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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연필 쥐지도 못하는 초4 아이들, 프랑스 '특별지원 네트워크'는 어떻게 작동하나?

최근 기초학력보장법안이 재 발의되면서 법안 찬반 논란이 점화되고 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학생지원을 위한 예산과 지원센터 설치 ▲별도인력지원 방안 마련 ▲국가적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 등입니다. 이 법안에는 유급 등의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유급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프랑스 역시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가 프랑스의 우선교육지역 '특별 지원 네트워크' (Le réseau d'aides spécialisées aux élèves en difficulté, RASED)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 주셨습니다. 


[에듀인뉴스] 중동인들과 흑인 이주민들이 대다수 사는 그레지으 지역 <플라마리옹 유아/초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디종시청과 협약 후, 한국어 문화 아틀리에에 배정된 학교는 1학기 당 5개교, 20시간 동안 20~30명의 방과후 돌봄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칩니다. 


수십 개 학교를 돌았지만, 11세 초등학교 4학년 과정 학생들이 연필을 쥐고 쓰기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교사들에게 '반말'('튀투와예', 프랑스어법 상 교사와 학생은 존댓말 ' 부브와예'를 하게 되어있습니다)은 물론, 한국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반말'이 일상화되어 있고, 프랑스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물어보니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외국인 부모들이 다수였습니다. 


언어가 통하는 학생들끼리 수다를 떨었고, 진도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소근육 발달이 젼혀 되지 않아 가위나 연필을 쥐기조차 힘들어했습니다. 


일반 유치학교 6세 학생이 두 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태극기 종이접기> 활동은 반도 못 끝냈습니다. 파일에 일일이 챙겨주며 '집에 가서 학부모님과 설명서를 보며 끝내세요'라고 했더니 ' '집에 가위나 풀이 없다'면서 달라고 했습니다.


프랑스는 개학 시기인 9월이 되면 저소득층에게 '새학기지원금'이 자녀마다 400유로(52만원) 가량 지급됩니다. 학용품을 비롯한 책가방, 옷가지 등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합니다. 그런데도 가위나 풀, 연필이 없으니 달라 하는 학생들 앞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었습니다. 


수업을 담당 한국어 교사에게 맡기고 학교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방과 후인데도 학교엔  몇몇 교사들이 와서 수업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학업부진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 지원 네트워크(Le réseau d'aides spécialisées aux élèves en difficulté, RASED)의 교사와 심리치료사들이었습니다. 


'읽고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연필조차 쥐지 못하는 학생'들을 한 명씩 붙들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더듬 더듬 프랑스어를 읽는 소리가 나고, '트레 비엉(잘 했어요)'를 외치는 선생님들의 소리가 났습니다. 


심리치료사들은 곁에서 학습태도를 살피면서 행동 평가를 위해 학생들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이 팀은 유치원부터 초등 마지막 학년인 5학년까지 개별 혹은 소그룹으로 운영이 됩니다. '교육 우선지구 대상학교'만을 돌며 학생들을 개별지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생 진단이 끝나면 학부모와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기초학력 성취를 돕습니다. 학부모가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내 통역이 가능한 인력을 동원합니다. 알콜 중독, 아동폭력 등 관련하여 사회복지사와 가족심리 치료사를 대동합니다. 


다층적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우선교육지역' 교사는 특별한 의미입니다. 혜택은 정책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고, 교수법, 연수 등은 교육 네트워크를 통해 꾸준히 제공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근무 점수입니다. 승진제가 없는 프랑스 학교에서 전근 점수는 아주 중요합니다. 근무 점수가 많아 전근시 아주 유리하게 적용됩니다. 시내에 우선 배치되니 출퇴근에 아주 용이하게 됩니다. 


둘째, 특별수당입니다. 1년마다 일반 우선교육지구 (REP)는 1734 유로, 우선교육지구+(REP+)는 2312 유로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셋째, 교실당 학생 수는 일반 학교 절반 이하입니다. 2018년부터 교실당 학생 수는 절반으로 줄어 1교실 당 담당학생은 7~9명 정도입니다.  


넷째, 보조교사 신청 및 '특별 지원 네트워크 업무 협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생의 상태에 따라 보조교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조교사는 학생의 손과 발이 되어 학생을 지도하고 돌봅니다. 장애아동, 특별행동 아동, 학업부진 아동등을 담당하는 보조교사는 최대 2-3명의 학생까지 일반교실에서 교사를 돕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선교육지구' 교사들은 전근가지 않고 오랜동안 자원해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학생들에게 교사와 학교는 사회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비행기 한 번 타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부모가 태어난 나라에 가볼 기회도 없겠지요. 프랑스 사회의 이방인으로 살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한국문화를 배우게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경험이 될지 우리는 짐작할 수 없지요. 다만, 우리는 학생들에게 지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은 학생들의 권리입니다.


프랑스어 '봉수와(안녕하세요)'를 겨우 말하는 차도르를 쓴 학부모에게 학생을 인도하며 환하게 웃는 '우선교육지구' 교사 나탈리. 자신이 '우선교육지구' 출신이라며 교사로서의 보람을 이야기하던 나탈리를 보며 교사로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왜 내가?', '일개 교사가 뭘 바꾸겠어', '전근점수'나 '보너스'가 아닌 '학생에게 마지막 희망일지 모르는 교사이며 교육의 진정한 힘'을 믿는 나탈리에게 깊은 존경을 보냈습니다.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부르고뉴대학 한국어 강사<br>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부르고뉴대학 한국어 강사<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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