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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이한 수능에 웃은 상위권, 대입에서도 그럴까? “글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된 지난 14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대구=뉴시스


“상위권에겐 무난했으나 중위권에겐 까다로웠을 수 있다.”

지난 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종료된 직후 각 입시기관이 내놓은 영역별 분석에서 여러 번 등장한 표현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불수능’의 여파로 올해 수능은 대체로 고난도 문항의 난도를 낮추는 대신 나머지 문항의 난도를 상향 조정해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에 따라 상위권 수험생은 비교적 무난하게 치를 수 있는 시험이었던 반면 중위권 수험생에겐 오히려 어려운 시험이 됐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온 것.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대입에서는 상황이 오히려 역전될 조짐이다. 지난해 ‘불수능’과 이를 피해 평이하게 출제된 올해 수능 특성으로 인해 중위권보다는 상위권 수험생에게 험난한 대입이 될 것으로 보이는 여러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동점자 대거 발생 전망… “상위권 정시 경쟁 심화될 것”

올해 수능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지양하고 고난도 문항 또한 비교적 난도를 낮추며 상위권의 경우 대체로 안정적으로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평이한 시험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어와 영어는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쉬워졌으며 다소 난도가 높았던 수학의 경우에도 ‘킬러문항’의 난도를 낮춰 상위권의 경우 문제풀이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거란 분석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올해 수능에서는 상위권 동점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문제는 동점자 수가 늘어나면 입시 경쟁은 치열해진다는 점이다. 상위권 수험생들이 희망하는 주요 대학 입시 문이 한정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수험생은 늘어나 경쟁률은 높아지고 지원자 집단의 성적 분포는 매우 조밀해져 ‘눈치싸움’도 심화되기 때문.

실제 사례도 있다. 2018학년도 수능의 경우 그 전년도 수능에 비해 대체로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영어 절대평가 전환 첫해로 1등급 비율이 10%에 달해 상위권에서 동점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특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18학년도 정시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일제히 증가했으며 상위권 수험생들은 소신보다는 안정·하향 지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극심한 눈치싸움으로 마감 직전 ‘소나기 지원’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에 올해 정시 또한 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 경쟁이 심화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0학년도 수능이 2019학년도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됐기 때문에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동점자가 늘어나 전년도에 비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정시만? 수시 경쟁도 치열해진다

평이한 수능으로 인한 상위권의 입시 경쟁 심화는 비단 정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위권 내 동점자 수가 늘어나면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 또한 증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영역·과목별 1등급 비율은 전체 응시자 수의 4%가량으로 할당되나, 해당 구간에 동점자가 많으면 이들 모두를 포함해 비율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사회·문화 과목에서는 동점자가 대거 발생하며 1등급 비율이 10.17%까지 늘어나 1만 5240명이 모두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또한 지난해 대비 평이하게 출제돼 전년도에는 5% 수준이었던 1등급 비율이 7~8%가량으로 올라갈 것으로 주요 입시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수능 상위 등급 인원이 늘어나면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증가해 실질 경쟁률이 기존 대비 높아질 수 있다. 상위권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주요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대체로 평균 2등급 이내로 요구하고 있다.

이만기 소장은 “지난해 어렵게 출제됐던 영어가 올해는 쉽게 출제되면서 1·2등급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수시에 적용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인원도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 해당 수시 전형의 실질 경쟁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불수능으로 형성된 ‘N수생’ 군단이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평이한 수능의 원인이 된 지난해 ‘불수능’도 올해 상위권 입시 경쟁을 험난하게 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수능’에 따라 ‘N수’행을 택한 수험생들이 올해 상위권 입시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대입은 예년 대비 경쟁이 완화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가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 첫해로 지난해 대비 고3 수험생 수 자체가 6만 명가량 크게 줄어든 반면 국내 4년제 대학의 모집인원 규모는 유지됐기 때문.

그러나 주요 대학 입시로 한정하면 전혀 다른 전망도 가능하다. 지난해 ‘불수능’으로 N수생이 크게 늘어났고, 이들은 대체로 주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수험생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올해 상위권 대학 입시는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 실제로 올해 수능 접수인원을 보면, 고3 재학생 수는 39만 4024명으로 지난해(44만 8111명) 대비 5만 명 이상 줄어든 반면 졸업생 수는 14만 2271명으로 지난해(13만 5482명)보다 6000명 이상 늘었다.

여기에 내년 수능부터는 올해와 달리 새로운 교육과정을 반영해 출제범위가 일부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 수험생들은 ‘재수’ 또는 ‘N수’에 도전하는 데 보다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상위권 입시 경쟁 심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이만기 소장은 “올해 상위권 대학이 정시 모집규모를 비교적 늘린 데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더해지며 정시 합격선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긴 하나, 최상위권의 경우 성적 변동 폭이 좁고 졸업생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올해 역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특히 지난해 ‘불수능’ 여파로 N수를 결심한 졸업생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입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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