 가진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할 더 나은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언론이 학종 개선을 위해 발전적인 비판을 한다면 당연히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악의적인 기사는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 학생들과 학부모를 더욱 큰 고통으로 빠지게 한다는 것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언론사라면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에 대한 기사를 작성할 때만큼은 더욱 신중하고 공정해져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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