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우화(寓話)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우리 삶에 알아두면 좋은 실용주의적인 것입니다. 같은 형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도시와 환경, 그를 이루는 많은 건물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작은 부분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진솔한 물음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2020년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를 돌아 봤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행동이 제약된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은 가운데 그 전에 누릴 수 있었던 일상이 그리워지는 연말이다.
따라서 필자도 지난 시간에 이어 여름에 이루어지는 프랑스 도시 축제에 관한 추억을 되짚으며 오늘의 글을 쓰고자 한다.
해마다 여름 해가 가장 긴 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음악 축제가 열린다.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며 시간에 구애 받지 않아 밤 늦게까지 거리마다 연주소리가 넘쳐난다.
이 축제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거리나 공공 장소에서 자발적으로 공연하도록 장려한다. 공연은 모두 무료 콘서트로 진행되어 광범위한 청중이 모든 종류의 음악 (클래식, 재즈, 록, 전통음악 등)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다양한 언어로 노래를 하여 이방인들은 고향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주제를 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날은 모든 음악인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자 이제 음악인들은 준비가 되었다. 그럼 그들을 위한 무대는 어떻게 준비될까?
무대는 따로 준비되는 곳이 없다. 도시의 빈공간이 있으면 그곳이 곧 무대가 된다.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길도 간단한 펜스와 데크를 설치하면 훌륭한 무대가 된다. 도시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콘서트 홀로 변한다.
나도 처음에 그랬고 이 변화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이다. 그 이유는 파리처럼 도시 자체가 하나의 관광 상품인 곳이 또 없다. 그리고 그 상품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에 거는 제재가 상당하다.
예를 들어 건물을 소유했다 하더라도 도심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망칠까봐 외관하나 나무 하나 베는 것을 쉽게 할 수 없는 곳이 파리다. 따라서 오래 살면서 그만큼 많이 보고나면 지루해질 수 있는 단조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 도시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는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 지는 도시의 이벤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바로 이 음악축제처럼 말이다.
파리처럼 특히 고풍스런 분위기를 고수하는 도시가 록과 힙합 같은 음악이 흐르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을 당시 상황에서 나는 청바지를 입은 클래식이 떠올랐다.
이 음악축제는 전문 기술자들이 투입되어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도 아니다. 시에서는 그저 장소만 제공할 뿐 무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은 음악가들이 준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본래 음악을 연주하려면 콘서트 홀이나 정해진 장소에서 초대를 받아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초대받지 못한 음악가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고 청중들도 내가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선택이 주어지는 날이다. 이벤트의 기본은 도시민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다. 시민이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환경은 다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도를 통한 어느 정도 도시민에 대한 통제가 있다면 적절한 선에서 그들의 욕망을 풀어줄 수 있는 도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도시는 결코 사람의 욕망을 통제하고 젤제 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바로 그 욕망이 우리의 도시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움을 고집하는 파리가 하루쯤은 24시간 동안 거리에서 고성방가를 지를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이 이벤트의 종류가 어디 음악뿐이 될 수 있을까? 주말마다 서는 벼룩시장에서 평소 자신이 안쓰는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하고 한 달에 한번은 자동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을 직접 걸어가 볼 수도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이벤트가 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모여 살수록 지켜야 하는 규율과 규칙이 우리 사회에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숨을 틀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절제가 강요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어쩜 더욱 더 필요한 조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전에 사용했던 그 방법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도시의 이벤트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조심하다 보니 어느덧 벌써 2020년의 마지막 날이 왔다. 한 해를 되돌아 봤을 때 우울과 답답함만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오늘, 전에 누렸던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며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껴 보는 연말이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이미 코로나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선 여전히 사람을 만나야 하고 도시 공간을 거닐어야 한다.
앞으로 도시민의 삶이 점점 더 통제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도시정책에 대해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유무종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건축학 전공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Université Grenoble Alpes에서 도시학 석사졸업, 파리고등건축학교 Ecole spéciale d’architecture (그랑제꼴)에서 만장일치 합격과 félicitation으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파리 건축설계회사 AREP Group에서 실무 후 현재 파리 건축사무소 Ateilier Patrick Coda에서 근무 중이며 건축도시정책연구소(AUPL)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건물과 도시, 사람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건축가입니다. 우리의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과 도시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유용하게 나누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