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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재학 칼럼] 학교 공부의 필수 요소, 적극성과 자발성

[에듀인뉴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학생들이 변함없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공부한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려요”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또 이 말에 수긍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순간에 다 잊어버리는 공부라면 무어라 그리 목숨을 걸다시피 힘들게 공부하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제기된다. 물론 이 말은 지나친 자기비하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학생들이 하는 공부의 특성을 빗대어 설명하는 말로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기에 그럴까? 


누구나 과거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순간의 벼락공부, 주입식 암기 공부, 시험 위주의 공부, 소극적인 공부 방식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우리의 학교 공부는 대부분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 공부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 공부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요즘 학생들의 특성을 한마디로 압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언급한다면 그들이 공부에 임하는 소극적인 자세가 단연 압도적인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학생들은 진정한 공부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왜냐면 학교에서는 대부분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최대한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다가 은근슬쩍 참여하는 자세로 공부에 임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사가 현장에서 하는 과정평가를 기피하고 심지어 저항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몰아서 공부하는 지필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순간에 지필시험을 통해서 좋은 성적을 취득하려는 자세,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의 보편적인 공통점이다. 그래서 교사가 수업 시간에 과정 중심의 학생활동으로 전환하면 긴장을 한다. 왜냐면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 가만히 앉아 활동적인 남의 이야기만 들으려 한다. 애석하게도 발표가 곧 자신이 확실히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공부이고 이를 통해 실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또 교사가 수행평가 과제를 제시하면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복사하거나 친구가 한 것을 생각 없이 복제하여 제출한다. 이러한 주된 이유는 그들이 이것저것 공부에 시달린다는 측면도 있지나 공부도 여름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듯 쾌락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탐색하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교과서의 내용이나 한정적인 정보에만 접근하여 그로인한 천편일률적인 지식에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진정한 지적탐구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 이것이 현행 교육제도가 길러낸 학생들의 소극적인 단면이다. 


그뿐이랴. 특별실에서 외부 강사의 특강을 실시하기 위해 교실 이동을 하면 학생들은 대부분 뒤에서부터 앉는다. 그래서 앞자리가 비는 관계로 강의자는 외롭게 주어진 시간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는 자리배치를 원형으로 하거나 아니면 지정좌석제로 해야만 하는 골육지책을 감행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교사들에게서도 나타난다. 학생 시절부터의 뇌에 각인된 습관인지, 교사들은 전체 교사협의회에 참석할 때 앞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앉는 경향이 있다. 


외부 강연자의 특별 강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팬클럽 회동이 아닌 다음에야 앞에서부터 앉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기별로 아니면 일정 기간을 정해서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학생처럼 지정좌석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교사에 그 학생들이 같은 지붕의 학교에서 공존하고 있으며 이는 곧 학교의 고정화된 전통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소극적인 혹은 수동적인 자세는 좋게 보면 사려 깊은 태도의 한 측면일 수도 있다. 잘 익지 않은 주장을 섣불리 공개적으로 개진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남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태도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부에는 두뇌와 체력에 못지않게 배우고자 하는 적극성 혹은 자발성이 중요하다. 똑같이 노력했어도, 자발적인 자세로 공부에 임하는 학생과 그러지 않은 학생 간에 차이는 크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말을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 


먹어도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은 없는지 몰라도, 공부해도 지식이 잘 안찌는 체질은 있다. 바로 자발성이 정착되지 않은 학생이 그렇다. 그러니 아무리 지식을 퍼먹어도 머리에 많은 것이 남지 않고 다시 밖으로 빠져나간다. 


공부란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순간순간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적극적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는, 경기 중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출발 직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 공부가 궤도에 오르면 그럭저럭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공부하는 과정보다 어려운 것이 고된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는 일이다. 소위 자발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발성은 쉽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의 동기를 부여하기 어려우면, 동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공부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 공부를 안 해오면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그 벌금을 모아서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교사에게 줄 선물을 사기로 해보자. 대개는 선물하기 싫은 마음에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공부하려 스스로 마음먹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라면, 학생이 그런 마음을 먹게끔 교사가 북돋는 방법도 있다. 그 방법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단연코 칭찬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고래가 아니지만 그래도 칭찬받으면 신이 나는 법, 신이 나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려고 든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칭찬은 반드시 비판과 함께해야 효과가 있다. 왜냐면 칭찬을 남발하다 보면, 그 교사의 칭찬은 평가로서의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사는 지식 전달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무(鼓舞)하고 영감을 주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지식이 많아야 할 뿐 아니라,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그리고 외모까지 단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틈틈이 소속 학교의 교사들에게 ‘거울을 들여다보는 교사가 되자’고 제안한다. 외모가 깔끔하고 풍기는 이미지가 밝아야 학생들이 잘 배우고 재미없는 내용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학교의 전설 때문이다. 


일단 잘 씻고 면도도 규칙적으로 해야 하며 등산복을 입고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는 교사가 좋아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 과목이 제일 좋다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가. 


공부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특히 한국적인 교육풍토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자발성을 가지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겁게 할 수 있다. 학교는 지금과 같이 경쟁 위주로 대학입학 시험을 위한 공부만 시킨다면 학생들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공부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없다. 


이제 미래 우리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고교학점제가 대세로 다가온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제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다양한 교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자발성과 적극성, 이 두 가지는 진정한 학교 공부가 되기 위한 핵심이고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필수 요소라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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