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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그림책상담소] 위로가 필요한 아이, 위로가 어려운 교사를 위한 그림책 '달 밝은 밤'

[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에듀인뉴스] “아이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위로의 말이 어렵다. 교실에서 어깨가 축 처진 아이를 만날 때,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릴 때가 많다. 특히나 아이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정의 문제로 힘들어할 때는 얄팍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가 조심스럽다.


어른이 되어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 앞에 서 있어도 마음을 전하는 일은 서툴고 어렵기만 하다.


그림책 '달 밝은 밤' 표지.(전미화 저, 창비, 2020)
그림책 '달 밝은 밤' 표지.(전미화 저, 창비, 2020)

위로가 어려운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바로 <달 밝은 밤>이다.


이 그림책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내 애틋한 마음을 그림책의 언어와 그림에 비추어서 아이에게 전할 수 있다.


그림책을 펼치면 한 아이가 어깨에 아빠의 팔을 두르고 있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아빠의 허리와 팔을 붙잡은 채 걷고 있다. 나란히 걷는 뒷모습을 보면 아빠의 덩치가 훨씬 큰데도 아이가 아빠를 부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아이는 왜 커다란 아빠에게 기대지 못하고 오히려 부축하고 있는 걸까? 글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빠는 비틀거린다. 어제도 그랬다.”


밥 대신 술을 먹는 아빠는 일자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집에 있는 날이 계속됐다. 늦게까지 일하다가 들어오는 엄마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엄마 아빠가 싸우는 날이 잦아졌다.


그런 밤이면 아이는 무엇을 할까? 가만히 밖으로 나가 달을 본다. 그러면 환한 달도 가만히 아이를 내려다본다.


한숨을 내쉬던 엄마가 어느 날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 일하러 떠났다. 아빠는 약속했다.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엄마를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마음 둘 곳 없이 홀로 덩그러니 남은 아이의 머리 위로 오직 달만이 환한 빛을 비춘다. 아이는 손을 내밀어 그 따스한 달빛을 쬔다. 그리고 마침내 달빛에 온전히 잠긴 날, 달과 친구가 된다.


아이는 이제 곧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믿지 않는다. 다만, 입을 야무지게 앙다문 채 혼자서 이렇게 다짐한다.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달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절망스러운 상황이 와도 아이는 혼자 쓰러지지 않는다. 힘든 와중에 달빛을 통해 스스로 마음의 힘을 회복하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음의 회복은 상황이 변하거나 누군가가 도와줄 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 온기를 쬐어줄 수도 있다.


아직 작고 어리기만 한 아이가 달빛에 기대어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이 안쓰럽다. 시린 달빛에 가슴이 아려와 코끝이 찡해진다. 하지만 자립의 과정은 곧 성장의 과정일 터, 아이는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자기 몫의 성장을 해낼 것이다. 그리고 한층 두꺼운 가슴을 지니게 될 것이다.


“난 네가 가진 마음의 힘을 믿어. 달빛과 함께 나도 네 곁에 있어 줄게.”


그림책의 언어와 그림을 통해서 아이에게 이렇게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달 밝은 밤, 달빛에 손을 내밀고 온기를 쬐는 아이의 뒤에 서서 그 작은 어깨를 한없이 응원해주고 싶다.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위로가 필요한 아이를 위한 그림책 질문입니다.


1. 이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힘들었던 어느 날 달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2.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던 어떤 날, 나 자신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 온기를 쬐어준 경험이 있나요?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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