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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블링블링’ 세라믹 도넛에 살며시 번지는 미소

[김재용]
“이 도넛은 살 안 쪄요”
입맛 말고 눈 자극하는 화려한 색채
국내 첫 개인전 ‘도넛 피어’, 4월 26일까지 학고재
 
3월이면 한창 미술 전시가 열릴 시기다. 겨울과 연초를 지내며 갈고 닦아 놓은 작품들을 내놓기 바쁠 때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술관과 갤러리 대다수가 휴관하거나 전시를 연기·취소하는 마당에 즐길 전시 자체가 귀한 상황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미술계나 관람객이나 모두 침울한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기분전환이 필요할 터. 일명 ‘도넛 작가’로 잘 알려진 김재용(47)의 형형색색 유쾌한 도넛으로 잠시 미소지어볼 수 있다. 
 



 
김재용의 도넛은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강렬한 색채와 반짝이는 크리스털을 활용한 만화적 표현이 두드러지는 세라믹 조각이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화려한 모양에 한 입 앙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도넛이다. 이렇듯 보는 이에게 기운을 차리게 하는 데에는 작가의 명확한 작업 계기가 있다. 첫 개인전에 방문한 아이가 스케치북에 작품을 따라 그리는 것을 보고 행복감을 느낀 일을 시작으로 쉽고 친숙한 만화적 요소를 작업에 끌어들여 보는 이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몰두했다. 익숙한 형태와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특징이다.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작품에 접목하기도 한다. 현대 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허물고 대중의 공감을 얻으려는 시도다. 그의 도넛에는 두려움을 잊고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웃어보자는 희망이 담겨 있다.
 
이는 그의 대작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기존 손바닥 크기 정도의 도넛을 1m 크기로 키운 대형 도넛이다. 연작 <아주 아주 큰 도넛>은 조형물로서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제 큰 조각이 공공예술품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피곤한 출퇴근길에 XXL 사이즈의 도넛을 마주한 이들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또 다른 연작 <도넛 매드니스!!>도 시선을 압도한다. 무려 1358점의 도넛 조각이 벽 전면을 두르고 그 위아래로는 작품 실물을 그대로 본뜬 시트지로 채운 ‘도넛 월(Donut Wall)’이다. 복잡한 생각과 욕망으로 가득 차 일말의 틈도 보이지 않는 현대인의 내면을 구현한 것이다. “세라믹 설치작품이지만 제게는 페인팅과도 같아요. 벽에 붙이는 데 두 달 반가량 걸렸습니다. 특별한 규칙이 있는 건 아니고 그때그때 어울림과 배열을 살피며 일일이 붙였죠. 수많은 도넛이 세상에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봤어요. 세상에 같은 사람 없듯 제 작품에서도 같은 도넛은 없거든요. 제각각 다른 모양이 한데 모여 아름다움을 빚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Donut Fear)’가 4월 26일까지 서울 삼청로 학고재 본관에서 열린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작가가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다채롭게 구성했다. 대형 도넛과 도넛 월 외에도 청화 채색 기법을 접목한 <유니콘을 가두지 말아요>(2020), <호랑이와 까치>(2020) 등의 작품도 눈에 띈다. 청화 안료인 산화코발트를 사용해 서양 신화와 한국 민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전시 타이틀 ‘도넛 피어’는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으로, 도넛(Donut)의 발음이 ‘두 낫(Do Not)’과 비슷한 데서 착안한 중의적 표현이다. 적녹색약을 지닌 김재용은 어린 시절, 자신이 남들과 색을 다르게 본다는 사실이 두려워 색채 사용을 기피하기도 했지만 ‘한 번 즐겨보자’라는 마음으로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작은 조각을 만들기 시작, 이러한 도넛이 수백, 수천 개 쌓이자 자연스레 색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됐다. “그래서 제 도넛들이 호화로운 색깔인가 봐요. 색약의 영향인지 주변에서들 저보고 색을 굉장히 특이하게 쓴대요. 입맛을 자극하진 않아도 눈을 자극하는 살 안 찌는 도넛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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