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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에듀인 제안] 수능시험과 EBS 연계를 재고해야 할 세 가지 이유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에듀인뉴스] 21세기를 앞두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인재는 그간에 길러왔던 여러 과목의 시험을 두루 잘 치는 학생, 사회에 나가서는 주어진 과제를 지시대로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실제의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고 창의적, 진취적으로 일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인재들이다.


즉, 배운 지식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여 일을 성사시키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그런 식으로 길러지고 있지 못하다. 자기의 소질과 적성, 특기를 살리는 공부는 못하고 주로 교사가 알려 주는 대로, 시험에 나오는 대로 수동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미명하에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교육 방송과 대수능 출제를 연계함으로 인하여 대수능이 갖고 있는 장점을 상당히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의 문제는 대수능의 문제를 교육방송과 직접적으로 얼마나 많이 연계시켜 출제하느냐 출제하지 않느냐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학력에 의한 단일 준거에 의한 경쟁에서(더 궁극적으로는 학벌사회의 구조에 의해) 비롯되어지고 있다.


물론, 사교육비의 부분적인 절감, 벽오지 학생의 교육 기회 부여 등에 기여하는 면도 약간은 있지만 대수능과 교육방송의 연계는 본질적으로 한시적이고 과도기적인 궁여지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단순히 교육 평가의 원칙이라는 한가지관점에서만 대수능과 교육방송의 연계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선, 대수능과 교육방송을 직접 연계 시키는 것은, ‘가르치거나 강의했거나 교과서 또는 교재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출제해서는 안 된다’는 시험문제 출제의 제1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험문제 출제에서 이러한 원칙이 강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암기위주의 교육과 학습방법에서 탈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수험공부를 할 때 암기를 하는 것은 암기를 하는 것이 시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험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암기위주의 수업이나 학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물론, 이 말은 암기하는 것이 전연 쓸모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암기 위주 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사실, 대수능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 암기위주의 교육과 학습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볼 때 대수능의 출제를 교육방송과 직접 연계 시키는 것은 대수능의 근본 성격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대수능과 교육방송을 직접 연계 시키는 것은, ‘획일화가 아닌 다양화된 교육이 이루어 지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평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학교 교육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교육평가라고 할 수 있고, 학교 교육평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우리가 원하거나, 원하지 않거나) 대학 입시이고,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것이 대수능이라고 한다면, 교육방송의 연계를 통한 교육의 획일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교육방송을 학교의 수업과 관련시켜 보면, 수업에서 교사가 다루기 어려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의 하나라고 생각 할 수 있다.


예컨대,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은 교육 방송 프로그램의 독보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의 개화 장면, 버섯류의 포자, 세포와 그 분열, 동식물의 생식, 유전자의 세계, 세균과 미생물의 확대된 세계, 어류의 수정과 부화 등은 미시와 거시 세계 모두를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수능과 교육방송을 직접 연계 시켜 수능의 모든 영역을 포괄 하려는 시도는 학교 교육을 무력화 내지는 황폐화할 우려가 크다. 왜냐하면, 교육방송은 수업의 보조 역할에 한정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 평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준별, 개별화된 평가 없이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기대 할 수 없기 때문이고, 공교육은 근본적으로 교사와 학생간의 따뜻한 인간관계 속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방송과 대수능의 연계 문제를 가지고 교육방송의 역할이나 중요성을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21세기에 지식사회를 짊어지고 가야할 학생들은 지식 그 자체를 시험 준비를 위해 외우거나 재현하기보다 실제적인 과제를 풀어가는 데 쓸모 있는 공부(Working knowledge)로 만들어 가는데 교육 방송 자료들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를 키우는 교사들의 수업에 현장감, 실제감, 사실성, 구체성을 높여주는 교육 방송 자료가 학교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고 기대도 해 본다.


실시간 시청률에서는 떨어지더라도 두고두고 수업과 학습에 쓰이는 자료가 교육 방송을 통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도, 대수능과 교육방송의 연계방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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