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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에듀인 현장] 올교련이 뽑은 2020년 교육뉴스는?

[에듀인 뉴스]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이맘때면 누구나 새삼스런 탄식을 한다. 다사다난, 사건사고도 많았고 그 덕에 애먹는 일도 많았다는 회고의 마음이 누구에게나 깃든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예사롭지 않은 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해는 없었다. 


연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연말연시 한국사회를 끝내 올 스톱시켰다.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이 밑동부터 흔들린 놀라운 장면이다. 2020년은 아마도 두고두고 회자될 한해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굳게 버티어 한해간 제 자리를 지킨 숱한 사람들을 기억한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전쟁 같았던 2020년. 교육 현장도 할말 많고 가슴 먹먹한 사연으로 가득했다. 한국의 실천적 교사 단체인 올바른교육을위한전국교사연합(올교련)이 올해 최고와 최악의 교육뉴스들을 모아봤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코로나19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4대 입법 과제 촉구의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6.09.(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br>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코로나19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4대 입법 과제 촉구의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6.09.(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년 최악의 교육 뉴스



#코로나19


어떤 이견도 없었다. 우리는 2020년 최악의 교육 뉴스로 이 문제를 선정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한국의 수백만 학생들, 그리고 교육가족들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일상들을 근본부터 뒤흔들었다. 감염 우려로 인해 연초부터 전국 학교는 문을 걸어잠궜고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최대 한달 넘도록 미뤄졌다. 더는 학사 일정을 미룰 수 없는 교육당국은 원격수업과 등교를 교차해 진행하는 형태로 학사 운영했다. 원격‧등교수업을 병행하면서 방역관리를 함께 해야했던 현장에서 비대면의 형태로는 학생들 학력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부진 학생을 지원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치러진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분석 결과 국어와 수학 나형의 상하위권 격차는 2016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잦은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으로 인해 전반적인 성적 하락현상이 나타났지만 특히 자기주도적 학습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는 학생들의 경우 심각한 학업부진이 두드러졌다. 


또 비정상적인 학사운영으로 인해 긴 시간을 집안에 있어야 하는 학생들은 생활지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식습관, 취침과 수면 시간 조절 등 건강관리는 물론이거니와 맞벌이 가정의 경우 학생들이 집안에 고립되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마음건강의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원격수업이 한창이던 지난 9월 인천시 미추홀구의 빌라에 살던 초등학생 형제가 보호자가 없는 집안에서 라면을 끓이다 화재피해를 입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대표적이었다. 등교가 불규칙적이고 지역아동센터조차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아동관리에 여전히 근본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헌고등학교 사태


2019년 연말에 터진 소위 인헌고등학교 정치편향교육 폭로 사건은 해를 넘겨 2020년에도 깊은 갈등의 골을 드러냈다. 관련 논란은 지난해 10월 서울 인헌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라는 페이스북 계정을 열고, 한일 관계와 여성주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에 대해 재직 교사들이 극도로 편향적인 생각들을 학생들에게 수업의 형태로 부여넣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인헌고 최인호군 등은 정치편향적 수업 실태를 폭로했다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징계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한편 자유법치센터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인헌고 교장과 교사 등을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정한 교육의 중립 의무를 위배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경찰에 수사를 맡겼고 1년 가까이 이 문제를 끌다 11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송치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태는 현재까지 송사가 진행 중에 있다. 


신뢰와 존경, 사랑의 관계여야할 교사와 학생 관계는 처참할 정도로 깨어졌고 노골적인 따돌림, 보복성 처벌이 반복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일련의 이념단체들이 오랜 세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었고 한국사회는 이를 수수방관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린 학생들이 정면에서 반기를 들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외친 사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반일민족주의, 급진 사회주의운동 등에 은연히 노출시켜온 일부 교사, 교원노조 등의 악습들이 수면 위에 드러난 이 사태는 당사자 학생들이 졸업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최인호군 등 이슈의 중심에 섰던 학생들은 올해 2월 졸업장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최근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반대 과정에서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다"며 "위법행위 주도자들을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사진=서울시교육청)<br>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최근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 반대 과정에서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다"며 "위법행위 주도자들을 검찰에 고발조치한다"고 밝혔다.(사진=서울시교육청)

#”교장, 너를 잊지않겠다”, 이어지는 혁신학교 논란


혁신학교. 이제 학부모들은 ‘혁신’이라는 이름 껍데기 아래 꼬깃꼬깃 숨겨온 진실을 다 알아챈 듯한 느낌이다.


혁신학교 지정 문제로 극단적 갈등을 빚어온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는 혁신학교 지정 철회 절차에 돌입했다. 학부모들은 학력저하와 교육부실을 우려해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해왔다. 이 학교 주변에는 ‘○○○(경원중 교장) 죽어서도 너를 잊지 않겠다’ ‘혁신학교 필요 없다’ 등 현수막들이 붙었다. 이 학교 학부모 뿐 아니라 근처 반원초등학교 학부모회,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격렬하게 혁신학교 반대를 외쳤다.  지난 7일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10여 명은 학부모들이 학교 앞을 점거하면서 퇴근하지도 못하고 교내에 머물렀다. 혁신학교 지정철회를 요구하는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은 교육감 답변 요건(1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2009년부터 본격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교육과정 운영이 상당히 자유롭지만 한편으로 학력 수준이 심각히 저하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원중 측은 학부모들 걱정이 기우라며 호소문까지 냈지만 학부모들은 “혁신의 ‘혁’ 자도 붙는 게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지난 11일 서울교육청은 입장문을 내고 “경원중이 학교운영위 심의에 따라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요청하면 학교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관련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며 혁신학교 지정 철회를 시사했다. 서울교육청은 그러면서도 ‘개인·집단 이기주의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뒤끝을 남겼다. 개인, 집단 이기주의를 힐난한 서울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은 두 자녀를 모두 외국어고등학교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 도내 코로나19확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감독관을 신청한 공무원들이 D레벨 방호복을 입어보고 있다.(사진=충북교육청)&nbsp;<br>
코로나19확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감독관을 신청한 공무원들이 D레벨 방호복을 입어보고 있다.(사진=충북교육청)

2020년 최고의 교육 뉴스



#코로나 속 기적같은 수능 풍경


과연 제대로 치르는게 가능할까, 숱한 의구심과 걱정을 불렀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큰탈없이 마무리되었다. 49만 3433명이 응시한 올해 수능시험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 진행되었다. 상당수의 감염환자들이 수능시험에 응시할 것이 예상되었던 상황이었다.


교육부는 격리 수험생 최대 3775명, 확진 수험생 205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시험실을 마련했다. 자가 격리 수험생을 위해서 별도 시험장 113곳에 시험실 583개, 확진 수험생을 위해서 전국 거점 병원 25곳과 생활치료센터 4곳을 마련하였다. 확진자 수험생을 보조하는 감독관들은 우주복같은 두꺼운 밀폐형 방역복장을 한채 시험감독에 참여하였다. 


이날 전국 수험생들은 모두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한채 시험에 돌입했다. 아침에 KF80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시험장에는 여분의 마스크를 비치하기도 하였다. 시험 당일 확정된 수험생도 시험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거점 병원, 생활치료센터를 마련하는 등 교육당국은 꼼꼼한 배려를 하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국교육의 최대 이벤트이나 한해농사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시험은 무탈하게 잘 진행되었다.


이날 수능을 치르는 확진자는 35명, 자가 격리자는 404명으로 집계되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12일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지는 체육수업 참관을 위해 인천신정초등학교를 방문했다.(사진=인천시교육청)&nbsp;<br>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12일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지는 체육수업 참관을 위해 인천신정초등학교를 방문했다.(사진=인천시교육청)

#온택트, 교실은 진화 중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 차단된 심각한 언택트의 시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장기화로 한국교육은 가장 큰 위기를 맞닥뜨렸다. 그러나 한편으로 온라인 기반 활동에 최적화된 한국사회는 교육의 위기마저 극복해내었다. 언택트(untact) 시대를 넘어 온택트(ontact) 교육의 실험적 상황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


교사들은 원격수업 체제에 발맞춰 단순한 수업 전달자가 아닌 컨텐츠 제작자로 발돋움 하고 있다. 초기만 해도 현장 교사들은 ‘7분짜리 영상 만들어 올리는데 4시간이 걸렸다’며 탄식해하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그러나 점차로 웹기반의 컨텐츠 생산노하우가 쌓이고 학생들도 적응하면서 현장의 교육을 온라인에 이식하는데도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온라인 학습 및 학생 관리 플랫폼인 ‘위두랑’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학습관리를 하며 ‘줌’ 같은등 첨단 회상회의 시스템이 전국 수업현장에서 보편화되었다.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온택트형 교육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


한편으로 단기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해결될 수 없음이 분명해지면서 교육현장은 구조적으로 과밀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학교 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학급 수는 늘리고 학급당 학생 수는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과대학교, 과밀학교를 해소할 기회로 삼는 것. 교육부는 연 2조~3조원 규모의 신설교부금을 배정해 학교 건물 신·증축 교부금으로 지원하는 등에 나설 계획이다. 


통학구역 조정이나 유휴교실이 있는 학교로 학생을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으로 교실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지면서 국회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내용의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이 추진 중이다. 교원단체들은 물론이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정부에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교사들의 노고와 에듀테크를 향한 정책적 지원 속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었던 한국의 교육 실험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조윤희 올바른교육을위한전국교사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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