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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재학 칼럼] 자판 두들기는 소리만...소통 부재 학교, 어떻게 극복할까?


[에듀인뉴스] 대한민국은 가히 IT 공화국이라 불릴만하다. 개인용 PC와 초고속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등은 실생활을 점령하여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호텔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까지 유아용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면서 ‘전 국민의 전자기기 소유화’가 되어 IT 공화국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또 IT 기술에 의해 등장한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카톡, 이메일 등 소통 수단은 홍수의 물결을 이룬다. 그 결과 전 세계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든 거의 모든 장소와 시간을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수많은 소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금이 ‘소통 부재의 시대’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가까운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동료 사이에도 소통이 안 되어 갈등이 일상적이다. 


학교 교무실 풍경을 보자.


교사의 책상에는 컴퓨터가 다닥다닥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 의 컴퓨터는 모니터링이 쉽고 속도가 빠른 것으로 대체되었다. 


또 한 대의 컴퓨터로는 부족해 업무량에 따라 또는 IT 활용 능력에 따라 두 개의 컴퓨터를 설치한 책상도 흔하게 눈에 띈다. 


교사들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는 까닭에 교무실 공간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무언의 소리가 압도적이다. 


개인에 따라서는 출근 시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면 그것으로 온종일 상호 간 소통은 끝인 경우도 있다. 누군가 일부러 농담을 하거나 적막감을 깨는 의도적 행위가 없으면 깊은 산속의 수행장(修行場)과 같다. 


어쩌다 학생이 들어와 대화를 하는 소리가 들리면 잠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곧 자신의 컴퓨터로 돌아간다. 그나마 고개를 드는 순간은 모두의 행동이 아닌 소수의 선택하는 사람만의 여유다. 


이렇게 가장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교육하는 공간마저 ‘있는 듯 없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제도적으로 누군가 ‘치어 리더’가 되거나 ‘소통 리더’가 되지 않으면 종일 말도 없이 하루가 지나기도 한다. 


소통 부재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필자는 작년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2/3년 차에 발령을 받았다. 전해 듣기에 학생 선택중심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해서 1/3년 차 연구학교 시작에는 담당자나 소속 교사들이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오죽하면 ‘맨땅에 헤딩하기’라며 볼멘소리를 할까? 본교는 그렇게 1년 차를 마무리했고 새로운 기대 속에 2년 차를 맞이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심각한 소통의 부재가 장애였다. 사연인즉 담당자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 처음 가는 길이라 ‘나는 모른다’라는 사실을 감추고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학습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내부의 소통에는 소홀했다. 


또 중간 관리자와 함께 큰 틀을 세우기를 주도하면서 구성원에게는 일방에 가까운 전달식 운영을 하였다. 그러니 상세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구성원은 막막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적 사업의 대의(大意)를 따르고자 묵묵히 순응하면서 내면적으론 불만이 누적되었다. 


그 불만이 2/3년 차에 폭발해 부서별 협조가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소통의 부족을 진단하고 즉시 이를 시정하기 위해 전 구성원의 소통의 시간을 자주 마련하였다. 결국 서로의 진심을 표현하지 못해 그동안 오해를 초래하였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졌다. 


그렇게 조금씩 앙금을 털어내면서 소통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대폭 늘렸다. 마침내 2/3년차를 성공적으로 결산하였다. 


올해는 3/3년차를 맞이하여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진척이 늦지만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교사와 학생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출발 단계부터 특별히 신경을 쓰면서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직원의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왜냐면 모든 정책은 민주적인 절차와 실행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의 대화와 토의‧토론은 필수다. 


지금은 남녀 간 성인지감수성에 극도로 민감한 시대라 집단 내 대화를 꺼리는 분위기지만 이에 적합한 소통의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학교 내 모든 부서별로 특색 있게 하루 15~30분 소통의 시간을 운영하되, 각 구성원 모두가 순환해 1일 ‘소통 치어 리더’ 제도를 확보하는 것은 어떨까? 


이처럼 소통을 위한 작은 노력이 합쳐지면 건강한 학교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론 집단지성으로 교육의 효율성과 창조성, 민주화를 높이는 학교 문화가 될 것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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