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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전경원의 정책제안] 촉법소년,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사진=jtbc 캡처)

[에듀인뉴스] 묻지마 범죄가 일상이 되다시피 세상이 변해버렸다. 여전히 놀라운 뉴스가 쏟아진다. 주변의 누군가가 피해자가 될지 알 수 없어 늘 불안에 휩싸인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누구든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우리가 왜 이런 공포를 감당해야 하는가. 왜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런데 가해자에게 그 동기를 물으면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증오만이 차고 넘칠 뿐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고 국가와 사회로부터도 존중받지 못한 채 학대와 방임에 노출된 채 성장했다. 심지어 사건이 발생한 현재까지도 국가와 사회의 학대와 방치 속에서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촉법소년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안은 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형사법상 처벌 받을 수 있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다시 13세의 나이로 한 살 더 낮추는 방안을 교육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어린 학생들의 흉악범죄에 분노를 표출하며 아무리 어린 나이일지라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며 적극 호응하기도 한다. 


강력한 처벌 위주의 방식은 너무나 간단명료하고 손쉬운 접근이다. 한 가지 걱정은 13세 나이에 형사처벌을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한 후 출소하면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성원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전체 소년범죄 가운데 만16세에서 18세까지 소년범 비율은 평균 20%대를 유지했다. 반면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 비율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 10년 이상 줄곧 1% 미만을 유지했다. 


하지만 언론은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이한’ 사건으로 바라보며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다보니 촉법소년 사건이 실제보다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여겨지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일으켰다.


소년범죄 가운데 흉악범죄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소년부 재판을 맡았던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실 전체 소년사건 중 흉악범죄는 1% 미만이다. 이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이 조기에 낙인찍혀 전과자로 살아가는 사회적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비행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 한 부모 가정, 부모에게 방치된 아이들, 가출한 아이들이다. 지금 소년사건 80%는 전부 학교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 이야기”라고 말했다.


세상에 태어난 지 156개월 된 만 13세 아이가 한 순간 실수로 형사법상 처벌을 받고 전과자가 되어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전과자라는 낙인도 그렇지만 그 어린 나이에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교화나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가혹한 처우가 아닐까. 현재도 잔혹한 범죄 행위를 한 경우에는 소년원에 수감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교화의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것으로 부족해 형사처벌과 교도소 수감을 통해 전과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 재범률을 줄이거나 묻지마 범죄의 공포로부터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지, 교화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노르웨이 교도소는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콘도처럼 지어져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13세밖에 안 된 아이가 전적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을 처벌한다고 부모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일까.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책임은 사라지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나눠져야 할 책임을, 세상에 태어난 지 13년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에게 오롯이 묻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사회와 국가의 역할인가. 


그들은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존엄한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다.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는데 교화의 가능성이 새롭게 열린다고 기대할 수 있을까. 태어나 단 한 순간도 귀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을 아이를 국가와 사회가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한다면 그것이 교육이고 교화에 이를 수 있는 새로운 길은 아닐까.


물론 이 길은 강력하게 처벌하고 엄단하겠다고 선포하는 방식에 비해 쉽지 않은 방법이다.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그러나 품격 있는 길이기에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와 국가가 선택해야 하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치부해 버릴 분들을 위해 삶을 위한 교육이라 평가할 수 있는 고전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정치적 행위나 법률과 형벌로만 사람을 다스리려고 하면 사람은 그 순간만을 모면하려고 할 뿐, 부끄러움이 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일지라도 덕이 있는 자세와 예의를 갖추어 그 사람을 대하면 당사자는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품격까지 갖추게 된다.” 


이 말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곳이 있다. 바로 노르웨이다. 노르웨이 교도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교도소가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콘도처럼 아름답고 훌륭하게 지어졌다. 재범률은 물론 살인율도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노르웨이 교도소 시스템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곳엔 현대미술 그림이 교도소 벽 곳곳에 미술관 수준으로 많이 걸려있다. 죄수 개인 방마다 깔끔한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주방용품과 칼도 비치되어 있다. 자기 방 열쇠도 자기가 가지고 다닌다. 인터넷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TV도 마음대로 볼 수 있다. 


이런 노르웨이는 최고형이 21년이다, 사형이나 무기징역도 없다. 몇 년 전, 섬에서 수학여행을 즐기던 청소년을 60명 넘게 대학살한 네오나치 죄수가 최고형인 2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세계 최저의 재범율과 살인율을 유지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곰곰이 곱씹어 볼 대목이다.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유튜브 채널에서 “노르웨이에서 죄수를 대하는 방법”을 검색해서 찾아봐도 좋다. 지금 바로 클릭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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