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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대입시의 핵심은 '타당성', 우리가 놓친 것은 '타당성'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출처=//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50406&memberNo=29931747&vType=VERTICAL)
(출처=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50406&memberNo=29931747&vType=VERTICAL)

진학계 고교교육의 정상화 여부는 결국 대입시에 달려있다.


문 정권 초기에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대입시제도의 해결 능력도 없는 연구팀에 거액을 주고 연구를 맡겼다가 결과물이 신통치 않아 교육부가 낭패를 겪은 적이 있다.


급기야 조국 딸의 ‘부정’ 입학 사건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대입 정시를 30% 이상 확대하도록 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2021학년도 4년제 대학 입학 정원은 30만4472명인데, 전형 비중을 보면 학생부교과전형 42.4%, 학생부종합전형 24.9%, 수능 20.4%로, 고교 내신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가 70%를 넘었다.


과연 적절한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이수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지금까지의 고교 교육과정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혹자는 대학입학정원이 고교졸업생보다 많은데 무슨 입시타령인가 하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안이한 자세이다. 한 나라의 국력과 지력의 총합은 대학졸업자들의 수준에서 먼저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고교 이하 교육을 좌우하는 대입시는 그야말로 조변석개(朝變夕改) 하듯 그간 수십 차례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대학 자율화, 특성화를 이유로 3천여 개가 넘는 전형으로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이 도탄에 빠지기도 했다.


사실 대입시에서는 진로별로 무엇을 확인하는지를 분명히 하면 되는데, 현재도 학부모의 대입시 이해나 상담은 사교육기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국 대입 전형은 내신, 전국단위 수능, 대학별 고사를 단독 혹은 조합하는 것이고, 또, 불합격자나 충원을 하지 못한 대학을 위해서 수시, 정시로 모집 시기를 달리할 뿐이다.


모든 사안의 해법이 쉽지 않을 때에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대학입시는 고교 내신, 전국단위의 비교경쟁시험, 대학별 고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 제도의 핵심은 무엇일까? 결국 대학교육을 받을만한 적격자를 찾는 것이다.


대학교육 적격자는 전공 학과, 학부, 계열, 대학마다 다르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시험 보는 ‘과목의 종류’가 전공별로 동일하면 되고, 대학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은 개별 대학과 수험생이 준비하면 될 일이다.


대학입시는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 변별력, 균형성 등등의 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입시는 지역균형, 계층균형, 사회적 배려자를 위한 전형 등 기본적인 속성은 잘 갖춘 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타당성’은 갖추지 못하였다.


다 갖추고도 타당성이 없으면 그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타당성이 없는 대입시는 어떤 기관이나 제도가 존재할 이유와 목적을 잃은 셈이다. 합목적성으로서 타당성은 어떤 제도가 경우에 맞아서 그럴만한 가치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타당성이 없는 입시란 무엇인가?


가령 대학 전공에서 수학을 배우지도 쓰지도 않는데 수학이 모든 전공 분야 입시에서 당락을 가를 경우 그 시험은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또 어느 해 수능에서 언어(국어) 영역이 어려워서 국어성적이 입시의 당락을 결정했다면 그것은 타당하지 않다.


스포츠선수를 선발할 때 공통적으로는 체력, 유연성, 순발력 등을 고려하지만, 그중 권투선수는 주먹을 잘 쓰는 사람을, 무용선수는 유연한 사람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 타당성을 갖추는 것이다.


의사되는 시험과 변호사되는 시험이 달라 각자 필요한 것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 시험이다.


국영수 성적이 우수하거나, 학생부 종합점수가 높은 사람을 무조건 선발하는 경우는 과잉 일반화의 오류로 타당성이 취약한 입시가 된다.


현행 대입시의 지향가치 달성도.(표=홍후조 교수)
현행 대입시의 지향가치 달성도.(표=홍후조 교수)

대입시는 이것저것 다 늘어놓고 모두에게 필수로 부과하거나, 선택권을 명분으로 임의로 선택해도 되는 것으로 만들면 타당성이 없다.


가르치는 학교도 거의 없고 대학의 아랍어과 일부 외에는 사용하지도 않는 아랍어를 점수 따기 쉽다고 공부하여 시험 치른 후 그 성적을 입시 당락의 잣대로 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학에서 입시흥행으로 아무 것이나 성적 좋은 것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대학이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했다고 인센티브를 준다.


성적 좋은 것 아무거나 가져오라는 대학이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한 바가 있을까?


결국 교육부가 주는 인센티브는 대학등록금을 수십 년째 동결하여 고사 직전인 대학을 연명시키는 수단으로 쓰인다.


학생 희망 진로, 고교 공부, 대학수능, 대입전형 모두가 따로 논다. 3불 정책을 강요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대학자율화를 명분으로 입시의 기본질서를 잡는 데도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입시의 기본질서인 치를만한 입시, 타당한 입시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직후에 만들어진 바깔로레아가 2백 년이 넘도록 지속하는 것은 바로 타당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학별 본고사도 1백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계열별・전공별로 바탕학습이 되는 부분을 분명히 확인하는 타당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타당성 있는 입시, 진로별 입시를 만들어 보자.


우선 내용에서는 공통 사항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누구나 세계화와 지능정보화의 영향을 받으므로, 외국어문, 국제관계, 세계정세 및 과학기술공학(IT, BT, AI) 등에 기본 소양을 가지도록 가르치고 평가한다.


평가 방법으로는 현재 수능에서 시행하는 선다형은 최소로 하고 학생들이 깊고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서술형, 논술형으로 바꾼다.


공통 아래 인문사회계는 무엇보다 국어, 외국어, 사회가 가미되고 그 아래 인문, 사회, 경상, 국제에 따라 한 두 과목만 다를 뿐이다.


국제계는 제2외국어나 세계 관련 과목이, 경상계는 문과지만 수학이 더 필요하다.


공통 아래 이공계는 수학, 과학, 기술공학이 우선이다. 거기에다 공학, 이학, 보건의료, IT 등에 따라 물리나 수학, 생명과학이나 화학 등을 더 강조하면 된다.


공통 아래 체육계는 종목, 예술계는 장르에 따라 그 실기시험을 치르면 알맞을 것이다.


대입시에 기본질서를 놓는다는 것은 진로별・계열별・전공별로 공통된 교과목의 종류를 국가 수준에서 최소필수로 정해주는 것이다. 그 다음에 대학별, 학생별로 수준에 맞는 시험을 선택해서 치르면 된다.


계열별로 ‘종류’는 같되, 대학별로 ‘수준’은 달라야 할 것이다. 가령 KAIST와 2-3년제 대학 공학부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물리, 수학 등 공학부 공부에 필요한 시험과목의 ‘종류는 같되 그 수준은 달라야’ 타당한 시험이 된다.


무조건 높은 수준 시험을 치르겠다는 인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대학이 ‘상중하’ 시험 중에서 가장 높게 받는 시험성적을 가장 높게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상에서 40점, 중에서 80점을 받았다면 상에서 받은 성적은 무효가 된다. 그 학생은 상 시험을 치를만한 능력이 없는 것이다.


풀지 못할 시험 문제를 택하여 낮은 성적을 받기보다 풀 수 있으면서 적당히 도전감 있는 시험문제를 택하여 완성도를 높일 때 더 나은 성적을 얻게 하는 장치이다.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시의 일관성 확보.(그림=홍후조 교수)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시의 일관성 확보.(그림=홍후조 교수)

결론적으로, 타당한 대입시를 만들기 위해 교육주체가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대학과 더불어 입시의 타당성이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에 근거한 대입시를 설계하고 실행하되, 대학의 모집단위에 맞는 타당한 입시는 계열, 과정별로 가장 핵심되는 교과목을 밝혀주고, 고교에서 진로별로 이수하도록 교육과정을 진로별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대학은 학생이 이수한 교과목 이수경로를 파악하여 학생의 전공적합성을 판단한다.


대학은 고교 2~3학년 과정에서 이수한 과목의 내신 평가 결과를 대입에 반영한다.


특히 고교 3학년까지 이수한 교과목 4개의 학습수준을 계열과 모집단위별로 전국단위시험(수능)이나 대학단위시험(본고사)을 통해 확인한다.


3년간 꾸준히 공부한 교과의 성적, 이를 종합하는 포트폴리오(실험보고서, 논술, 작품집 등), 그리고 해당 분야의 탐색과 체험 기록이면 좋을 것이다.


셋째, 고교는 진로별 학습기회를 여러 학교 간 역할을 분담하여 보장한다.


중학교까지의 기본공통학습을 재확인하고, 고교에서는 계열별, 과정별, 진로별로 선택과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의 학습수준을 고도화한다. 고교 2~3학년은 교과나 학급 담임연임제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개척을 도와준다.


입시의 기본질서는 결국 진로별 입시, 타당한 입시에서 나온다. 진로별로 치를만한 시험, 대학에 진학해서도 계속적・성공적으로 공부하는데 바탕이 되는 공부를 제대로 수행하였는지 확인하면 되는 시험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진로별・계열별・전공별로 보면 ‘종류’는 같고, 대학별・학생별로 보면 ‘수준’이 다른 시험을 만드는 일이다.


진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간단하다. 진로별로 타당한 입시를 만든다면 대입시 혼란은 종식될 수 있다.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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