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뉴스

장하다 방탄소년단

12월 12일자 일간신문에 미국 시사매체 타임의 ‘올해의 연예인’으로 방탄소년단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느 신문에선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200일가량 지났을 때, 방탄소년단이 유족들을 찾아가 분향하고, 가족협의회 앞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는 내용도 읽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먼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권 차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각종 불이익이 가해졌던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한 방탄소년단이 장하다. 데뷔 2년차, 그야말로 햇병아리에 불과했던 아이돌 그룹이라서다. 유족들이 그날 이후로 고마움과 함께 “그들의 미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응원”할만하다.

 

타임은 12월 10일(현지 시간)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전 세계 공연이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BTS는 팬들과 더 강한 결속을 다졌다. 세상이 멈추고 모든 사람이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에 그들의 활동이 더 빛났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K팝 선두주자가 아니라 완전한 세계 최고 그룹이 됐다. 앨범을 낼 때마다 온갖 기록을 깨면서 정점에 올랐다”고도 했다.

 

동아일보(2020.12.12.)에 따르면 타임은 “고통과 냉소로 가득 찬 시대에 BTS는 다정함, 연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계속 전했다”며 이것이 BTS 팬덤의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스타와 팬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팬과 상호 교류하는 수평적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타임은 “BTS의 압도적 성공은 팬덤이 작동하는 방식과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가수와 팬의 관계가 음악 산업의 판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임은 방탄소년단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팬클럽 아미(ARMY)가 뒤따라 같은 액수를 모금으로 모아 낸 예를 들었다.

 

세계적으로 회원이 분포된 팬클럽 아미의 공(功)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동아일보(2020.10.13.)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10, 11일 개최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를 전 세계에서 99만 명이 넘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팬클럽 아미에게 한정 판매한 4K 시청 티켓 값 5만 9,500원 등 총 5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좀 유별나다고 할까. 아미의 방탄소년단에 대한 사랑은 이른바 오빠부대와 많이 달라 보인다. 앞에서 금방 말했듯 가령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가 흑인 인권운동에 쓰라면서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모금해 기부한 바 있어서다. 팬들이 가수와 똑같이, 그것도 12억 원이란 거금을 기부하는 일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또 한번 새 역사를 썼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팝 듀오ㆍ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 명단에 오른 것이다. 이 부문 후보로 아시아의 본토 대중가수가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케이팝뿐 아니라 미국 주류 음악계 내부의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한겨레, 2020.11.26.)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상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각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그래미는, 그러나 대중 투표나 차트 성적과 앨범 판매량에 기반을 둔 두 상과 다른 위상을 지닌다. 이 때문에 후보에만 올라도 내부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김영대 평론가는 “그래미에서 특히 팝 장르는 더욱 배타적이어서 ‘팝스타=백인 스타’라는 분위기가 강한데, 방탄소년단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는 것은 케이팝의 역사를 넘어 미국 음악사를 다시 쓸 만한 사건”이라며 “대중성뿐 아니라 미국 음악산업 내부의 인정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수상 여부를 떠나 큰 의미가 있다”(한겨레, 2020.12.2.)고 평가했다.

 

그래미는 가수ㆍ프로듀서ㆍ녹음 엔지니어 등 1만 명이 넘는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 회원 위주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한다. 지난 2월 ‘기생충’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제작자ㆍ감독ㆍ배우ㆍ스태프 등 영화인들)들의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되는 제92회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는데, 그런 방식이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 열릴 예정이다. 시상식에서 ‘최우수 팝 듀오ㆍ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인데, 여러 전문가가 방탄소년단의 수상을 점치고 있단다. 거기에 타임이 ‘올해의 연예인’으로 선정하기까지 했으니 좋은 징조다. 부디 선한 영향력을 미쳤으면 한다. 얼마 전 ‘장하다 방탄소년단’을 썼는데, 다시 이 글을 쓴 건 그래서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