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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폐지’ 카드에 불확실성 커진 자사고, ‘과학중점학교’가 대안될까

2020학년도 후기고 입학 원서접수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고교 선택을 위한 중3 학생과 학부모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를 위한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들 학교 진학을 고려하던 학생, 학부모의 고민이 큰 상황.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10곳에 대한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 의해 모두 인용되며 자사고 진학에 확신을 얻으려는 찰나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괄 폐지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교체제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고교 선택 고민은 다시 ‘도돌이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이 개최한 ‘2020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종합설명회’에서는 존폐 위기에 휩싸인 자사고 대신 과학중점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과학중점학교는 무엇이고, 이들 학교가 과연 존폐 위기에 처한 자사고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짚어보자.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20학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종합설명회' 모습. 사진=최유란 기자



○ 과학고를 닮은 일반고… 전국 124개 고교서 운영

이름부터 과학고를 닮은 과학중점학교는 사실 영재학교, 특목고와 달리 일반고다. 대신 과학고와 유사하게 과학·수학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정 및 심화 탐구활동 등을 실시하는 과학중점학급을 운영한다.

과학중점학급은 총 교과 이수단위의 45% 이상을 과학·수학 과목으로 편성해야 하며 융합인재교육(STEAM) 관련 교과 및 교육활동도 10% 이내로 편성해 운영한다. 이 때문에 과학중점학급의 학생들은 통상적으로 과학 8과목(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각 Ⅰ·Ⅱ)과 수학 4과목(수학Ⅰ·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등)을 모두 이수하며, 과학융합(또는 과학교양) 1과목 이상, 과학계열 전문 교과도 2과목 이수한다. 일단 교육과정만으로도 다른 일반고와 차별화된 과학·수학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것.

여기에 교육부의 예산 지원으로 각종 시설과 전문 교원을 갖추고 있으며 대체로 일반고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실험·탐구 수업과 체험활동 등도 진행된다. 즉 일반고지만 영재학교 또는 과학고와 같이 과학·수학 교과 관련 융·복합적인 교육과정 및 체험·탐구활동을 강화해 창의성과 융합적 마인드를 갖춘 미래형 과학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기고에 앞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탈락한 학생 상당수가 과학중점학교로 진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입학사정관도 눈여겨보는 학교… 자사고 대안으로 충분”

영재학교나 과학고에서 주로 이뤄지던 과학‧수학에 관한 수월성 교육을 일반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 온 과학중점학교의 장점은 학종에서 특히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전체 수시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하는 서울대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상위권 대학의 주요 입학전형이 학종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과학·수학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과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과학중점학교는 대학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

특히 다양한 비교과 활동보다도 교과 과정 내에서의 성취를 비중 있게 평가하는 최근 학종의 흐름 상 과학Ⅱ 과목의 폭넓은 이수는 학업역량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영재학교, 과학고와 같이 과학중점학교 진학 그 자체만으로 관련 교과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도와 잠재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 지난 8일 설명회에서 안윤호 서울 장승중 교장이 고입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학중점학교를 주목할 것을 강조하며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과학중점학교의 경쟁력은 실제 대입에서도 일부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인 과학중점학교인 서울고, 경기고, 반포고, 마포고 등은 과학고나 자사고와 견줄만한 대입 실적을 자랑한다. 특히 서울고는 2019학년도 수시에서만 10명이 넘는 서울대 합격자를 내기도 했다. 임태형 학원멘토 대표는 “학종에 있어 과학중점학교의 경쟁력이 분명하기 때문에 입지가 불안해지는 자사고의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며 “다른 과목 대비 유독 과학·수학의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면 특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장 또한 “문·이과 통합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과학중점학교의 경쟁력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이름만 ‘과학중점’인 곳도… 수술대 오른 학종도 변수

그러나 과학중점학교를 선택하기 전 따져봐야 할 것도 적지 않다. 수가 많은 일반고 전반의 특징처럼 과학중점학교 또한 교육의 질이나 대입 실적에 지역별·학교별 편차가 큰 편이다. 서울고처럼 한 해 서울대에 수시로만 10명 이상 보내는 과학중점학교가 있는 반면 1명도 보내지 못하는 학교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과학중점학교의 장점을 기대하고 진학하려는 학생이라면 실제 학교의 교육과정과 환경, 대입 실적 등을 살펴보며 과학중점학교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이 필수다.

대입을 내다본다면 내신 경쟁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 과학중점학교는 전체 학급의 일부만 과학중점학급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과학·수학 선택과목 등 과학중점학급만 이수하는 과목의 경우 전 학년 인원보다 훨씬 적은 인원 안에서 내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상위 등급을 받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는 것.

무엇보다 최근 입시제도 공정성 논란으로 자사고 폐지뿐 아니라 학종 전면 개편 가능성 또한 열렸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교육부가 학종 비교과영역 폐지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학종 개편을 예고한 만큼 이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과학중점학교의 장점 또한 희석될 수 있다.

임태형 대표는 “과학중점학교는 학종에서 강점을 보이는 학교이므로, 전해진 대로 비교과영역 폐지 등이 실제로 실행되면 대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의 비교과영역이 폐지되더라도 면접 등을 통해 고교에서 했던 심화 학습과 특화된 활동 등을 어필할 수 있도록 개편된다면 과학중점학교의 경쟁력 또한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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