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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재학 칼럼] ‘거울 들여다보는 교사되기’를 제안함

[에듀인뉴스] 거울 들여다보는 교사되기! 말로만 들으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교사는 멋 내고 치장하는 직업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우리 선생님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울을 들여다볼까? 이것은 학생들 앞에서 한껏 멋을 부리길 조장하는 말인가? 아니면 학생들에게 보기 좋은 미남, 미녀의 얼굴을 가꾸라는 말인가? 


둘 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폭넓은 의미로 교사는 이미지 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순간순간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물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살짝 얼굴을 쳐다보고 관리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대로 보아서 아침은 세면이나 화장을 위한 것이라 그리 깊은 생각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상적으로 습관화된 순간 동작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거울보기를 통한 성찰이다. 필자는 모든 교사들이 하루 일과 중에도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 왜냐고? 혹시 거울을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도 없는데, 하고 한숨을 쉬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필자는 이럴 때 일수록 더욱 거울보기를 제안한다. 


언제부터인지 초중등학교는 하루 일과가 빡빡한 정도를 넘어 교사와 학생들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교과학습이나 창의적 체험학습(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이 번갈아 가면서 물레방아 돌듯이 운영된다. 


거기에다 교육과정 운영상 각종 교내대회가 실행되고 또 교외대회를 대비한 다양한 활동들이 각 교과의 교실 수업 이후에도 방과 후 시간에 빈틈없이 진행된다. 그것뿐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되어 버린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늘 긴장과 경계를 요구한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학교폭력, 안전사고, 그리고 각종 일탈행위나 관심을 요하는 특이한 행동 등이 언제든지 교사에게 적신호를 보내며 대기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각종 공문을 처리하기 위해 숨 돌릴 짬도 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교사의 하루 일과는 상상을 넘어, 어떤 경우엔 초인적으로 이루어진다. 오죽하면 학년 초나 학기 말에는 누렇게 뜬 교사의 얼굴이 유령처럼 학교를 배회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을까. 이렇게 돌아가는 학교에서 소위 낭만이니 자기계발이니 하는 말은 어쩌면 사치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이것이 학교 현장의 실체이다. 바로 지금이 매년 그러한 기간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운데에 어떻게 교사는 평화와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교사에 따라서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동료들끼리 수다를 떨거나 교내를 걷기도 하며 소수는 체육관이나 에서 운동을 한다. 그러나 필자는 ‘거울 들여다보기’를 권장하고 싶다. 그 이유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잠시 숨을 돌리며 순간순간 성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무대 위의 배우가 되어 관객인 학생들이 보게 될 모습과 연기를 펼쳐야 한다. 직업적인 가면인 페르소나(persona)가 매우 필요하다. 이렇게 교사는 자신이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얼굴이 교실의 학생들이 바라보는 바로 그 얼굴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교사는 찡그린 얼굴, 짜증내는 얼굴, 피로에 젖은 얼굴, 무표정한 얼굴, 화가 난 얼굴... 이 모든 얼굴을 본인이 직접 연출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모르고 지나기가 쉽다.


하루에도 수없이 감정의 기복을 겪는 감정 노동자(emotional worker)가 교사이다. 특히나 현실은 깔끔하고 멋있는, 당당하고 때로는 자애로운 어머니같이 웃는 얼굴로 학생들 앞에 나서기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얼굴 표정도 연습을 하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에 따라 수없이 변신하는 배우는 아니더라도 교사는 인기 있는 배우의 얼굴을 상록수처럼 간직해야 한다. 


교사의 얼굴을 보고 학생이 편안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품어야 한다. 그리고 ‘큰 바위 얼굴’처럼 학생들로 하여금 닮고자 하는 욕망을 뿜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하루에도 수차례 ‘거울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며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교사는 자기 한 사람만의 삶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늘 가까이에서 보고 싶고 닮고 싶은 얼굴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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