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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사서교사의 수업노트] ③책과 책·책과 사람·사람과 사람 '연결'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에듀인뉴스] 학교도서관은 '교육과정과 통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수학습센터'다.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중심으로 수많은 자료와의 '만남'을 제공해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들을 엮어 읽고, 쓰고, 말하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책과 미디어정보에 접근·분석·평가·창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적인 생활 역량이 되었다. <에듀인뉴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보영 부산 동항초 사서교사
김보영 부산 동항초 사서교사

[에듀인뉴스] 사서교사는 책과 책, 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멋진 직업이다.


사서교사가 펼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연결 그 자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할 책과 엮어서 소개할 책을 연구하는 과정이 책과 책 연결이다. 아이들에게 책과 관련된 읽기 경험을 알려주는 과정이 사람과 책 연결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대상 도서 작가와 만남 시간을 마련하는 과정이 사람과 사람 연결이다.


아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학교에 갈 수 없었다. 휴업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등교 수업도 미뤄졌다. 학교 교육 과정도 계속 바뀌고, 바뀐 교육 과정에 따라 한 학기 한 권 읽기 계획도 수정되었다.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도 6학년의 경우 12차시에서 6차시로 줄었다.


책 '수평선 학교' 표지.(김남중 저, 창비, 2017)
책 '수평선 학교' 표지.(김남중 저, 정현 그림, 창비, 2017)

'수평선 학교' 함께 읽기


낯설었다. 온종일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다가 교실로 가야만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수업 시간 중에도 마스크를 해야 하며, 오직 개인 활동만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김보영 사서교사는 교실로 아이들을 찾아가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왔지만, 이제는 사서교사들이 교실로 찾아가는 변화한 모습을 알 수 있다.(사진=김보영 사서교사)
김보영 사서교사는 교실로 아이들을 찾아가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왔지만, 이제는 사서교사들이 교실로 찾아가는 변화한 모습을 알 수 있다.(사진=김보영 사서교사)

사서교사와 아이들이 하는 활동은 국어교과 독서단원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바탕이다. 물론 책을 함께 읽으면 읽는 이도 모르는 사이에 국어교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과 성취 기준에 다가선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모든 차시가 중요하지만, 1차시 진행에 특히 더 정성을 들인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함께할 아이들과 1차시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 책 읽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할 때, 늘 1차시에 세 가지를 묻고, 답한다.


‘왜 읽을까? 무엇을 읽을까? 어떻게 읽을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6학년 교실 4곳에서 같은 물음을 던졌다.


첫째, ‘왜?’에 관한 물음이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책을 함께 읽으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 대답은 공유와 소통으로 간추릴 수 있었다.


둘째, ‘무엇을?’에 관한 대답은 사서교사 몫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읽을 책을 아이들과 함께 골랐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도서가 『수평선 학교』로 정해진 과정을 설명했다.


셋째, ‘어떻게?’는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을까에 관한 물음이었다.


『수평선 학교』는 표지 포함하여 1장부터 13장 그리고 작가의 말까지 228쪽 분량이다.


“228을 6으로 나누면 38이니까 한 시간에 38쪽씩 읽으면 되겠네요.”, “그냥 선생님이 혼자 계속 다 읽어주시면 안 돼요?”, “우리가 돌아가면서 한 문단씩 읽고 싶어요.”, “한 쪽씩 나눠서 읽어요.”


아이마다 반마다 의견이 달랐다. 어떤 반은 한 문단씩 돌아가며, 어떤 반은 자기가 읽고 싶은 만큼, 어떤 반은 한 쪽씩 돌아가며, 어떤 반은 한 문단씩 돌아가며 읽다가 한 쪽씩 돌아가며 읽기로 했다.


어떻게 읽더라도 6차시 동안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 없으므로 수업 시간에 함께 읽지 못한 부분은 스스로 틈틈이 읽기로 했다.


사람마다 목소리 크기가 다르다. 누구라도 글자를 잘 못 읽을 수 있다. 읽고 있는 아이 목소리가 작다거나 글자를 틀리게 읽었다고 비난하지 말자는 약속도 했다.


표지, 책날개, 판권을 꼼꼼히 살폈다.


『수평선 학교』 62쪽과 관련하여 출판사와 그림 작가에게 이미지 이용을 승인받았다. 이미지로 스탬프를 만들고, 스탬프로 4가지 종류 책갈피를 만들었다.


판권 ‘ⓒ 김남중, 정현 2016’을 설명했고, 마음에 드는 책갈피를 하나씩 나눠가졌다. (수업사진2)


(사진=김보영 교사)
(사진=김보영 교사)

“선생님! 책은 언제 읽어요?”


1차시 끝날 시간쯤 꼭 듣는 말이다.


2차시부터 비로소 아이들이 정한 방법대로 『수평선 학교』를 읽었다. 9쪽에 ‘오징어’가 나온다. 코로나19 시대 이전이라면 도서관에서 모둠별로 오징어에 관한 조사활동을 했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사서교사가 오징어 조사 과정을 시연했다.


‘언젠가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쥐였다.’(10쪽)


『수평선 학교』 10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김남중 작가 다른 책 『나는 바람이다』 10권 90쪽부터 125쪽에 나오는 쥐를 소개했다. 이후에도 차시마다 읽다가 어떤 낱말이나 어떤 문장에 잠시 멈춰서 김남중 작가 『나는 바람이다』(비룡소, 2013~2019.) 1권부터 11권까지 나오는 내용과 연결했다. 더불어 김남중 작가 다른 책도 소개하며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했다.


'섀클턴은 시속 5노트의 속도로 동쪽 넓은 바다를 향해 달렸다.'(39쪽), '30킬로미터를 아홉 시간에 걸쳐 항해한 것이다. 걷는 것보다 빠를 게 없는 거북이 항해였다.'(55쪽)


1노트는 1.852㎞/h인데, 시속 5노트라면 1초에 몇 미터 항해한 것인지 사서교사가 대표로 칠판에 계산했다. 역시 30㎞를 아홉 시간에 걸쳐 항해하면 1초당 몇 미터를 나갈 수 있는지 계산해서 ‘거북이 항해’를 증명했다.


“수학 시간 같아요.”, “제가 걷는 것도 그것보다 빠르겠네요.”


아이들 반응은 다양했다.


'돌아와 보니 전화기에는 남준이 엄마가 보낸 문자가 와 있었다. 복오는 오늘 하루 일을 몇 줄로 정리해서 답 문자를 보냈다.'(61쪽)


‘오늘 하루 일을 몇 줄로 정리해서’에서 아이들에게 답 문자 활동지를 나눠줬다.


『수평선 학교』 39쪽부터 61쪽까지 요약해야 활동지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책을 한 번 더 꼼꼼히 읽었다.


『수평선 학교』 79쪽에 ‘독도는 우리땅’ 노래 관련 내용이 나온다. 가수 정광태 씨가 1982년에 부른 노래와 2012년 바뀐 가사를 비교하여 들었다.


작년에 『수평선 학교』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했다면 점심시간에 6학년 아이들과 운동장에서‘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했을 테다.


아이들은 1차시에서 6차시까지 ‘책 읽으며 끌리는 문장 쓰기(필사)’를 두 번 했다. A4 종이에 가로 방향으로 만든 활동지에 필사를 했는데, 활동지는 반으로 접어서 표지를 덧대고, 종이끈이나 가죽끈으로 오침안정법을 이용해서 엮으면 필사본이 된다.


아이들은 바로 내일(7월 22일 수요일) 김남중 작가님 만남 시간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예방 방지를 위해 제약이 많은 작가 만남이지만, 아이들과 작가님 모두 손가락을 꼽으며 기다리는 눈치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읽기 경험에 반 친구들과 또 사서교사와 함께한 읽기 경험을 더하고, 작가 경험까지 더한다. 배경지식이 점점 확장된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통해 아이들이 읽는 경험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경험이 책뿐만 아니라 자신을 읽고, 세상을 읽는데 크고 작은 보탬이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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