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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교육에 대한 비난보다 성찰이 필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도 많아진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목요대화를 봤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고 있다. 그중에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의 강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했지만, 질문도 많이 남았다.

 

우리 교육을 반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 입시 폐지, 대학 서열 폐지, 특권 고등학교 폐지, 등록금 폐지를 주장한다. 극심한 경쟁 교육은 야만적이라는 말도 한다. 극복의 대안으로 유학 경험을 토대로 독일 교육을 모델로 제시했다. 독일 교육은 경쟁적 입시가 없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대학도 서열 없는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로 재편하자고 했다.

 

문제점 지적에 공감이 간다. 우리 교육에서는 경쟁이 지나치다. 인기 학과 인기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의 노예가 된다. 공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석차에 집착한다. 석차 경쟁은 개인의 역량을 가리고, 어린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다.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의존하고, 공교육은 입시 준비 기관이 된다. 특권 교육에 대한 언급도 공감이 간다. 이 부분은 최근 교육 당국에서 노력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다소 과격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아쉬운 것은 김 교수는 한국 교육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교육도 분명히 성과는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짧은 기간 내에 선진국에 안착한 것도 우리 교육의 성과다. 맨땅에서 시작해 역동적인 성장과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대한민국의 건설하는데 초석이 됐다. 학교에서 지식 교육 못지않게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했다. 경쟁이라는 것도 학교 사회에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제한된 교육 현장에 학령인구는 넘쳤다.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발과 경쟁의 중요한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우리 교육에 비난을 퍼부을 때는 외국의 경우와 다르다는 사례를 든다. 그때는 외국은 좋은데, 우리는 그르다는 결론이 대부분이다. 우리 교육이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까지 자주 비교되지만, 그 또한 위험한 측면이 있다. 역사적 배경과 과정이 배제된 상태에서 일부 영역만 취해서 비교하는 것은 경게해야 한다. 교육의 장면을 극히 제한적으로 보는 것은 결국 많은 것을 왜곡하게 된다. 최근 핀란드와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핀란드는 조그만 나라다. 우리와 평면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리고 핀란드와 비교하는 이유는 그 나라가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순위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작 경쟁이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미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순위가 1, 2단계 앞선다고(우리도 여기서는 이미 성적이 우수한 국가에 속한다.) 그 나라를 닮아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이해가 설득력이 없다.

 

대학 서열 폐지도 전제에 동의할 수 없다. 대학 서열은 실체가 없다. 문제는 대학 서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서열로 노동시장 등에서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는 대학이 해결할 일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으로 견인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문제를 들었지만,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한국의 국공립대학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립대학은 그대로다. 네트워크를 구축해봤자, 사립대학 서열은 그대로 남는다.

 

한국 교육은 문제점이 많지만 나름대로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 대학입시 제도의 잦은 변화도 그 흐름의 하나다. 대학과 학과 선택의 개인적 선호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과정에 경쟁은 필연적이고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야만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 학교에서는 성장 단계에 맞는 인지적 학습과 함께 진로 교육을 하고 있다. 장차 건강한 사회인이 되도록 교양 함양과 민주적 시민을 키우는 데 노력하고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교육은 특히 좋고 나쁨이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떨어져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큰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의 논리는 누구든 독점할 수 없다. 일방적 주장은 사회의 활력을 죽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열린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중등학교 경험이 부족하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야말로 수업과 학생지도에 경험과 훈련으로 완성된 최고의 전문가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다양한 출구가 생기고 바람직한 세상으로 안전하게 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을 복잡한 문제로 보는 것과 동시에 그 문제를 직접 짊어져야 할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는 그 책임을 실천하고 있고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았나.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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