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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상위 1% 학생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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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은 잘난 척으로 시작해야할 것 같다. 독자분들의 양해를 먼저 구한다.

필자는 공부를 꽤 잘했다. 미국 최초의 사립 기숙 학교인 거버너더머 고등학교(Governor Dummer Academy)를 수석 졸업했고, 미국 명문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이후 운 좋게도 최고의 회사들과 함께 하면서 흔히 말하는 ‘엄친아’의 길을 밟아왔다. 그러다 보니 주변 지인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참 어려운 질문이었다. 답변을 하려면 늘 말이 길어졌다. 나한테 맞는 공부법을 잘 찾아서 꾸준히 실천했을 뿐인데.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답은 매우 단순했다. ‘나한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것.

교육학적인 단어로 표현하면 필자는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높았다. ’메타인지’는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능력’ 혹은 ‘본인이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필자는 영어 단어 암기에 약했다. 문법과 같이 반복적인 패턴을 파악하는 역량은 뛰어났지만, 단어를 하나하나 외우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다행인 점은 이런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빠르게 인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에 맞춰 새로운 공부법을 고안했다. 각각의 단어 속에서 패턴을 찾았다. 예컨대, ‘re’라는 접두사는 ‘반복’이라는 뜻을 가진 경우가 많았고 ‘less’라는 접미사가 붙으면 ‘~이 없는’을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방법도 통하지 않으면 한글과 영어를 연결시켜 버렸다. ‘Capricious’는 변덕스럽다는 뜻인데 이를 ‘미국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변덕스러워스’라고 풀고, 다시 ‘디카프리오는 변덕스러워스’로 줄이고, 다시 ‘카프리셔스는 변덕스러워’라는 식으로 종결하여 나름의 패턴을 만들었다. 더불어 영어 단어들을 그룹핑(grouping) 했다. 긍정적인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들을 구분해서 모아봤다.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만 알아도 독해할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위의 방법이 늘 옳다는 뜻이 아니다. 패턴 인식에 약한 친구들은 필자가 사용한 방법이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핵심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하고, 그에 맞는 나만의 학습법을 찾음에 있다.

이는 EBS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와도 일맥 상통한다. 해당 실험에서는 수능 상위 0.1퍼센트의 고등학생과 일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억력을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두 집단의 학생들에게 연관성이 없는 단어 25개를 주고 각 단어당 3초씩 듣고 외우게 한 후 3분 동안 기억나는 단어를 모두 쓰게 하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일반 학생들과 상위 0.1 퍼센트 학생들 모두 평균 8개 내외를 기록하며 기억력 자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상위 0.1 퍼센트의 학생들은 90 퍼센트 이상이 본인들이 몇 개의 단어를 기억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맞춘 반면, 일반 학생들 중 자신이 몇 개를 쓸 수 있는지 정확하게 답변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Gnothi Seauton” 너 자신을 알아라. 그리스 델포이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진 글이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라고 말했다. 서양과 동양의 대 철학자들은 공부법에 대한 핵심을 이해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간단해보이지만 다수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상위 1%의 비밀이다. 나를 먼저 알고 나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보자. 작은 시도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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