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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프랑스로 읽은 오늘] 식량지원, 사랑의밥차가 아닌 미슐랭 가이드 나라 프랑스에서 배우자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의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6명의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2018년 9월 프랑스 전문 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프랑스 가난 구호 비영리단체, 스쿠 포퓰레흐 프랑세(Secours populaire Français(SPF))가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식량 불안정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그 중 14%의 프랑스인들은 하루 세 끼 건강한 음식을 구하는데 실제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의 탄생지이자 미식의 나라로 유명한 프랑스의 이면을 보는 느낌이다.


식량 불안정이란 건강하고 활동적인 삶을 위한 필수 영양이나 기호 식품 섭취가 부족하여 충분한 영양섭취가 보장되지 않고 신체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는 사람의 상황을 식량 불안이라고 정의된다.1)


1) 2012년 3월에 있었던 프랑스 식품 위원회의 '영세민을 위한 식량 지원과 식량 접근' 견해. Conseil national de l’alimentation, « Aide alimentaire et accès à l’alimentation des plus démunis » avis n° 72, mars 2012.


오늘날 프랑스 정부의 저소득층을 위한 식량지원정책은 약 9000개의 비영리단체를 통해 식량 불안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눔 및 지원을 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4곳의(Restaurants du Cœur, Fédération française des banques alimentaires, Secours populaire français, Croix-Rouge française) 지표에 따르면, 2017년 식량지원에 지출된 비용은 약 15억 유로라고 한다. 이는 2008년에 기록된 9억 3천 유로에 비해 대폭 증가한 추세이다.2)


2) 프랑스 국회 2009년 9월 회계감사원의 식품 지원에 대한 보고 결과, La Cour des comptes, dans un rapport de septembre 2009 dans le cadre d’une enquête sur les mécanismes financiers concourant à l’aide alimentaire


노르망디 꾸탕스(Coutances) 지역 사랑의 식당 자원봉사자들의 모습과 창시자 꼴루쉬의 초상화, 2018년11월29일, @CHARLY TRIBALLEAU 연합뉴스.
노르망디 꾸탕스(Coutances) 지역 사랑의 식당 자원봉사자들의 모습과 창시자 꼴루쉬의 초상화, 2018년11월29일, @CHARLY TRIBALLEAU 연합뉴스.

에베르제티즘, 고대 그리스의 자선


역사적으로 초기 식량 지원의 형태는 고대 그리스에서 찾을 수 있다.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라는 유명한 표현처럼 로마시대에 부유한 귀족들은 자신들의 돈, 권력, 명예를위해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곡물과 같은 식량 지원을 하고, 도시 정화(운동이나 문화 시설물 건축, 조각 설치 등) 또는 학교, 목욕탕, 극장과 같은 여가 시설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러한 자선 행동을 에베르제티즘(L'évergétisme)라고 지칭했다.


당시 정부는 시장의 자유를 위해 식료품 가격 제한이나 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만 개입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3)


3) Garnsey, in Flandrin et Massimo, 1996


부유층의 참여 목적은 따로 있었지만, 그들 스스로가 자발적 의식을 통해 모든 로마 시민을 대상으로 나눴던 음식 지원 등의 사회공헌 활동 모습은 인상적이다.


약간의 ‘즐거움’과 약간의 ‘따뜻함’이면 됩니다(Un peu de joie et de chaleur)


1985년 프랑스 유명한 코미디언 꼴루쉬(Clouche)는 한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에티오피아의 빈곤 문제를 얘기하던 중, 한 청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프랑스에도 배고플 때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다.


그는 식문화로 유명한 나라에서 아직도 배고픈 사람이 있다는 건 모두의 부끄러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방송에서 즉석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균형 잡힌 영양식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것이 34년의 역사를 가진, 식량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사랑의 식당’(Les Restaurants du Cœur–les Relais du Cœur)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그의 발상은 당시 유명한 스타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이브 몽땅(Yves Montand), 장 자끄 골드만(Jean-Jacques Goldman), 나딸리 베이(Nathalie Baye) 등의 스타들과 함께 얼간이들(Les enfoires)이라는 이름의 그룹을 만들었다. 그룹은 매년 앨범을 판매하고, 콘서트 개최 수익금 전액을 식당에 기부하면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매년 최고의 스타들이 함께 하는 사랑의 식당 콘서트 '얼간이들'의 한 장면.(Un concert des Restos du coeur en 2008. AFP)
매년 최고의 스타들이 함께 하는 사랑의 식당 콘서트 '얼간이들'의 한 장면.(Un concert des Restos du coeur en 2008. AFP)

집이 없는 노숙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식료품 나눔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랑의 식당은 설립 첫 해 겨울에 5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서 850만명 분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였다.


2018~2019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지점 2013개, 활동 중인 자원 봉사자 7만3천명, 연간 식사를 제공받은 방문자 약 90만명, 제공한 식사 1억3300만인분이다. 한 코미디언의 제안에서 시작된 일이 나비효과처럼 번져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회적 연대 활동을 펼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4)


4) 사랑의 식당(Les Restaurants du Cœur)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s://www.restosducoeur.org/presentation/


사랑의 식당이 식사와 식량 나눔 외에도 요리 수업, 거주지 제공, 직업 알선, 법적 자문 및 도움 제공, 프랑스어 수업,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 등 사회전반에 걸쳐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한국의 식량 지원 현주소


한국의 식량 나눔 및 지원은 지방 자치단체와 기업체에서 저소득층, 소외계층 및 독거노인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공헌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랑의 밥차’ 외에도 ‘생명 밥차’, ‘사랑해 밥차’, ‘사랑의 빨간 밥차’, ‘나눔 플러스 밥차’ 등 이름만 조금씩 다른 이동식 무료 급식 봉사가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1998년 설립된 사랑의 밥차에는 연예·의료·외식업계 분야, 일반 학생 등 전국 회원 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사진=사랑의 밥차)
1998년 설립된 사랑의 밥차에는 연예·의료·외식업계 분야, 일반 학생 등 전국 회원 3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사진=사랑의 밥차)

하지만 밥차는 혹한기나 혹서기에 위생문제나 안전사고 예방 차원으로 운영이 쉽지 않고 급식 수요가 많은 지역은 밥차 운영을 위한 지속적이고 충분한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다.


사랑의 식당을 통해 식량 나눔 및 구제에 관한 정부, 기업, 민간 단체, 시민들 참여의 중요성 등에 봤을 때 한국 기업과 지역 사회의 사회공헌 참여분위기가 확산하고 비영리단체, 사회적 기업과 같은 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저소득 영세민들을 위한 식량 지원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프랑스 컬쳐(France Culture), 막심 텔리에르 - Les Restos du coeur : la “petite idée” de Coluche qui n’était pas censée durer, Maxime Tellier, Nov 2018


https://www.franceculture.fr/histoire/les-restos-du-coeur-la-petite-idee-de-coluche-qui-netait-pas-censee-durer


 


김희소. 울산대학교에서 경영정보학을 공부하던 중 프랑스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하고, 교환학생으로 간 프랑스 미식 도시 리옹의 Université de Lyon 2 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유학 생활을 통해 한국 음식과 다른 프랑스 음식과 그들의 오랜 문화유산에 푹 빠져 투흐에 있는 École supérieure en Intelligence des Patrimoines과 Centre d'Études Supérieures de la Renaissance에서 음식역사문화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Dis-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e tu es.(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알려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겸 사법관이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개인의 음식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추운 겨울날 부엌에서 뭉근하게 끓인 호박 수프와 오븐에서 갓 구워낸 뜨겁고 김이 솔솔 나는 라흐동, 토마토, 대파가 들어간 프랑스식 계란 야채 파이, 키쉬(Quiche)를 식탁에 차려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들은 우리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제가 만난 맛있는 프랑스 식문화와 역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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