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4℃
  • 흐림강릉 1.1℃
  • 구름많음서울 4.8℃
  • 흐림대전 3.2℃
  • 구름많음대구 2.7℃
  • 구름많음울산 2.6℃
  • 구름많음광주 4.0℃
  • 구름많음부산 6.9℃
  • 맑음고창 5.7℃
  • 구름많음제주 7.0℃
  • 구름많음강화 1.9℃
  • 흐림보은 0.2℃
  • 흐림금산 -0.6℃
  • 구름조금강진군 0.9℃
  • 구름많음경주시 -1.2℃
  • 구름조금거제 3.8℃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서울 중고교 교사 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 “현장 적용 여전히 모호” 지적도

-17일 ‘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를 위한 서울 교원 원탁토론회’ 열려


기사 이미지
1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를 위한 서울 교원 원탁토론회'가 열렸다. 모둠별 토론에 앞서 전문가 발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서울 지역 중고교 교사 99명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현안교육 원칙에 대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17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사회현안교육 원칙 합의를 위한 서울 교원 원탁토론회’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인헌고 사태 이후 교사들이 직접 사회현안교육의 원칙에 대한 합의점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와 교육전문직원은 12개의 원탁에 8~9명씩 둘러앉아 3시간 동안 토론을 했다. 토론자들이 각자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을 적고, 투표를 거쳐 대표 의견을 뽑는 식이다. 이후 각 모둠의 의견을 모아 전체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채택한 합의문은 1·2차 토론 결과를 반영해 마련됐다. 1차 토론에서는 ‘사회현안교육의 필요성’과 ‘사회현안교육을 했을 때 예상되는 변화’를 다뤘다. 대다수 모둠에서는 ‘사회현안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기를 수 있다는 이유다. 10조 토론에 참여한 한 국어 교사는 “국어나 사회 과목에서는 이미 교육과정 안에서 뉴스를 비롯한 매체 읽기를 통해 사회현안과 관련된 토론을 하고 있다”며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현안을 토론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현안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체 투표 결과, ▲사회현안교육을 통해 다양한 입장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26%) ▲학생들의 삶과 학습이 일치되는 교육으로써 사회현안교육이 필요하다(26%) ▲다수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사회현안교육이 필요하다(21%)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마땅치 않은 현 상태에서 사회현안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경우 교사 스스로 자기검열이나 일부 학부모의 비난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7조의 한 교사는 “학교에서 찬성과 반대 토론을 하기 위해 특정 주제를 지정하고 나서도 꼬투리 잡힐까 두려워 스스로 검열을 많이 한다”며 “선생님의 의견을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도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며 어렵게 털어놓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2차 토론에서는 전체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현안교육을 할 때 교원이 지켜야 할 원칙’을 마련했다.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토론하고 학생 스스로 입장을 정하도록 하되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안내한다 ▲민주적 토론을 위한 사전교육이 필요하며 교사는 동등한 토의 기회, 상대 의견 존중, 학생들의 표현 자유를 보장한다 ▲교사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교육목적으로 삼아 사회현안교육시 끊임없이 천착하고 지향한다 ▲일방적인 주입과 교화를 지양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결론에 도달하도록 교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혐오표현 등 극단적 의견을 제한해 합리적으로 논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교사의 충분한 이해를 기초로 균형적 시각을 제공한다 ▲교사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자료제공을 통해 중립성을 유지한다 등이다. 이러한 원칙은 모두 합의문에 담겼다.

다만, 토론에 참여한 교사들 사이에서는 합의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한 사회 교사는 “합의문에 담긴 내용은 토론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돼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사회현안교육을 두고 일방적인 주입인지 아닌지를 실질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번 원탁토론회가 열린 배경에는 인헌고 사태가 있다”며 “제2의 인헌고 사태를 막기 위해 논의를 시작한 만큼 사태의 원인을 직시하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첫 토론회인데도 합의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며 “2·3차 토론회에서는 한 단계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앞으로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의미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혐오표현을 비롯한 의견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중범위의 사회현안교육 토론의 규범과 규칙을 담은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서울교사노동조합, 서울시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노동조합 등 5개 교원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앞서 인헌고 사태를 비판해왔던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는 이번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앞으로 서울교총과 같은 여러 교원단체를 비롯해 많은 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추후 교총 관계자와 직접 만나 얘기하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