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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전경원의 정책제안]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갖춰야 하는 것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에듀인뉴스] 2009 교육과정과 2015 교육과정에서 추구했던 인재상은 ‘글로벌’로 묘사된 국제 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창의성'을 지닌 인재(2009교육과정)였다. 그런가 하면 기존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움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창의·융합 능력’을 지닌 인재육성(2015교육과정)을 지향했다. ‘국제 감각’, ‘창의성’, ‘창의·융합능력’ 등은 모두 인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본질적 역량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기능적 역량에 가깝지 않았던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그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새로운 2022 교육과정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본질적인 고민에 기초한 인간상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은 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유(思惟)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사유(思惟)란 인간의 가장 고차적인 심적 능력으로서 일반적으로 감성의 작용과 구별된 개념, 판단, 추론 등의 작용을 가리킨다. 또 감성이 개별적인 것으로 향하는 감각임에 반해 사유는 보편적인 것, 본질의 파악에 관한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사유(思惟)할 수 있는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공감적 사고역량’, ‘비판적 사고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실천적 사고역량’을 포함한다. 


‘공감적 사고’는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다. 누군가 준거 기준 내에서 경험한 바를 이해하고 느끼는 능력으로,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 상태를 아우르는 감정이입에는 수많은 정의가 있다. 감정이입의 종류에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 감정적 공감(emotional empathy), 육체적 공감(somatic empathy) 등이 포함된다. 


‘비판적 사고’는 어떤 사태에 처했을 때, 그것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동적인 사고를 일컫는다. 비판적 사고(批判的 思考,Critical thinking)는 판단하기 위하여 사실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다양한 정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합리적이되, 회의적이거나 편향되지 않은 분석 혹은 사실적 증거에 대한 평가 등의 개념을 포함한다. 


‘창의적 사고’는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새롭고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 또는 새로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일컫는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역량으로서 창의성(創意性, creativity, initiative)은 전통적이거나 진부(陳腐, stereotypic)한 사고방식이나 틀(framework)에서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사고하거나 사유할 수 있는 성질 또는 능력을 말한다. 


‘실천적 사고’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현실에서 실천을 위해 필요한 과정과 절차를 헤아리고 판단하며 궁리하는 사고를 일컫는다. 간단히 말해서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행동하기 위한 사고의 과정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이 아닐까 판단한다. 실천적 사고는 삶을 위한 교육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이 우리 교육공동체에서 이뤄져야 하는 배움의 궁극적 목표에 해당한다. 


새롭게 개정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기능적인 인간의 모습을 추구하는 한, ‘삶’을 위한 교육과정과는 유리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유(思惟)할 수 있는 민주시민'이라는 인간상을 교육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의 구체적 조건은 ‘공감’, ‘비판’, ‘창의’, ‘실천’이라는 사고역량이 될 것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성취기준의 양적, 질적 차원에서 전면적 혁신 필요


성취기준의 전면적 혁신이란 양적인 면에서 현재 과도한 성취기준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질적인 면에서도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달성할 수 있는, 상세하고도 교실 현장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술을 포괄한다.


현재 교과목별로 제시된 성취기준은 양적인 측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다. 성취기준의 중요도와 위계 및 정합성을 고려하여 상호 간섭되거나 충돌하는 것은 통합하거나 과감하게 폐지함으로써 질적인 교육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 



성취기준의 구체적 기술에 포함해야 하는 진술 방식


2015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현재의 성취기준은 교과서 집필과 교실에서의 수업 장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품을 읽고 삶을 성찰하는 태도는 교과서 집필진이 제시하는 활동을 따라가며 구현된다. 따라서 읽는 행위와 성찰하는 태도가 학습자의 주체적 탐구와 토론을 바탕으로 진행할 당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활동과 평가가 어떤 식으로 구현되었는가를 살펴보면 교과서별로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발표와 토론의 모델로 활동이 구현된 경우가 드물다. 그렇다면 성취기준 제시에서부터 구체적이고 명료한 교수학습방법을 제안하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성취기준 제시가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소 성취기준만 제시하고 교과서 자유발행제 위한 징검다리까지 고민해야


2022 교육과정에서는 교과목별로 2015 교육과정에서 제시했던 성취기준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재구성 과정을 거친 후에는 성취기준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 기존 성취기준 가운데 불필요한 요소는 삭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성취기준을 통합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을 통해 교과목의 학습량은 적정한지, 난이도는 적정한지 현장 교사들을 중심으로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교과서 자유발행제의 과도기적 단계의 모델은 성취기준만을 제시하는 방안이다. 대신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성취기준별 내용을 국가가 플랫폼을 구축해서 교사가 자유롭게 교과서를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종이로 된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전자책 형태의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다.


학습자의 입장은 교과서 비용을 개별적으로 지출하지 않고 국가가 대신해서 일정 비용을 전자출판 허용에 따른 인세 형태로 출판사에 지급하면 된다. 이 과정은 교과서 자유 발행제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22 교육과정 개편은 멀리 내다보고 해야 하는 작업이다. 긴 호흡과 통찰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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